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원 기자 입력 : 2021.06.14 18:37 ㅣ 수정 : 2021.06.15 08:24
KB국민, 신한 등 시중은행 취준생이 주목할 사실=시중은행 희망퇴직은 인력구조 재편과정, 전체 인력규모는 유지 추세
[뉴스투데이=이채원 기자] 평생직장의 대명사였던 은행권의 희망퇴직 규모가 늘고 있다. 은행 통폐합 등으로 실업자를 양산했던 1997년 외환위기 당시를 연상시킨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하지만 이러한 은행권의 인력 구조조정은 금융산업의 디지털화에 따른 조치다. 대기업들 조차 줄도산을 했던 외환위기 때와는 다르다. 국제적인 저금리 기조속에서도 거듭 최고치를 갈아치워온 시중은행 실적은 앞으로 금리 인상까지 더해지면 큰 호황이 예상된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시중은행 등 금융권을 노려온 취업준비생들로서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안정성과 높은 보수를 겸비한 '꿈의 직장'이었던 시중은행이 앞으로도 그 명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아니면 40대에게도 희망퇴직을 받을 정도로 고용불안정을 리스크로 안고 있는 직장으로 변하고 있는 것일까.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디지털금융으로 전환되는 최근 상황에서 입사한 은행원은 다시 평생직장의 메리트를 누릴 수 있을까. 뉴스투데이는 이 같은 질문을 시중은행관계자들에게 던졌다. 그들의 답변은 희망적이었다.
■ 시중은행 관계자 A씨, "희망퇴직해도 전체 인원은 유지돼" / 은행권의 신 디지털 인력, 호황 누리는 은행권에서 평생직장 메리트도 그대로 누릴 수 있어
시중은행 관계자 A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은행의 인력 상황에 대해 “자사의 경우 다트 공시를 볼 때 1000명이 나간만큼 1000명이 채용되어서 인력이 늘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현저히 줄지도 않았다”며 “퇴직한 1000명 중 200명에서 300명이 희망퇴직자였고 700명이 넘는 수가 수시퇴사자다. 여기에 정년퇴직까지 더해지면 1000명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희망퇴직의 경우 2016년부터 시행했으며 말 그대로 퇴직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위한 제도로, 다른 일을 하고 싶던 직원들이 이 같은 제도를 오히려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며 “인력조정으로 인해 이같은 제도를 만들었지만 그렇다고 등떠밀려 나가는 분위기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창구직원들의 희망퇴사가 많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은행원의 90%가량이 영업직 직원이다”며 일축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 B씨는 “퇴직한 인력만큼 또 인력을 그만큼 채용하고 있다”며 “희망퇴직은 원하는 사람이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들어오는 신입 직원들도 안정적인 근속을 원하면 정년까지 무리 없이 다닐 수 있고 중간에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희망퇴직으로 나갈 수도 있어서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바탕은 미래에도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 C씨는 “희망퇴직은 노조와 사측이 합의해서 나온 시스템으로 사측의 인력조정 필요성과 직원들의 희망 의사가 더해졌을 때 시행된다”며 “향후 디지털 인력이 채워지고 정년퇴직만으로 인력 조정이 원만히 이뤄진다면 희망퇴직이라는 시스템은 향후 불필요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 은행권 희망퇴직 봇물 속 디지털 인력 충원은 지속돼
이 같은 전망은 현재 진행 중인 은행권의 희망퇴직 및 채용구조를 살펴봐도 설득력을 갖는다.
디지털 전환의 과제를 안은 은행권은 영업점을 줄이고 디지털 인력을 구축하는 등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 지난 1년 간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점포 236개가 문을 닫았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달까지 올해 들어 두 번째 희망퇴직을 받는다. 올초 희망퇴직을 통해 220명의 직원이 은행 문을 나간 바 있다.
신한은행의 희망퇴직 신청 대상은 15년 이상 근속한 만 49세(1972년생) 이상 직원으로, 부지점장 이상 일반직 전 직원, 4급 이하 일반직, RS(리테일서비스)직, 무기계약 인력, 관리지원 계약인력이다. 희망퇴직자에게는 연차와 직급에 따라 최대 36개월치 특별퇴직금이 지급된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월 총 800명의 직원이 희망퇴직했다. 희망퇴직 대상이 1964년∼1967년생에서 올해 1965년∼1973년생으로 바뀌며 만 48세에게도 기회가 주어진 것이 특징이었다.
하나은행은 연 2회 준정년 특별퇴직을 시행하고 있으며 농협은행도 최근 3년간 만 4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명예퇴직을 실시해왔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디지털·IT 분야의 채용은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18일 디지털·IT부문 신입행원 채용을 실시했으며 국민은행도 지난 8일 IT, 데이터, 경영관리 전문가, 장애인, 보훈 5개 부문의 상반기 채용을 진행했다. 지난 9일 하계 대학생 인턴을 모집한 하나은행은 디지털 소양을 평가하기 위해 필기전형에서 TOPCIT(Test Of Practical Competency in IT)을 추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