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창조는 인간 전유물?…"아니다"고 외치는 LG, '초거대 AI'에 1천억 투자
배영훈 AI연구원장 "조 단위 인공신경망 구축 목표로 개발 진행" / "상위 1% 전문가보다 뛰어난 AI 설계하는 데 모든 역량 총동원"
[뉴스투데이=양대규 기자] 유발 하라리는 지난 2015년 발간한 저서 '사피엔스'에서 "한 번도 보거나 경험하지 못한 것을 상상하고 믿는 '인지 혁명'이 인류 문명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말도 '구시대의 유물'이 될 지도 모른다.
LG AI연구원 등이 인간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창조의 영역에 초거대(Hyperscale) 인공지능(AI)으로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배영훈 LG AI연구원장은 13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AI 토크 콘서트'에서 "초거대 AI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AI를 창조의 영역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앞서 배 원장은 지난 3월 칼럼을 통해 "초거대 AI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발명품에 견줄 수 있을 만큼 우리 삶의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중요한 혁신"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재의 AI는 머신러닝(기계학습), 그 중에서도 딥러닝(심층학습)을 통해 고도의 성장을 이뤘다. 딥러닝은 수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학습하는 머신러닝 기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데이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AI는 더욱 똑똑해진다.
반면 초거대 AI 기술은 말 그대로 기존의 빅데이터(Big Data)를 능가하는 '하이퍼스케일' 규모의 데이터를 활용해 딥러닝 기법으로 AI를 학습시킨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초거대 AI 기술로는 미국 AI연구소인 오픈AI의 GPT-3가 있다. GPT-3는 현존하는 가장 높은 성능의 초거대 AI 언어 모델로 1750억개의 파라미터를 사용해 계산한다. 파라미터는 인간의 뇌에서 뉴런을 연결해 정보를 학습하고 기억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시냅스와 유사한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배 원장은 "지난 2016년 딥마인드의 알파고가 한국 사회에 큰 파문을 던진 이래 딥러닝 기반 AI 기술은 빠른 속도로 그 저변을 넓혀왔다"며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챗봇(채팅 로봇)'과 영상인식 기반의 '자율주행 자동차' 등 우리에게 친숙한 분야 외에도 △신물질 발굴 △신약 개발 △제품 설계 최적화 △공정자동화 △미래수요 예측' 등 기업의 다양한 사업 영역에 눈부신 속도로 활용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5월 오픈AI가 발표한 GPT-3의 1750억개 파라미터 수를 훌쩍 뛰어넘는 조 단위 규모의 인공신경망 구축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며 "올해 가을 그 결과물을 공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다수의 AI 기업들이 조 단위 규모의 인공신경망 구축을 목표로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최근 서울대 등과의 협업을 통해 GPT-3를 능가하는 '한국어판' 초거대 AI를 개발하고 있으며, 일부는 네이버 검색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최근 구글이 1조6000억개의 파라미터를 가진 AI 모델을 개발했으며, 오픈AI는 약 100조개의 파라미터를 가진 GPT-4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LG그룹 단독으로 해당 기술을 개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AI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초거대 AI'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데이터와 컴퓨팅 리소스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국내에서 초거대 AI를 개발하는 네이버는 국내 최대의 한국어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고성능 데이터센터(DC)를 구축했다. 오픈AI는 GPT-3의 계산을 위해 전 세계 2위 규모의 DC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 컴퓨팅 리소스를 이용했다.
LG는 지난해 AI연구소를 공식으로 출범했다. 아직 하이퍼스케일 데이터 수집과 이를 연산할 컴퓨팅 리소스를 공급할 여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LG 관계자는 "(하드웨어는) 자체 구축과 외부 임대로 같이 병행해서 갈 계획"이라며 "데이터는 최대한 확보할 계획이다. 데이터 확보를 위해 협력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관련 파트너사들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 중"이라며 "확정되면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LG는 초거대 AI 개발을 위해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 AI 연구원 렉스 프리맨 박사는 GPT-3의 사전 학습비용을 약 4600만달러(한화 약 522억원)로 계산했다. GPT-3보다 더 많은 파라미터를 연산하는 LG 초거대 AI의 비용은 더 많이 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배 원장은 "LG AI연구원은 초거대 AI가 보여준 새로운 가능성을 바탕으로 상위 1%에 속하는 전문가들보다 더 뛰어난 AI를 설계하는 데 모든 역량을 총동원할 계획"이라며 "특정 분야별로 뛰어난 성능을 보이는 AI를 각각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 수준의 지능을 보유한 AI를 개발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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