박기태 기자 입력 : 2021.04.06 12:05 ㅣ 수정 : 2021.04.06 12:05
3개월새 3천억 늘어…서정진은 2천억 감소 / CXO연구소 분석…50대 그룹 총수 중 31명↑
[뉴스투데이= 박기태 기자] 올해 1분기(1~3월) 동안 주식재산이 가장 많이 늘어난 대기업 총수는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인 것으로 파악됐다. 1월초 대비 3월말 기준 3000억원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재계 1위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은 6000억원 이상 줄었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소장 오일선)는 '2021년 1분기 국내 50대 그룹 총수 주식재산 변동 현황 분석'을 6일 공개했다.
조사 대상 그룹 총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리하는 대기업 집단 중 동일인에 해당하는 총수가 있는 50대 그룹이다. 50대 그룹 총수와 함께 차기 총수로 유력한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은 물론 아직 지분 변동이 이뤄지지 않은 고(故) 이건희 회장도 이번 조사에 포함했다.
다만, 이건희 회장의 주식가치에 대해서는 개별 순위 등에서는 제외시켰다. 보유 주식은 금융감독원에 해당 총수가 직접 보유한 보통주 주식(우선주 제외)으로 한정했으며, 비상장사 등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주식 등은 이번 조사에서 뺐다. 주식평가액은 총수가 보유한 보통주 주식수에 올 초(1월4일)와 3월말(31일) 종가를 곱한 값으로 계산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50대그룹 총수 총 53명 중 상장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총수는 41명이었다.
이들의 주식평가액은 3월말 기준 79조134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 초 75조8183억원보다 3조3161억원(4.4%) 늘어난 수치다.
이 기간 상장사 주식을 갖고 있는 총수 총 41명 중 31명(75.6%)의 주식재산이 증가했다.
주식평가액 증가율 1위는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이었다. 조 명예회장은 효성그룹 계열사 중 효성첨단소재와 효성티앤씨 등 5곳에서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보유 주식평가액은 올 초 3886억원이었는데 3월말 6937억원으로 3개월 새 3050억원 이상 높아졌다.
지분가치가 크게 높아진 것은 조 명예회장이 보유한 5개 주식종목의 주가가 모두 상승 곡선을 그렸기 때문이다. 가장 큰 효자 주식종목은 효성티앤씨였다. 이 종목에서 올 초 754억원이던 지분가치가 3월말 들어 2030억원으로 1270억원 넘게 뛰었다.
효성첨단소재도 1월초 688억원에서 3월말 1735억원으로 1046억원이나 늘었다. 효성화학(319억원)과 효성중공업(140억원), 효성(268억원) 등 3곳에서도 700억원 이상 주식재산이 증가했다.
최근 경영권 분쟁에 승리한 금호석유화학(금호석화) 박찬구 회장도 같은 기간 3079억원에서 5405억원으로 주식재산이 2325억원(75.5%) 늘었다. 박 회장은 금호석화 주식만 갖고 있는데, 주가가 올 초 15만1000원에서 3월말 26만5000원으로 올랐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주식재산도 1154억원에서 1815억원으로 3개월 새 57.3%(661억원) 증가했다. 조석래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효성그룹 차기 총수로 확실시 되는 조현준 회장의 주식평가액도 올 초 7117억원에서 3월 말 1조1000억원으로 54.6%(3883억원) 높아졌다.
한국타이어 그룹 총수인 조양래 회장도 올 1분기 주식평가액이 2629억원에서 3450억원으로 31.2%(821억원) 올랐다. 조 회장은 한국타이앤테크놀로지 지분을 다수 보유 중이다.
이외에도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CGO) 28.7%(1조7960억원→2조3109억원),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24.5%(3963억원→4932억원), 이우현 OCI 부회장 23.4%(1184억원→1460억원),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22.4%(4조9502억원→6조609억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22.3%(3조6716억원→4조4907억원) 등의 주식재산이 20% 넘게 올랐다.
반면 셀트리온 그룹 총수인 서정진 명예회장은 올 초 2조5735억원에서 2조3133억원으로 3개월새 주식재산이 2602억원(10.1%) 줄었다. 서 명예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주가 부진 영향이 컸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도 올 초 2409억원에서 3월말 2223억원으로 지분가치가 7.7%(185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조사 대상 50대 그룹 총수 중 지분가치 하락 금액 규모가 가장 컸다. 올 초 9조5747억원에서 3월말 8조9255억원으로 6490억원(6.8%) 줄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S, 삼성엔지니어링 등 5개사 지분을 갖고 있다. 이중 삼성물산의 지분가치가 올 1분기에만 13.5%(6371억원) 하락하며 이 부회장의 주식가치도 8조원대로 뒷걸음쳤다.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최종 결정한 LG 구광모 대표 역시 올 초 2조6677억원 상당의 지분가치가 3개월 새 2조4887억원으로 6.7%(1789억원) 줄었다. 두산 박정원 회장도 1225억원에서 1148억원으로 6.2%(76억원) 주식평가액이 떨어졌다.
3월 말 기준 50대 그룹 총수 중 '주식재산 1조 클럽'에는 총 13명이 입성했다. 1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차지했고, 2위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꿰찼다. 또 3위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5조6931억원), 4위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4조4907억원), 5위 정의선 현대차 회장(3조 8124억원), 6위 최태원 SK 회장(3조6604억원), 7위 방준혁 넷마블 의장(2조6741억원), 8위 구광모 LG 대표, 9위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10위 이해진 네이버 의장(2조3109억원), 11위 이재현 CJ 회장(1조2414억원), 12위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1조2249억원) 등 순이었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13위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주식평가액 1조 클럽'에 등극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고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주식에 대한 주식평가액은 올 초 24조7112억원에서 3월 말 24조2108억원으로 3개월 사이 5000억원 넘게 감소했다"며 "24조원이 넘는 주식재산에 대한 이 회장의 지분이 향후 유족들에게 어떻게 상속될 것인지에 따라 각 유족이 납부해야 할 상속세 규모 등이 결정됨은 물론 향후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생명복지재단 이사장의 재산 수준도 천양지차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