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1.05.11 10:28 ㅣ 수정 : 2021.05.11 10:30
입사지원서 제출하자마자 탈락 속출, 출신대학 입력하면 기업설명회 있던 자리마저 갑자기 만석표시 등 노골적 차별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일본 취준생들 사이에서는 유명 대기업들이 저마다 다른 기준의 학력필터를 갖고 있다는 이야기가 무성하다. 출신대학에 따라 누군가는 인턴쉽부터 기업설명회를 무난하게 거쳐 입사합격을 손에 쥐는 한편 누군가는 인턴쉽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넘사벽을 실감하면서 발길을 돌려왔기 때문이다.
이는 취준생들의 경험담에서도 확인이 가능한데 HR종합연구소가 올해 입사한 신입사원들에게 취준생 시절 학력필터가 있다고 느꼈었는지 묻는 질문에 절반정도(문과 51%, 이과 43%)가 실제로 느꼈다고 답했다.
기업들이 가장 흔히 사용하는 학력필터 중 하나는 입사 가능한 최저 레벨의 대학을 설정하고 그 밑으로는 무조건 탈락시키는 방식이다.
기업들은 과거에 채용했던 신입사원들의 출신대학을 표시하고 있는데 여기에 자신의 대학명이 없다면 입사지원서를 제출해봤자 바로 탈락이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다.
‘입사하고 싶었던 기업이 같은 대학 출신을 채용했던 사례가 없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입사지원 단계에서 바로 탈락했다’ / 아이치대학(愛知大学) 문과생
‘채용했던 대학이 와세다(早稲田)랑 게이오(慶應)밖에 없었고 역시나 탈락했다’ / 아오야마가쿠인대학(青山学院大学) 문과생
최근에는 인턴쉽이 보편화되면서 입사지원과 마찬가지로 인턴쉽에도 학력필터가 작용했다고 느끼는 취준생들이 많아졌다.
기업설명회 역시 마찬가지다. 기업들은 모든 학생들을 평등하게 대한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좋은 대학이 아닐 경우 설명회장에 발도 못 들여놓는 경우가 있었다. 특히 기업설명회 참석자들에게만 입사지원 기회를 제공하는 기업들도 아직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사실상 문전박대라고 할 수 있다.
‘설명회 알람이 와서 바로 접속했지만 만석으로 표시되었다. 도쿄에 사는 유명대학의 친구는 더 늦게도 참가신청이 가능해서 좌절했다’ / 코난대학(甲南大学) 문과생
반대로 주요 국립대학이나 와세다 또는 게이오대학 출신들은 너무나 손쉽게 통과하는 입사지원이 의아할 정도라고 이야기한다.
‘엉망으로 쓴 입사지원서가 통과되어서 학력필터가 있다고 느꼈다’ / 게이오대학(慶應義塾大学) 문과생
‘같은 내용의 입사지원서를 제출했는데 다른 대학 친구는 떨어지고 나는 붙었다’ / 오사카대학(大阪大学) 이과생
여기서 더 나아가 여학생들은 학력필터 뿐만 아니라 남녀필터도 존재한다고 답했는데 의견만 들어보면 확실히 남녀차별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입사지원서를 제출한 바로 다음 날 탈락통보가 왔다. 대기업이었기 때문에 수많은 지원자들의 입사지원서를 하루 만에 읽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힘들다’ / 가쿠슈인여자대학(学習院女子大学) 문과생
물론 모든 대기업들이 학력필터를 사용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한 예로 소니는 1991년부터 학력불문 채용을 시작하면서 학력 기입란을 없애는 대신 지원동기나 실적 등을 담은 입사지원서의 분량을 늘리고 더 엄격히 평가하기 시작했고 취준생들 역시 입사지원서가 소니에 들어가기 위한 가장 큰 관문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유명 대기업들이 학력필터 사용을 의심받고 있고 특정대학 출신들만 입사하는 사례가 계속되는 한 취준생들이 느끼는 불합리와 차별은 쉽게 불식되지 않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