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기획:이재명의 취약노동자 조직화사업 (5)] 국회입법 과제 던졌다

민경식 기자 입력 : 2021.06.08 14:40 ㅣ 수정 : 2021.06.08 16:35

이재명 지사가 던진 화두, 근본문제 해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국회의 입법권력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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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시대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워가고 있지만 동시에 ‘제3의 노동문제’를 잉태하고 있다. 플랫폼노동자, 배달노동자, 초단기계약직 노동자 등을 양산 중이다. 이들은 노동3권의 사각지대에 있다. 법적으로 개인사업자 혹은 특수고용직 노동자이다. 가장 힘없는 노동자들이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이들의 이익추구를 돕는 정책을 ‘취약노동자 조직화사업’이라고 명명했다. 자력으로 이익단체를 결성할 힘도 구심점도 없는 새로운 노동계층이 ‘이해대변 조직’을 결성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대기업 산별노조가 자생적 조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취약노동자 조직화사업은 실험적 노동정책이다. 그 실험의 현재와 가능성을 5회에 걸쳐 진단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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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2년째 수행하고 있는 '취약노동자 조직화사업'은 플랫폼 노동자, 아파트 경비원, 중소기업근로자들이 삶의 조건을 개선해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취약노동자들이 당면한 근본 문제를 해결해나가려면 중앙정부와 국회의 입법 지원이 절실하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사진=경기도]

 

[뉴스투데이=민경식 기자] 2년차로 접어든 이재명 경기도 지사의 ‘취약노동자 조직화사업’은 권리 사각지대에서 살아가는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선물하고 있다. 체불임급 지급 등과 같은 당면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각을 안겨줬을 뿐만 아니라 삶의 조건을 향상시키기 위한 공동 목표를 갖도록 견인해주었다. 

 

경기도가 지원대상으로 삼고 있는 취약노동자는 플랫폼 노동자, 아파트경비원, 50인 미만 중소기업 근로자 등이다. 이들은 시장경제에서 ‘소외된 개인’에 불과하다. 하지만 경기도라는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이익단체를 지탱하고 이끌어나갈 수 있는 힘을 갖게 된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과제를 던지고 있다. 그 과제들은 경기도라는 지방자치단체의 노력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려운 내용들이다. 

 

취약노동자들이 권리를 근본적으로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국회 입법’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취재과정에서 드러났다. 즉 행정부와 국회라는 중앙권력이 문제의 심각성 및 입법의 미비함을 자각하고 취약노동자들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한 입법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은 이 지사의 취약노동자 조직화사업이 거둔 가장 중요한 성과물이다.  

 

■ 경기지역대리운전노동조합 사례=대리기사업체의 ‘보험료 갑질’ 해결하려면 금감원의 ‘보험단일화’권고 입법화돼야 

 

경기지역대리운전노동조합의 경우 대리기사업체의 ‘보험료 갑질’을 해결하기 위한 입법조치가 절박한 실정이다. 한기석 위원장에 따르면, 대리기사들은 대리기사보험을 회사에서 지정해주는 보험회사에만 들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보험을 드는 것보다 훨씬 고비용이다. 한 위원장은 매월 보험료로 13만원을 내는 데 개인보험으로 바꾸면 4만원이 줄어든 9만원이 된다. 

 

더 많은 손님을 받기 위해 복수의 대리기사업체에 가입하면 보험료는 그만큼 늘어난다. 대리기사들은 지난 수년간 이 같은 부조리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해왔다. 

 

금감원은 ‘보험단일화’라는 해결방안을 권고했다. 대리운전기사들이 직접 보험사를 상대로 단체보험계약을 체결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리기사업체들은 금감원 권고를 묵살했다. 

 

업체들이 대리운전기사들의 절박한 요구를 외면하는 이유는 뭘까. 사측이 주선하는 현행 보험가입체제를 변화시키면 경제적 이익이 감소하기 때문이라고 추정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금감원이 해결방안으로 제시한 ‘보험단일화’를 국회에서 법제화하는 게 대리운전기사들의 경제적 권리를 보장해주는 유일한 해법이라는 지적이다.  

