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론 정치가 우릴 죽일 것이다’ 한 출판사의 날선 신문광고에 일본사회 발칵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백신도 없다. 약도 없다. 죽창으로 싸우라는 소리인가. 이대로는 정치가 우릴 죽일 것이다’
언뜻 보면 인터넷의 익명게시판에나 올라오는 극단적인 정부 비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엄연히 아사히(朝日), 요미우리(読売), 닛케이(日経)와 같은 메이저 신문사들을 통해 전국으로 배포된 정식 신문광고다. 광고에 적힌 내용은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우리들은 속고 있다. 지금까지의 1년은 대체 뭐였단 말인가. 언제까지 자숙하면 되는건가. 참기대회는 이제 끝냈으면 한다. 지저분한 변명을 하지마라. 무리한 요구만 하고 어느 것 하나 바뀌지 않지 않았는가. 지금이야말로 분노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신문 두 페이지를 가득 채운 사진은 다름 아닌 태평양전쟁 말기에 미군에 대항할 군사력이 부족해지자 민간인 여성과 아이들에게 죽창을 쥐어주고 훈련을 시키던 참혹한 시절의 일본이다. 그리고 사진 한가운데에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일장기처럼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대담하고 직설적이고 강렬한 비판을 담은 광고가 주요 신문사들을 통해 대대적으로 전파되자 일본 여론은 말 그대로 폭발했다.
광고를 싣지 않은 다른 언론사들도 앞 다투어 관련 내용을 보도하며 국민들이 억눌러온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고 일본인들 역시 SNS 등을 이용하여 해당 광고와 기사 모두를 재확산시키며 다양한 의견들을 쏟아내고 있다.
기업들의 정부비판이 금기시되는 일본사회에서 이토록 공격적인 광고를 게재한 곳은 패션과 오락관련 잡지 등을 주로 발간하는 출판사 타카라지마(宝島社)다.
도쿄 치요다구(千代田区)에 본사가 있는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기업으로 한국에서는 인지도가 없다시피 하지만 일본 내에서는 90년대 후반부터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신문광고를 적극적으로 게재해왔기 때문에 이번 광고도 100% 돌발적인 행동은 아니었다.
타카라지마의 홍보담당자는 이번 광고의 게재 이유에 대해 ‘도쿄, 교토, 오사카, 효고에서 발령된 긴급사태선언과 그 외 지역에서 실시된 만연방지 중점대책의 마지막 날이 11일이었다. (그리고) 연장이 결정되면서 세간의 코로나 대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타이밍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많은 일본 신문사들 중에 아사히, 요미우리, 닛케이의 3곳에만 광고를 의뢰한 이유에 대해서는 ‘아사히신문은 정부정책과 방침을 추궁하는 기사가 많은 것으로 잘 알려진 신문사로 이번 광고와의 친화성(親和性)을 의식했다.
요미우리는 폭넓은 구독층에게 효율적인 호소가 가능하다 판단했고 닛케이는 경제활동이 한창인 세대들에게 (코로나가) 자신의 일이라고 의식하게 만들고 싶어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광고를 담은 신문이 배포된 후의 뜨거운 반응들에 대해서도 이미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듯이 ‘항상 많은 의견과 반향을 받아 왔지만 (이번 광고는) 특히 SNS 상에서 과거에 비할 수 없을 정도의 반향이 있었다’고 밝혔다.
동시에 (타카라지마의) 광고는 기업으로서 지금 사회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테마로 하고 있으며 광고를 본 사람들이 무언가가 마음에 걸리고 한번쯤 생각할 수 기회를 만드는 것이 주 목적이라고 밝힌 만큼 앞으로도 비슷한 광고를 계속 내보낼 것임을 예고했다.
다만 기업들은 물론이고 유명인사들도 이번 광고와 국민들의 반응들에 대해서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침묵을 유지하며 정부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곡을 찌르는 날선 광고가 이번에도 찻잔 속의 태풍으로만 끝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