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현장에선] 현대차그룹 사무직 노조 출범으로 '세대전쟁'의 서막 올라
고령층 중심의 생산직 노조가 주도한 임단협에 젊은 사무직 및 연구직 근로자 불만 커 / 사무직 노조는 MZ세대의 '성과 공정성' 추구할 듯
[뉴스투데이=김보영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세대전쟁’이라는 새로운 리스크에 직면하게 됐다. 중장년층이 주도하는 생산직 노조가 임단협을 주도함에 따라 자신의 이익이 희생되고 있다고 판단한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사무직들이 사무직 노조를 설립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사무직 노조는 26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노조 설립신고서를 제출했다. 현대차 사무직 노조 설립을 지원하는 대상노무법인의 김경락 대표노무사는 "24일 노조 준비위원회와 설립 총회를 열고 26일 오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노조 설립 신고서를 제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신고서 제출 후 3일 이내로 노조 설립 필증이 교부되면 현대차 사무직 노조는 정식으로 노조법상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된다.
MZ세대 사무직들은 지난 해 현대차가 역대 최고 수준의 매출액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직 노조가 기본급 동결 및 낮은 성과급 인상에 합의해준 것이 ‘공정한 보상’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생산직 노조를 주도하는 고령의 근로자들이 임단협이 지연될 경우 성과급 인상의 혜택을 보지 못한 채 퇴직할 것을 우려해 졸속 합의해줬다는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해 기본급 동결과 성과급 150% 인상, 코로나 위기 극복 격려금 120만원에 합의했다. 이는 전년도의 기본급 4만원 인상, 성과급 150%+300만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반면에 정년퇴직자를 1년 단기 계약직으로 고용해 사실상 정년 연장을 해주는 '시니어 촉탁직' 등과 같은 고령의 생산직 근로자의 이익을 관철시키는 데 역점을 둠으로써 젊은 사무직과 연구직 직원들은 상대적 불이익을 감수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2020년 현대차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직원 1인 평균 급여액은 8800만원으로, 2019년 9600만원에 비해 800만원이 줄었다.
현대차 사무직 노조 위원장은 현대케피코의 20대 직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사무직 노조에 가입 의사가 있는 직원 대다수는 입사 8년차 이하 젊은 직원들이다. 사무직 노조 가입 의사를 밝힌 직원은 500여명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사무직 노조 구성을 위해 개설된 네이버 밴드에는 4500여명이 모여 있어 향후 그 규모가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
네이버 밴드에는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오트론, 현대로템, 현대위아 등의 계열사 직원들이 가입해 있다. 임시집행부가 사무직 노조 가입 의사를 밝힌 직원 1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30대가 76%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20대가 12%, 40대가 10%이다. 50대는 2%에 그쳤다. 회사별로는 현대차 직원이 32%로 가장 많았다. 이 밖에 현대모비스22%, 현대제철 17%, 현대오토에버7%, 기아6% 등이다.
지난 16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취임 후 처음 가진 타운홀 미팅에서도 젊은 직원들의 관심이 가장 컸던 이슈는 성과급이었다. 미팅에 앞서 받은 사전 질문 가운데 직원 추천 수가 높은 질문은 대부분 성과급이나 보상과 관련된 질문이었고, 성과급 분배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달라는 요구가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연구직과 생산직을 구분해 성과급 지급 기준을 다르게 해 직군 간 성과급을 차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회장은 "기존에 했던 보상 방식,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전체 직원의 눈높이를 좇아가지 못했다는 점도 알게 됐다"며 "올해 안에 성과와 보상에 대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고령층 생산직 근로자의 젊은 사무직 및 연구직 근로자의 서로 다른 요구 사이에서 더 큰 압박을 받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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