 

■ 안양군포의왕과천 비정규직센터 사례=‘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관련 ‘보완입법’서둘러야 아파트 경비원 권익 지켜내

 

‘안양군포의왕과천 비정규직센터(이하 ’비정규직 센터‘)’도 마찬가지이다. 고용노동부는 아파트 경비원을 ‘감시단속근로자(이하 ’감단 근로자‘)’로 분류해왔다. 감단근로자는 그 업무의 수월성으로 인해 근로기준법 혜택을 받지 못한다. 법정휴일 혜택에서 제외되고 24시간 맞교대라는 살인적 근무를 강요당하는 빌미가 된다. 

 

그러나 아파트 경비원이 실제로는 감시단속만 하지는 않는다. 택배 및 주차관리, 분리수거 및 청소 등 기타업무가 훨씬 더 많다. 

 

이 같은 현실은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오는 10월 큰 변화를 맞게 된다. 아파트 경비원은 경비 이외에 부수업무를 수행하는 직업으로 인정받는다. 이 법정신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아파트경비원에 대해 감단근로자 불승인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아파트경비원들은 청소, 분리수거 등의 부수업무에 대한 노동의 대가를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딜레마가 발생한다. 근로기준법 혜택을 받게되는 경비원 임금은 상승하고, 그 결과 아파트 관리비는 38% 정도가 오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파트 입주민들의 반발이 불가피한 대목이다.   

 

해결책은 있다. 변화된 법률 하에서 경비원들은 '고용안정'을, 아파트 입주민은 '관리비 현상유지'를 각각 원한다.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해줄 방안으로는 경비원 근무제도 개편이 있다.  CCTV 등의 보급으로 불필요해진 야간경비를 축소하는 게 그 골자가 된다.  이를 통해 통상임금의 150%인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할 필요가 없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절충이 이뤄지면 아파트 입주민들은  관리비 추가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고령 경비원을 굳이 해고할 필요도 없어져서 '고용안정'효과도 기대된다. 

 

하지만 개별 아파트 단지내 협상을 통해서 이처럼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는 어렵다. 개정안의 부칙이나 시행령, 규칙 등을 통해 아파트 경비원 근무체제개편을 명시하는 '보완입법'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보완입법이 뒤따르지 못할 경우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 시행이 오히려 또 다른 노동문제를 촉발시키는 불씨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 (사)일하는사람들의생황공제회 좋은이웃 사례=노동자 공제회도 ‘매칭펀드’ 지원받도록 공동근로복지기금 관련 법령 개정돼야

 

노조결성이 어려운 50인 미만 중소기업근로자들의 이익단체인 ‘(사)일하는사람들의생황공제회 좋은이웃(이하 ‘생활공제회’)’는 정부의 공동근로복지기금 지급원칙을 변화시키기 위한 국회입법을 요구하고 있다. 

 

현행 제도는 복수의 사업주가 모여서 공동복지기금을 조성하면 정부가 매칭펀드 형식으로 공동근로복지기금을 지원하게 돼있다. 복수 사업장의 근로자들이 모여서 공동복지기금을 조성할 경우, 이 같은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한다. 관련 법규에 ‘사업주’라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안산시흥지역 노동공제회 사업단 최은미 사무국장은 “노동자들이 출연해도 공동근로복지기금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이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령이 개정될 경우, 중소기업근로자들의 삶의 질은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게 된다. 2개 이상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공제회를 결성해 공동복지기금을 조성하면 정부는 1개 공제회당 6억원까지 지원한다. 대기업 지원을 받으면 정부의 매칭펀드 규모는 최대 10억원으로 늘어난다. 

 

최 국장은 “근로자들의 공제회가 정부의 공동근로복지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면 공제회는 산재노동자의 생계지원 수준을 넘어서는 공동복지를 실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지사의 ‘취약노동자 조직화 사업’은 지속되고, 취약노동자들은 좀 더 강력한 ‘공제회’를 구축해나갈 전망이다. 하지만 중앙정부와 국회가 입법 차원에서 지원하지 않을 경우 그들의 권익확보 노력은 좌초될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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