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그룹 '총수'된 정의선, 그가 그리는 현대차 미래 모습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이동수단 구현" / 2025년까지 60조 투자…모빌리티·수소 역량 강화
[뉴스투데이=김보영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총수) 자리에 올랐다. 2001년 정몽구 명예회장이 총수로 지정된 이후 21년만의 세대교체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지난 29일 현대차그룹의 동일인을 정몽구 명예회장에서 정의선 회장으로 변경했다. 공정위는 “(정의선 회장이)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현대차 주식 5.33%, 현대모비스 7.15%)을 넘겨받아 사실상 최다출자자가 바뀌었다”며 “외형상, 그리고 실질적으로 그룹을 모두 지배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총수 변경신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이로써 재계 4대 그룹(삼성·SK·LG·현대차)의 총수가 모두 2~4세대로 바뀌었다. 업계는 지난해 현대차 회장으로 취임한 정 회장이 올해 동일인으로 지정되면서 본격적인 ‘정의선 체제’를 보여 줄 것으로 분석한다.
■ 정의선이 꿈꾸는 ‘스마트 모빌리티’
정 회장이 그리는 현대차의 미래는 제조업 중심의 기업을 넘어서 ‘M.E.C.A(모빌리티·전동화·커넥티비티·자율 주행)’로 미래차 시장 주도권을 확보해 ‘스마트 모빌리티’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취임사에서 “세상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이동수단을 구현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수소를 인류 미래 에너지 솔루션으로 자리 잡게 하고, 로봇,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스마트시티 같은 상상 속의 미래 모습을 더욱 빠르게 현실화시켜 인류에게 한 차원 높은 삶의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 회장의 미래 전략 핵심이 바로 수소 사업을 통한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이다. 최근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이 전기차로 이동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다소 의문점이 들 수도 있는 행보다. 그러나 현대차는 두 수 앞을 더 내다본다는 전략이다.
수소차는 물 외에 오염물질이 발생하지 않으며 전기차보다 더욱 가볍다. 일반 차량은 물론 상용차로 활용되기에도 적합하다. 정 회장이 궁극적으로 친환경 에너지 ‘수소’를 활용한 항공, 기차, 선박 등 모든 수송영역을 아우르는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업계에서도 현대차가 수소 모빌리티 산업에서 충분히 선취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1998년부터 시작된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사업부문은 2010년 핵심부품 모듈화에 성공했으며 지난 2018년에는 세계 최초 수소차인 ‘넥쏘’를 출시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현재 세계 1위의 수소차 기업이기도 하다. 시장조사업체 SNE 리서치가 발표한 글로벌 수소차 점유율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기준 현대차는 점유율 73.8%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도요타(11.5%), 혼다(2.8%)가 각각 2, 3위로 뒤따르고 있지만 현대차가 압도적으로 높은 점유율을 보인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는 전 세계에서 수소연료전지차 등을 최고 수준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회사”라고 했다.
현대차는 기술력과 시장경쟁력, 그리고 본격적인 정 회장의 ‘스마트 모빌리티’ 전략을 통해 현대차의 세대 교체를 본격화 한다는 입장이다.
■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정조준
‘정의선 체제’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적극적인 미래산업 투자다. 지난해 밝힌 60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 계획과 함께 정 회장이 현대차를 이끌면서 늘어난 투자 건수를 보면 현대차의 적극적인 투자 기조 변화를 알 수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0~2017년까지 현대자동차는 연간 10회 미만의 투자 건수를 보였다가 2018년부터 조금씩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8년에는 14회 였던 투자 횟수가 2019년에는 22회, 지난해에는 16회로 꾸준히 두 자리수 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2018년 현대차 수석부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적극적인 투자 확대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정 회장은 자율주행 스타트업, 차량 공유기업, 플랫폼 서비스 등 제조를 넘어 기술 및 서비스 영역까지 발을 넓히고 있다.
투자 형태도 다양하다. 최근에는 미국 자율주행 기업 '앱티브'와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차량 설계 및 제조,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 분야에서 탁월한 역량을 보유한 현대차그룹과 자율주행 SW(소프트웨어) 분야 최고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앱티브가 손 잡음으로써 기술 개발 시너지 효과는 극대화될 전망이다. 이 밖에 스위스의 자율주행 서비스 플랫폼기업 ‘베스트마일’ 인수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앞서 밝힌 6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 중 미래 사업 역량 확보를 위해 23조5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라며 “전동화·자율주행·플랫폼·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분야에서 M&A(인수합병), JV(합작법인),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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