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주 기자 입력 : 2021.05.15 10:17 ㅣ 수정 : 2021.05.17 17:18
화이자 위탁생산설 전면부인했던 삼바, 모더나 위탁생산설에 대해선 '유보적 부인'
[뉴스투데이=김연주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제약사 모더나와 코로나19 메신저 리보핵산(mRNA)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맺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부인'했다. 하지만 모더나가 한국에서 위탁생산을 할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가장 유력한 후보라는 게 시장의 일반적 관측이다.
물론 겉으로 드러난 상황은 오리무중이다. 당초 mRNA 백신을 위탁생산할 가능성이 큰 국내 업체로 한미약품, 에스티팜, GC녹십자가 거론된 바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또한 ‘세계 1위 CMO(위탁생산업체) 기업’이라는 명성에 따라 위탁생산이 가능한 업체로 거론돼왔지만, 공장이 풀가동 상태라 코로나백신을 생산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았다.
더욱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4일 모더나 mRNA백신을 국내에서 위탁생산한다는 언론의 보도에 “현재 확정된 바 없어 확인이 불가하다”며 “추후 확인이 가능한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일종의 '유보적 부인'인 셈이다.
앞서 화이자의 코로나 백신을 위탁생산한다는 또 다른 보도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런데 모더나 위탁생산 건에 대해서는 부인하지도, 시인하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미묘한 차이가 감지된다. 사실상 모더나와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추진한다는 뜻이 아니냐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모더나가 국내 다른 CMO 기업이 아닌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 삼바, 세계 최고기술을 보유한 최대규모 CMO 기업
첫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한 최대 규모의 CMO 기업이라는 점이다. 삼성은 전 세계 CMO 물량 132만 리터 중 36만 4000리터를 생산하고 있다. 전체 28%다. 글로벌 CMO 기업인 스위스 론자(26만리터), 베링거인겔하임(24만리터)을 넘어섰다.
연구결과가 나온 사항은 아니지만, mRNA백신이 다른 백신보다 더 안정성이 높다는 인식이 세계적으로 퍼지면서 mRNA백신 수요는 커지고 있다. 화이자는 올해 코로나19 백신 판매로만 29조원 넘는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지난 2월 초 발표한 전망치보다 73% 늘어난 수치다.
모더나는 그동안 미국 매사추세츠주 공장 외에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CMO인 스위스 론자에서만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해왔다. 향후 늘어날 수요를 대비해야 하는 만큼, 세계 1위 생산능력을 보유한 삼성바이로직스를 선택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 세계최대 규모 단일공장인 삼바의 제 4공장 2023년 가동...변이 바이러스 물량 대응 가능
둘째, 향후 백신생산 물량의 지속적 증가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백신 생산을 맡길 안정적 공급처이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이 진행되는 와중에 한쪽에서는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 기존 백신의 면역 지속력도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코로나19 백신을 꾸준히 맞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
삼바는 2023년 초 가동을 목표로 제4공장을 건립 중이다. 이 공장은 단일 공장으로 세계 최대인 3공장보다 7만 6000리터가 더 큰 25만 6000리터 규모에 달한다. 모더나로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게 장기적 위탁생산을 맡기면 향후 늘어나는 물량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
■ 삼바, 모더나에 백신 플랫폼 제공한 GSK와 네트워킹 보유
셋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백신생산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노바백스, 모더나의 백신은 모두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항원보강제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항원보강제 기술은 백신의 면역반응을 강화함으로써 백신 1회 투약분의 양을 현저하게 감소시킨다. 백신을 단기간 내 대량생산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기술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GSK와 오는 2027년까지 2억 3100만 달러의 바이오의약품을 위탁생산하는 CMO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항원보강제 기술과는 별개지만 GSK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GSK의 네트워크 중에는 트럼프 정부에서 ‘초고속 개발팀’의 백신 개발 책임자로 지난 1월까지 일했던 몬세프 슬라위 박사가 있다. 슬라위 박사는 GSK에서 30년간 일하다가 2017년 이곳을 떠나 모더나 이사회에서 일한 바 있다.
그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세계 여러 제약바이오기업과 CMO 계약을 체결하면서 형성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글로벌 백신생산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었고, 모더나와의 mRNA백신 위탁생산 계약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