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신재훈 칼럼니스트] 영화 미나리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포함 세계 주요 영화상을 휩쓴 지금 배우 윤여정에 대한 다시보기가 한창이다.
그녀가 출연했던 영화와 드라마는 기본이고 인간 윤여정에 대한 다양한 재조명, 그리고 그녀를 주인공으로 한 특집 다큐멘터리까지 방영될 정도다.
이 글에서는 광고 영역에서 그녀를 다시 보려 한다.
노년의 여배우가 그 많은 광고에 메인 모델로 캐스팅되는 이유가 뭘까?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영화 미나리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윤여정 신드롬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영악한 광고주와 광고쟁이들이 단지 유명하다는 이유만으로 모델 캐스팅을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모델 캐스팅의 불문율은 Relevance(연관성)측면에서 그 제품 혹은 브랜드의 핵심 타겟에게 가장 잘 어필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성별과 연령의 모델을 캐스팅하는 것이다. 화장품 광고 모델은 미모가 뛰어난 젊은 여성인 것처럼 말이다.
윤여정의 경우 이러한 불문율을 깨고 젊은층을 대상으로 하는 브랜드 광고에 캐스팅되었다. 이러한 파격을 가능하게 한 것은 인간 윤여정이 가진 까칠함으로 대표되는 자존감과 소신이다. 자신의 판단과 결정을, 그리고 자기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며 지켜왔다.
젊은 시절 건방지다, 까탈스럽다 등의 악평에 시달렸을 것이다. 그러나 한평생 똑 같은 모습을 일관성 있게 보여주었기에 나이가 든 지금 이러한 까칠함은 그녀의 아이덴티티이자 남들과 차별화된 윤여정이라는 브랜드의 최고 자산이 되었다.
그녀의 사이다 같은 속 시원한 캐릭터는 손자 뻘 되는 젊은층에게도 먹히고 있다. 또한 “고상한 체한다고 알려진 영국인들이 좋은 배우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있다”라는 수상 소감이 자존심 강한 영국인들의 찬사를 받을 만큼 해외에서도 통하고 있다.
윤여정의 트레이드 마크인 이러한 “까칠함”은 자신이 인정할 수 없는 브랜드라면 광고 모델이 되지 않았을 것이고 또한 영혼 없이 “이 제품 참 좋아요”라는 말도 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준다.
이에 더해 “까칠함”은 스마트 쇼퍼의 특징인 “깐깐함”과 연결되어 광고 메시지와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를 높인다. 바로 이런 이유로 많은 광고주들이 타겟과 어울리지도 않는 그녀를 캐스팅하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그녀가 출연한 광고들은 공통적으로 그녀의 이러한 캐릭터를 잘 살리고 있다.
“옷 입는데 남의 눈치 볼 거 뭐 있니? 니들 마음대로 사세요“라고 외치는 지그재그 광고에선 그녀의 소신 있는 평소 모습을 빼다 박은 듯 하다.
카스 광고에서는 진짜가 되는 시간이라는 타이틀에 맞게 가식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그녀의 성격이 잘 드러난다.
그녀가 출연한 광고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암 앤 해머 광고다. 영화 미나리로 각종 영화상을 휩쓸기 한참 전에 이미 광고모델로 캐스팅했다.
선견지명이랄까?
남들보다 먼저 그녀의 가치를 알아본 것이다. 또한 다른 광고와는 달리 캐릭터의 일부가 아닌 그녀의 인생 전체를 말하고 있다.
“170년 넘은 브랜드가 요즘도 1등이라는건 아직까지 이만큼 좋은 게 없다는 거잖아요?”라는 광고 카피는 그녀 자신을 대변하는 듯하다. “70살 넘은 여배우가 요즘도 1등이라는건 아직까지 이만큼 좋은 여배우가 없다는 거잖아요?” 라고 말이다.
◀신재훈 프로필▶ (현)BMA 전략컨설팅 대표(Branding, Marketing, Advertising 전략 및 실행 종합컨설팅) / 현대자동차 마케팅 / LG애드 광고기획 국장 / ISMG코리아 광고 총괄 임원 / 블랙야크 CMO(마케팅 총괄 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