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앞두고 술판매 금지 포함한 긴급사태선언에 직장인과 자영업자들이 발끈한 이유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도쿄(東京), 오사카(大阪), 교토(京都), 효고(兵庫)지역을 대상으로 세 번째 긴급사태선언이 4월 25일부터 5월 11일까지 발령되었다.
일본 내 코로나 확진자 수가 하루 5000명을 넘으면서 4차 유행이 한창인데다가 4월 말부터 시작되는 골든 위크로 지역 간 대규모 이동이 급증할 것을 우려한 특단의 조치다.
하지만 이미 장기화된 코로나로 지칠 대로 지친 일본인들은 세 번째 긴급사태선언의 세부내용들을 확인하고는 정부와 지자체들에 대해 분노를 넘어 허탈함마저 느끼고 있다.
일본인들의 어이를 상실케 한 요인 중 하나는 바로 금주령이다. 이번 긴급사태선언이 발령된 4개 지역에 위치한 모든 음식점에서는 주류 판매가 상시 금지되며 평일은 8시까지만 영업할 수 있고 주말에는 모두 문을 닫아야 한다.
심지어 노래방들은 긴급사태선언 중에는 평일에도 영업자체가 불가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를 휴업요청이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요청을 따르지 않으면 벌금과 행정조치가 동반되기 때문에 사실상 강제나 다름없다.
당연하게도 직장인들과 자영업자들은 반발하는 분위기다. 세 번째 긴급사태선언이 발령되고서 첫 평일이었던 4월 26일 저녁의 도쿄 신바시(新橋)에서는 많은 음식점들이 임시휴업을 내걸어 퇴근길 자체가 어두워진 모습이었지만 일부 가게들은 도쿄도 측의 요청을 무시한 채 영업과 술 판매를 계속하고 있었다.
이자카야를 운영하고 있는 20대 점장은 ‘도(都)의 휴업요청에 응하더라도 지원금은 한참 나중에나 들어오기 때문에 임대료도 감당할 수 없다’며 당장의 생계를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었음을 역설했다.
실제로 1월에 있었던 두 번째 긴급사태선언 때 도의 요청에 따라 단축영업을 실시하며 경제적 손실을 입었지만 도가 주기로 했던 지원금은 아직도 받지 못했고 언제 받을지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그의 설명에는 울분이 섞여 있었다.
해당 이자카야 앞을 지나가던 한 직장인도 ‘난 가게에 들어가지 않겠지만 영업 자체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언제까지 반복될지 모르는 긴급사태선언에 생활이 걸린 자영업자들이 불쌍할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직장인들 역시 긴급사태선언을 좋게 보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기업들이 이미 코로나에 익숙해져 재택근무 보급률은 제자리에 머무르고 있고 업무 외의 모임들에 대한 인원제한도 없는 상태에서 바깥에서 술만 못 마시게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말들이 많다.
심지어 도쿄에 근무하는 직장인들 중에는 긴급사태선언이 발령되지 않은 바로 옆 요코하마(横浜)나 사이타마(埼玉) 등에서 출퇴근하는 이들도 많아 감염예방책으로서의 실효성 자체가 의심받는 수준이다.
여기에 긴급사태선언을 세 번이나 반복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자숙과 희생만을 강요하고 도쿄올림픽은 마치 코로나가 없는 세상에서 개최되는 것처럼 끝까지 포기하려 하지 않는 정치인들의 이중성과 무능력에 대한 비난은 사상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그 결과, 야후 재팬이 실시 중인 세 번째 긴급사태선언의 효과를 묻는 설문조사에는 약 27만 명의 네티즌들 중 86%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고 도쿄올림픽에 대해서는 72만 명 중 76.1%가 ‘중지해야만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