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HMM(옛 현대상선)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이 회사 전환사채(CB)를 쥐고 있는 산업은행이 고민에 빠져있다.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막대한 지분가치를 인정받게 되지만 채권단의 지분가치가 너무 높아지면 정부가 구상하는 HMM 매각작업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HMM 인수가능 기업으로 거론되는 포스코와 현대글로비스, CJ 등도 산업은행의 전환사채 주식전환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3000억원 규모의 HMM 190회차 전환사채 만기가 6월30일로 다가오면서 주식 전환 비율을 놓고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원금과 이자를 합산해 HMM으로부터 3300억원을 일시에 받을 수 있지만 현재 높아진 HMM 주가를 고려하면 주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비교가 안될 정도로 유리하다.
발행 당시 3600원 수준이던 HMM 주가는 11일 종가 기준 4만4400원으로 1130% 올랐다.
HMM은 컨테이너선 수요 폭등에 힘입어 최근 초호황을 누리고 있다. 업황이 좋아서 향후에도 현 주가 수준을 유지하거나 추가로 오를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산업은행은 다음달 29일까지 이 전환사채를 주당 5000원에 전환할 수 있고, 같은달 30일부터 시장에 매도할 수 있다.
산업은행이 전환사채를 전부 주식으로 전환하면 6000만주가 더 늘어나 지분율은 24.9%로 올라간다.
전환된 주식을 매각할 경우 산업은행은 주당 4만원, 대략 2조4000억원 가량의 차익을 남길 수 있다.
혈세를 투입한 HMM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면서 산업은행은 투자한 돈의 몇 배를 거둬들일 수 있게된 것이다.
하지만 차익만 생각할 수는 없다. HMM은 유일한 국적선사이기 때문이다. 해운업의 장래를 생각하면 HMM은 지금과 같은 채권단 체제 보다는 민간 쪽으로 경영권이 완전히 넘어가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려면 산업은행이 적당한 지분을 쥐고 매각작업에 나서야 하는데, 지분이 너무 높으면 매각이 어려워질 수 있다.
산업은행이 HMM 전환사채 일부를 주식으로 전환하고 일부는 상환하거나 전환사채 혹은 BW(신주인수권부사채) 등으로 재융자한 후 매각작업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HMM 인수대상으로는 사업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포스코와 현대글로비스, CJ 등이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