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벌레는 옛말? 일본 노동생산성 해마다 추락 소식에 위기감 커진 스가 정부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스가 정부가 추진 중인 중소기업 재편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노동생산성이 해마다 떨어진다는 보도에 일본이 충격을 받았다.
스가 정부는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성장전략회의를 거듭하며 강한 중소기업 만들기에 치중하고 있지만 이를 견제하려는 일본 상공회의소 간의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먼저 중소기업 개혁을 부르짖는 스가 총리 뒤에서 브레인으로 활동하는 전문가는 데이비드 앳킨스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일본학을 전공한 뒤 골드만삭스에서 일본경제 애널리스트로 이름을 알린 그는 저임금 노동에만 의존하는 기업들은 일본 사회는 물론 노동자들에게도 해가 된다며 차라리 도산하는 게 낫다고 주장한다.
스가 총리는 그의 의견을 적극 받아들여 새로운 정권이 출범한 직후인 작년 9월, 경제산업상을 불러 중소기업의 재편을 촉진하고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정책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동시에 업종별 자본금과 종업원 수를 정한 중소기업 기본법의 개정도 함께 추진하려 하였는데 중소기업의 범위를 다시 정립함으로써 성장 동기를 자극하는 동시에 기업 간의 합병과 매수를 촉진하는 세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데이비드를 포함한 총리 주변의 경제전문가들은 종업원들의 급여도 충분히 지급하지 못하면서 정부보조금에만 의지하는 중소기업들이 너무 많다고 지적하면서 이런 기업들이 계속 살아남는다면 일본의 생산성과 경쟁력은 후퇴만을 거듭할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당장 중소기업들을 대표하는 일본 상공회의소는 크게 반발하는 모습이다. 성장전략회의에서 데이비드 앳킨스가 일본 중소기업들의 노동생산성이 낮은 이유는 규모가 작기 때문이라며 자본금 제도를 폐지하고 중소기업의 정의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일본 상공회의소의 미무라 아키오(三村 明夫) 대표는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낮다고 하는데 일본은 대기업도 포함해서 모두가 생산성이 떨어진다’며 물귀신 작전을 펼치기도 했다.
여기에 기업 간의 합병과 매수가 발생할 경우 인원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기 때문에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노동자들이라는 것이 상공회의소의 입장이다.
특히 일본 중소기업들은 전통적으로 자민당의 주요 지지기반이었기 때문에 적절한 공감과 동의 없이 무턱대고 재편을 추진했다간 안 그래도 지지율이 낮은 현 정권은 여론의 역풍을 맞기 십상이다.
데이비드 앳킨스 역시 상공회의소의 이런 입장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자신의 저서인 국운의 분기점(国運の分岐点)에서 일본 상공회의소를 ‘임금상승 반대를 내건 일본 최대 규모의 압력단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이에 대해서도 미무라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다만 올해 들어서는 계속되는 코로나의 영향으로 중소기업 재편을 둘러싼 논의도 잠시 쉬어가는 모양새다. 총리 관저 내에서도 ‘지금은 중소기업 개혁이 불가하다.
정부 일각에선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는 것만으로도 버겁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스가 총리의 중소기업 정책도 추진력을 완전히 상실한 채 표류하는 상태다.
한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노동생산성은 OECD 국가 중 11위로 12위인 한국보다는 한 계단 앞서있지만, 월드뱅크 2019년 자료에 따르면 일본 노동생산성은 전세계 34위로 31위인 한국보다 뒤쳐진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