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손해보험 출범하면 보험설계사 일자리 줄어들까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카카오페이가 최근 금융위원회로부터 ‘종합손해보험사’ 사업 라이센스를 획득함에 따라 보험업시장이 근본적인 변화의 물살위에 올라탔다. 특히 고용의 측면에서 볼 때, 보험 설계사들이 소비자들과 직접 상담해서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전통적인 대면시장이 흔들릴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보험업이 비대면 디지털시장으로 전환되나갈 경우 보험 설계사들의 일자리가 감소추세로 접어들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아직까지는 보험 설계사들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경제가 직격타를 맞다보니 손해보험 설계사 수가 증가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2019년 12월 손해보험설계사가 17만4000여 명이었지만, 지난해부터 증가해 현재 18만7000여명까지 늘었다. 자영업자의 폐업 및 기업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보험설계사라는 직업이 진입 장벽이 낮다보니 실업에 노출된 사람들이 쉽게 선택하는 직종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18일 본지와 통화에서 “수수료율이 떨어져 설계사들도 등한 시하는 생활밀착형 특화보험업에 사업 중점을 두기 때문에 설계사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카카오페이의 보험 사업이 성장할 경우 점진적으로 업계의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 카카오손해보험이 장기보험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할 경우 인간 보험설계사들과 경쟁하게 돼
국내 대형 손해보험사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카카오가 손해보험 사업 진출에 대해 긴장하고 있다”며 “카카오가 사업을 본격화해도 큰 타격은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업계 장악력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카카오가 생활밀착형 특화 보험인 △동호회 보험 △휴대폰 파손 보험 △대리기사 보험 등과 같은 사업만 진행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지금 당장 기존 손보사들의 타격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으로 카카오가 보험 사업을 확장할 경우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카카오가 생활밀착형 특화보험으로 시장에 무사 착륙할 경우 자동차보험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업계 매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동차 보험의 경우 보험 소비자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한다. 하지만 10년 전 ‘온라인 자동차 다이렉트 보험’의 등장으로 현재 자동차 보험 가입은 쉽게 가입할 수 있게 간소화 됐다. 또 소비자가 가장 저렴한 자동차 보험을 선택할 수 있게 정보를 제공하는 형태의 사업도 등장했다.
카카오손해보험이 자동차 보험분야에 진출한다고 해도 인간 보험설계사들의 영역은 큰 타격을 받지 않는 구조인 것이다.
카카오가 장기보험 서비스까지 사업을 확장할 경우 보험설계사와 경쟁관계를 이루게 될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가 축적된 빅데이터와 분석모델을 탑재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할 경우 인간 보험설계사들을 압도하는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 고려대 노동문제 연구소 이종선 교수, "금융의 디지털화는 막을 수 없어, 일자리 감소 해결책은 사회적 합의 통해 도출해야"
지난 세월 동안 보험 판매는 소비자들이 찾아오는 시장이 아니었다. 인간 설계사들이 직접 찾아가 다양한 설명을 제공하고 소비자들로 하여금 가입하게 만드는 구조였다. 자동차 보험은 의무적인 형태로 가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찾아가 가입하는 상황이었다. 온라인 다이렉트 자동차 보험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하지만 장기보험은 소비자 입장에선 ‘굳이 가입하지 않아도 무방한 것’으로 인식돼 왔다. 그만큼 인간에 의한 마케팅 니즈가 강한 시장이다. 손해보험 설계사들은 따라서 자동차 보험보다는 장기보험 판매로 시선을 돌렸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온라인 다이렉트 자동차 보험이 등장하자 설계사들이 장기보험 판매로 돌아섰다”고 했다.
카카오라는 빅테크를 무기로 삼은 카카오손해보험이 장기보험 판매에 나선다면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혁신'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설계사들의 설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 이종선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금융시장이 디지털로 전환하면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이를 민간 기업이 막을 수는 없다”며 “문제는 디지털 전환이 급격히 이루어져 일자리가 감소되는 현상에 대한 대응방안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