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고(故) 김동식 소방령과 이재명 지사의 3가지 메시지
[뉴스투데이=민경식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고(故) 김동식 구조대장(52·소방령)에 대한 추모사에서 3가지 메시지를 던져 눈길을 끌고 있다. 우리사회가 대형화재사고와 한 소방관의 순직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추후 대책을 마련할지에 대해 조목조목 짚고 있다.
경기 광주소방서 119 구조대 소속인 김 구조대장은 지난 17일 발생한 쿠팡의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현장에 출동해 연소 확대 저지와 인명 수색을 위해 현장에 투입됐다가 실종돼 48시간 만인 19일 오전 숨진 채 발견됐다.
이번 화재 진화과정에서 숨진 유일한 소방관이 현장 책임자인 김 대장이라는 사실에서 그가 실천해온 소방관의 소명의식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 투철한 직업적 소명의식 기려, ”김동식은 화재현장에서 길을 열고 가장 나중에 나오던 사람“
21일 오전 광주시민체육관에서 경기도청장(葬)으로 엄수된 영결식에서 장의위원장을 맡은 이 지사는 ‘故 김동식 소방령의 숭고한 희생을 추모합니다’ 제하의 추모사를 통해 우선 김 대장이 ‘어떤 사람’인지를 설명하면서 그의 투철한 ‘직업정신’을 기렸다.
이 지사는 “고인을 떠나보내시는 유가족분들과 동료를 잃은 아픔에 슬퍼하고 계실 소방 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김동식 소방령은 힘든 일을 도맡았고 솔선수범하며 모두의 본보기가 되었던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언제나 가장 뜨겁고 가장 위험한 곳을 지키던 사람으로, 가장 먼저 현장에 들어가서 길을 열고, 가장 나중에서야 나오던 사람”이라는 설명이다.
공포스러운 화마 및 유독가스와 싸우면서 동료 소방관들의 안전을 먼저 챙겼던 사람이고 그러한 리더십과 희생정신으로 인해 죽음을 피할 수 없었던 점을 애도한 것이다.
이 지사는 “긴박했던 그 날 그 순간에도 그는 어김없이 동료들을 먼저 내보냈다”면서 “제발 무사히 돌아오기를 애타게 빌고 또 빌었지만, 끝끝내 우리 곁을 떠났다는 사실이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고 추모했다.
동료 대표로 조사를 한 함재철 광주소방서 소방위도 “무시무시한 화마 속에서 1분 1초가두려워 대장님을 바로 구해드리지못하고 홀로 남겨둘 수밖에 없었다”면서 “대장님과 대장님이 누구보다 사랑하고 의지했던 가족분들게 죄송한 마음뿐이다”고 울먹였다.
김 대장은 희생정신과 따뜻한 마음을 가졌지만 위험한 화재진압 현장에서 필요한 ‘엄격한 원칙’을 지켰던 인물이었다. 이 지사는 “김 대장은 평상시엔 다정다감했지만, 현장에선 더없이 엄격했다”면서 “재난 현장에 도착하면 언제나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며 먼저 꼼꼼히 살폈다”고 강조했다. “도민은 물론이고 동료 소방관 누구 하나 다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걸 우리 모두가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다”는 것이다.
■ 유족에 대한 사회적 책임 강조 / 쿠팡 측은 유가족에 대한 평생 지원과 장학기금 약속
이 지사의 두 번째 메시지는 남겨진 유족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었다. 이 지사는 “하루아침에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접하셨을 유가족 여러분의 심정을 어찌 다 헤아릴 수가 있겠습니까”면서 “고인의 빈자리를 대신 채울 수는 없겠지만 유가족 여러분께서 슬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실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장이 가장 사랑하고 의지했던 유가족이 충격을 딛고 정상적인 삶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우리사회가 함께 도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와 관련 쿠팡은 20일 강한승 대표이사 명의의 보도자료를 통해 “고 김동식 소방령의 숭고한 헌신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면서 “유가족분이 어려움을 겪는 일이 없게 유족과 협의해 평생 유가족을 지원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유족과 협의해 순직 소방관 자녀분을 위한 ‘김동식 보방령 장학기금’을 만드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사고원인 규명과 철저한 재발방지 대책 강조 / 이천 물류센터 화재 이후에도 제도개선 미흡해
세 번째 메시지는 철저한 사고원인 규명과 그에 따른 재발방지 대책 수립이다. 지난해 수많은 사상자를 냈던 이천 물류센터 화재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쿠팡 화재사고에서 드러났듯이 물류센터는 여전히 화재위험에 취약한 구조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쇼핑의 급증 등으로 인해 지난 해 신규 등록된 물류센터만 732건에 달한다. 전년 341개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방대한 규모의 창고에 가연성 소비재등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물류센터는 화재에 가장 취약한 건물이다.
더욱이 화재 발생시 책임소재도 불분명하다. 물류센터의 소유주와 실사용자가 달라 책임자 처벌 기준도 모호하다. 실제 쿠팡과 컬리 등과 같은 배송플랫폼 업체의 물류센터 중 다수는 ESG켄달스퀘어와 같은 전문투자회사가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쿠팡 물류센터의 경우 오작동 등을 이유로 스프링클러를 수동으로 작동 중지시켜놓았고 이처럼 안이한 태도가 화를 키웠다는 소방당국의 분석이 나와 여론의 비판을 사고 있다.
이 지사는 “추모의 목소리를 내고 계신 정치권에도 부탁드린다”면서 “더 이상 소방관들의 희생이 반복 되어서는 안되고, 되풀이 되는 재난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정치권의 적극적인 입법 노력을 요청했다. 미비한 제도를 보완하고 철저하게 고쳐야 한다는 주문인 것이다.
그래야 김동식 소방령의 숭고한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경기도는 지난 18일자로 고인에 대해 소방경에서 소방령으로 1계급 특진과 녹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고인은 1994년 4월 고양소방서를 시작으로 소방조직에 투신, 지난해 1월부터 광주소방서 구조대장으로 근무했다. 27년 경력의 베테랑 소방관으로 소방서장 소방행정유공상과 재해예방유공 경기도지사 표창장 등 각종 표창을 받았다. 유해는 이날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