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에 떨어진 특명 "플라스틱을 줄여라"
[뉴스투데이=강소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가정간편식(HMR)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그러면서 포장용기로 사용되는 플라스틱의 사용량도 덩달아 증가해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 이에 국내 제과·식품업체들은 생분해 플라스틱을 개발·도입하는 등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강구 중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플라스틱 페트병의 재활용 비용은 폐기보다 1.6배 비싸다. 이러한 구조는 플라스틱 재활용을 어렵게 만든다. 때문에 플라스틱 사용을 무조건 막는 것 보다, 플라스틱 용기가 포함된 식음료 제품을 판매할 때 폐기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해법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롯데제과와 농심, 해태제과 등 국내 제과 업체들은 과자 등을 담는 플라스틱 트레이(식품을 담는 플라스틱 용기)를 장기적으로 제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들이 구매할 때 친환경적인 제품을 소비하려는 성향을 보이고 있는데다 최근들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영향으로 분석된다.
국내 제과 업체 중에서도 롯데제과가 가장 적극적으로 플라스틱 줄이기 행보를 걷고 있다. 이미 2016년부터 ‘카스타드’ 트레이 두께를 얇게 해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 54t을 줄였다.
■ 롯데·농심·해태, 플라스틱 대체 위해 연구개발 중
게다가 지난 2월에는 한솔제지와 함께 초콜릿 원료로 사용된 후 버려지는 카카오 열매의 부산물을 활용해 친환경 종이 포장재인 ‘카카오 판지’를 개발했다. 롯데제과는 앞으로도 종이 재질로 대체하는 등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다.
농심과 해태제과도 플라스틱을 대체할 친환경 소재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홈런볼’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트레이를 장기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적극적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제품을 안전하게 제공할 수 있는 조건에 맞춰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언제부터 시행될 거라 말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간편 조리식품을 선보이는 CJ제일제당, 풀무원, 동원 등도 플라스틱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인 PHA를 제품에 활용하는 중이다. PHA는 식물 성분으로 만들어 토양과 해양에서 100% 분해된다. 해양에서 생분해되는 플라스틱 생산 기술을 가진 곳은 세계적으로 극소수 기업에 불가하다. CJ제일제당은 이런 PHA를 지난 1일부터 ‘행복한콩 두부’ 묶음 제품 등에 적용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지난해 추석과 올해 설에만 300t 이상의 선물세트용 플라스틱 포장재를 줄이는 등 친환경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왔다”며 “친환경 소재로 교체하는 것으로 연간 플라스틱 약 50t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풀무원도 초경량 플라스틱 생수병을 출시하는 등 일찍부터 플라스틱 줄이기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탄산칼슘을 용기에 혼합해 기존보다 30% 가량 플라스틱을 덜 사용했다.
지난 1월에는 사탕수수 추출 원료를 적용한 바이오 페트 용기도 선보였다. 바이오 페트는 재활용이 100% 가능하며,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약 20%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플라스틱 줄이기 위한 친환경 포장재 도입 중인 식품업계
풀무원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지구 환경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친환경 소재를 지속 개발할 것”이라며 “더욱 다양한 제품에 적용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 말했다.
동원의 경우 지난해 8월 플라스틱 트레이를 제거하고 비닐로만 포장한 1회 식사 분량의 김을 선보였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개의 제품을 한데 묶어 다시 비닐 포장을 했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플라스틱 트레이가 있을 때도 묶음 포장하는 단계에서 비닐 포장이 이중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추가로 비닐 포장이 들어간 것은 아니었다. 기존의 포장방식에서 플라스틱 트레이가 빠진 것이다.
이 외에도 동원은 아이스팩 사용을 줄이기 위해 아이스팩 대신 얼린 500ml 생수를 활용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에도 친환경 플라스틱 도입이 초기 단계이다 보니 전 제품에 적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아직은 플라스틱 사용을 100% 완벽하게 없앨 수는 없다는 게 유통업계의 하소연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제품 형태 보존을 위해서는 이미 개발된 친환경 플라스틱 사용이 가능하지만, 전자레인지로 가열하거나 끓는 물을 이용해야 할 경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