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신재훈 칼럼니스트] 얼마 전 낯익은 장면에 이끌려 TV에 눈이 갔다.
드라마 철인왕후, 경이로운 소문, 그리고 미생이다. “혹시 시즌 2를 하나?”라는 생각에 자세히 보았다. 제품이 노골적으로 나오는 것 빼고는 영락없는 드라마다.
먼저 드라마 철인왕후를 패러디한 치킨광고다. 이 광고는 모델 신혜선에 의한 신혜선을 위한 신혜선의 광고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드라마에서 보여준 정신 나간 왕후의 신들린 연기가 돋보인다.
그러나 모델캐스팅만큼이나 돋보이는 점은 광고의 핵심인 제품과 드라마와 모델의 연관성(Relevance)에서 찾을 수 있다.
전직 청와대 수석 셰프, 현직 중전 겸 수라간 대령숙수의 숨겨진 보스라는 드라마 속 직업과 제품인 음식과의 연관성을 잘 살렸다.
다음은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을 패러디한 전자제품 광고다. 이 광고는 제품과 드라마의 연결고리인 머리카락을 제대로 살렸다. 드라마에서 악귀들을 잡는 카운터가 되어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되면 곱슬머리로 변한다는 설정을 절묘하게 활용하고 있다.
더 나아가 드라마에서 악귀의 파워를 나타내는 1~3단계라는 전문용어(?)를 머리카락이 곱슬거리는 정도에 따라 “넌 몇 단계야?”라고 묻는 장면에 활용한 것이 압권이다. 모델은 드라마 주인공 소문이 대신 제품의 타겟인 여성에 맞춰 홍이(?)점인 염혜란과 김세정을 캐스팅했다.
이 두 광고를 보며 드라마와 광고의 진정한 시너지란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 속 등장인물의 특징을 정확히 캐치하고 그것을 제품의 셀링 포인트와 절묘하게 결합하여 효과를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또한 풀어내는 방식 또한 기발하고 재치가 넘친다.
세 번째 소개할 광고는 드라마 미생을 패러디한 자동차 광고다. 사회초년생들을 타겟으로 하는 제품이기에 사회초년생이 주인공인 미생을 차용한 듯 하다. 그러나 위 두 편의 광고에 비해 어색하고 부적절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미생 2021”이라는 제목에서 2014년 방영 후 7년이 지난 2021년에도 취업과 비정규직 문제로 고통 받는 젊은이들의 고단한 인생은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음을 느끼게 한다.
소신과 자기주장이 강한 요즘 젊은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는 세 편의 광고가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온몸으로 견디며 힘들어했던 장그래의 모습을 떠올린다.
또한 자기발전을 위해 노력하라는 좋은 취지로 쓰인 “나만의 완생을 향해”라는 광고의 주장이 “완생(정규직)이 되기 위해서는 K3를 타야 한다”는 강요로 들린다.
드라마를 이용하려다가 드라마에 압도되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장그래가 정규직 신입사원으로 나오건, 폼나는 완생의 삶을 즐기건 비정규직 장그래의 강렬한 이미지는 전혀 지워지지 않는다.
미생이었던 기존 K3에 비해 새로 나온 New K3는 완생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욕심이 너무 컸던 탓일까? 미생, 완생이라는 단어에 집착한 나머지 “비정규직” 이미지가 강한 드라마와 주인공을 무리하게 차용하여 인지부조화를 야기하는 광고를 만든 것이다.
◀신재훈 프로필▶ (현)BMA 전략컨설팅 대표(Branding, Marketing, Advertising 전략 및 실행 종합컨설팅) / 현대자동차 마케팅 / LG애드 광고기획 국장 / ISMG코리아 광고 총괄 임원 / 블랙야크 CMO(마케팅 총괄 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