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저조했던 롯데주류, '수제 맥주 열풍' 타고 날아오를까?

강소슬 기자 입력 : 2021.05.04 08:46 ㅣ 수정 : 2021.05.04 08:46

'제주맥주'·'곰표밀맥주'와 협업 결정 / 30%대 불과했던 공장 가동률 향상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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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 [사진=롯데칠성음료 / 그래픽=강소슬 기자]

 

[뉴스투데이=강소슬 기자] 국산 수제맥주 시장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17년 433억원에서 지난해 1180억원으로 3년만에 2.7배 급성장했다. 

 

국내 맥주업계 3위인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이하 롯데주류)도 이같은 추세에 발맞춰 수제맥주 시장에 뛰어든다. 정부의 주류 규제 완화로 올해부터 수제맥주 위탁생산(이하 OEM)이 가능해지자, ‘제주맥주’와 ‘곰표 밀맥주’ 등의 OEM을 맡기로 한 것이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주류의 지난해 공장 가동률은 20~30%대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OEM을 맡으며 그만큼 공장 가동률을 높일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캔 맥주 생산에 한계가 있었던 소규모 수제 맥주사도 생산을 늘릴 수 있어 서로 윈윈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 일본 불매운동 이후 수입 맥주 수요 급감, 수제맥주가 빠르게 대체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수입 맥주는 2014년 1억1169만달러(한화 1254억원)에서 2018년 3억968만달러(한화 3476억원)까지 증가했지만, 꾸준히 매출이 줄어 2020년에는 2억2686만달러(한화 2548억원)를 기록했다.

  

‘4캔 1만원’에 판매되며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수입맥주는 지난 2019년 일본 제품 불매운동 이후 일본 맥주 수요가 급감하면서 매출이 크게 줄었다. 

 

국산 수제맥주가 그 자리를 대체했다. 수제맥주 역시 편의점과 마트 등에서 쉽게 접할 수 있게 됐고, 수입맥주처럼 ‘4캔에 1만원’ 행사를 진행했다. 과거와는 다르게 가격 경쟁력도 갖추게 되자 홈술을 즐기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국산 수제맥주 규모는 1180억원으로 지난 2017년 433억원과 비교해 3년 만에 2.7배 성장했다. 수제맥주협회는 시장규모가 2023년 37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제맥주 업체 중 국내 1위인 제주맥주 매출이 가장 가파르게 증가했다. 2017년 22억원에서 2020년 335억원으로 15배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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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롯데칠성음료가 OEM하게 되는 제주맥주와 곰표 밀맥주 [사진=각사]

 

■ 공장 가동률 낮은 롯데주류, 수제맥주 브랜드와 상생

 

수제맥주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수요도 늘고 있지만, 소규모 수제맥주사는 원재료 수급, 설비 투자와 생산 시설의 한계로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CU에서 판매한 ‘곰표 밀맥주’의 품절 대란이었다.

  

롯데주류가 국내 수제맥주 업계 1위인 제주맥주 등과 손잡고 OEM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수제 맥주를 대량 공급하는 한편, 공장 가동률도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롯데주류가 5월 한 달 동안 OEM을 통해 공급하는 곰표 밀맥주 물량은 총 300만개로, 이는 기존에 월 20만개를 공급하던 것과 비교해 15배 이상 늘린 규모다.

 

롯데주류가 수제맥주를 공급할 수 있게 된 건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주류 구제 개선방안’에서 주류 제조 면허를 가진 제조사가 타 제조업체의 시설을 이용한 주류 OEM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줬기 때문이다. 

 

주세법이 개선되자 롯데주류는 ‘수제맥주 클리스터 조성’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업계 1위와 2위인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와 달리 공장 가동률이 저조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주류가 생산을 맡으면 소규모 수제맥주사들은 생산설비 확장 없이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해진다. 롯데주류도 멈춰있던 공장 시설을 돌려 수익을 낼 수 있게 된다.

 

만약 대량 생산된 곰표 밀맥주가 완판을 한다면 편의점 역사상 처음으로 수제 맥주가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를 통틀어 맥주 판매량 1위를 기록하게 된다. 

 

롯데주류를 통해 생산량을 늘리는 제주맥주는 이달 중 코스닥 시장에 상장을 할 예정이다. 공모 자금의 일부는 동남아 진출을 위한 투자비용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베트남 진출도 꿈꾸고 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수제맥주 제조사들과 상생하기 위해 지난해 ‘수제맥주 클리스터 조성’ 프로젝트를 검토하게 됐다”면서 “충주 1공장에서 수제맥주 OEM을 하게 되면, 소규모 수제맥주사들은 기존 양조장에서 새로운 제품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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