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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획:이재명의 취약노동자 조직화사업(3)

빠르게 진화하는 ‘안양군포의왕과천 비정규직 센터’, 이재명 실험의 바로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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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식 기자
입력 : 2021.05.13 06:40 ㅣ 수정 : 2021.05.13 09:15

4차산업혁명시대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워가고 있지만 동시에 ‘제3의 노동문제’를 잉태하고 있다. 플랫폼노동자, 배달노동자, 초단기계약직 노동자 등을 양산 중이다. 이들은 노동3권의 사각지대에 있다. 법적으로 개인사업자 혹은 특수고용직 노동자이다. 가장 힘없는 노동자들이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이들의 이익추구를 돕는 정책을 ‘취약노동자 조직화사업’이라고 명명했다. 자력으로 이익단체를 결성할 힘도 구심점도 없는 새로운 노동계층이 ‘이해대변 조직’을 결성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대기업 산별노조가 자생적 조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취약노동자 조직화사업은 실험적 노동정책이다. 그 실험의 현재와 가능성을 5회에 걸쳐 진단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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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B 아파트 해고 경비원들이 지난 3월 ‘안양군포의왕과천 비정규직 센터'의 지원을 받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안양군포의왕과천 비정규직 센터']

 

[뉴스투데이=민경식 기자] 이재명 경기도 지사의 ‘취약노동자 조직화 사업’은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 노동운동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안양군포의왕과천 비정규직 센터(이하 ’비정규직  센터‘)’는 그 바로미터가 되는 사례이다. 

 

‘비정규직 센터’는 지난 해 안양지역 A아파트의 경비원 체불임금 4억6000만원이 추석전에 지급될 수 있도록 중재능력을 발휘했다. 신구입주자대표 간의 갈등으로 인해 경비원들이 겪었던 불이익을 해소한 것이다. ▶뉴스투데이 5월 4일자 ‘[심층기획:이재명의 취약노동자 조직화사업(1)] 안양 아파트 노동자 체납임금 해결의 3가지 시사점’ 참조 

 

A아파트는 이후 새입주자대표회의가 구성돼 임금체불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소됐다. 

 

■ 체불임금 해결한 '비정규직 센터', '아파트 노동자 협의회' 결성해서 불법해고 등 근본문제 돌파에 집중

 

‘비정규직 센터'는 올해 활동목표의 수준을 높였다. 아파트 경비원의 불법해고, 불법파견 등과 같은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하는 데 역점을 두기로 했다. 

 

이를 위해 ’아파트 노동자 협의회‘를 결성했다. 열악한 사회경제적 여건으로 인해 결속력을 가지기 어려운 아파트 경비원들이 노조의 초기형태로 볼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낸 것이다. 

 

비정규직 센터의 운영위원인 신영배(58)씨는 12일 뉴스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안양지역 아파트에서 매일같이 1~2명,  많게는 10여명의 경비원 부당해고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아파트 경비원의 조직화는 불법해고를 막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2월 말 안양지역 B아파트에서는 16명의 경비원이 일제히 해고통보를 받았다. 새 용역업체가 기존 경비원 전원에 대한 고용승계를 거부한 탓이다. 억울함을 호소할 길이 없었던 해고 경비원들은 ’비정규직 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센터는 이들과 1개 월동안 ’부당해고 반대 및 원직복구‘ 시위를 벌였다. 신씨는 “취약한 개인에 불과한 아파트 경비원들이 힘을 합쳐 1달 동안 1인 시위를 벌인 것은 전국적으로 유례가 없었던 일”이라면서 “지난해 경기도의 취약노동자 조직화사업의 결과로 아파트 노동자 협의회가 결성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B아파트측은 반응하지 않았다. 

 

경기도 노동국, 고용노동부 안양 지청등 중재에 나섰던 정부 당국은 중재안을 제시했다. 해고 경비원 16명이 원직복귀 요구를 취소하는 대신에 아파트측이 사과 및 재취업지원을 해달라는 대안이었다. 경비원들로서는 백번 양보해서 마련한 양보안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묵살됐다. 

 

■ 정공법 선택, 노동부에 안양 B아파트 특별근로감독 요청

 

결국 비정규직 센터는 정공법을 선택했다. 경기도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내는 한편 고용노동부 안양지청에 B아파트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다. 

 

신영배씨는 “대한민국 아파트 경비원은 거의 전부가 불법파견 형태로 볼 수 있다”면서 “경비용역업체는 경비원을 관리할 직원이나 사무실도 없는 페이퍼 컴퍼니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안양지청이 특별근로감독을 하면 이 같은 문제들이 고스란히 드러날 것이라는 판단인 셈이다. 

 

신씨는 “현행법상 경비용역업체가 아니라 실제 사용업체인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용역업체가 경비원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면서 “결국 B아파트 해고사태는 경비용역업체가 노동자를 불법파견했다는 점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설명했다.   

 

■ 노동부의 '감시단속근로자' 승인은 '전형적인 탁상행정', 살인적 24시간 근무 강요

 

고용노동부가 아파트경비원을 ’감시단속근로자(이하 ‘감단 근로자’)‘로 승인하는 것은 경비원에게 불이익을 강요하는 또 다른 편법이라는 게 신씨의 주장이다. 

 

우리나라 아파트 경비원이 현실적으로 감시단속만 하는 경우는 0%이다. 업무의 70~80% 이상은 택배 및 주차관리, 분리수거 및 청소 등의 기타업무에 해당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는 아파트경비원 중 98% 정도를 ’감단 근로자‘로 승인해주고 있다.

 

’감단 근로자‘가 되면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한다. 하루 8시간 근무, 법정 휴일 및 휴게시간 등의 혜택에서 제외된다. 감시단속이 단순 노동이므로 근로기준법을 적용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이다. 때문에 아파트  경비원들은  24시간 맞교대라는 살인적인 근무를 강요당하고 있다. 

 

신씨는 “모든 통계연구와 실태조사는 아파트 경비원이 감단 근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면서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을 나가면 감단 근로자 승인을 취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감단 근로자 승인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산물이라는 지적이다. 

 

경비원이 감단 근로자가 아니라는 정부당국의 유권해석이 나올 경우 경비원들은 체불임금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통상임금의 30% 정도로 추정된다.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안양의 B아파트 경비원들이 감단 근로자가 아니라는 판단이 나올 경우, 그 여파는 전국의 아파트로 확산될 것이라는 게 신씨의 전망이다. 

 

■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 시행되는 오는 10월엔 '새로운 싸움'을 시작해야 

 

변수는 남아있다. 국토교통부가 발의한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돼 오는 10월 시행될 예정이다. 이 개정안의 핵심 중의 하나가 아파트 경비원이 경비이외의 부수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합법화하는 것이다. 경비원이 감단 근로자가 아니라는 현실을 법제화하는 내용인 셈이다. 

 

이렇게 되면 노동부는 더 이상 아파트 경비원을 감단 근로자로 승인할 수 없다. 신씨는 “그때가 되면 경비원들은 청소, 분리수거등의 부수업무에 대한 노동의 대가를 요구할 수 있게된다”면서 “결국 아파트 관리비가 30% 정도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리비 인상은 경비원의 고용불안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따라서 CCTV 등의 증가로 불필요해진 경비원의 야간경비 시간을 줄이는 '근무제도 개편'을 한다는게 ’비정규직 센터‘의 전략이다. 신씨는 “현재의 24시간 교대제를 1일 2교대제로 하고 현재 수준의 임금을 받을 수 있다면, 아파트 경비원도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0월이 되면 아파트 경비원들이 '새로운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는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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