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훈의 광고썰전 (35)] 하얀색이 사라졌다?

신재훈 칼럼니스트 입력 : 2021.06.25 06:23 ㅣ 수정 : 2021.06.25 06:23

생활가전 예술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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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신재훈 칼럼니스트] “월요일이 사라졌다”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다. 한 가정에 한 명씩의 자녀만 출산할 수 있는 통제된 미래사회에서 7명의 쌍둥이가 태어나면서 벌어지는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를 그리고 있다.

 

이 영화에서 일곱 아이들의 이름이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등 7개 요일이다. 위르콜라 감독의 연출도 돋보이지만 주인공인 누미 라파스의 1인 7역의 연기가 볼만하다.

 

영화에서 월요일이 사라진 것처럼 소위 백색가전이라 불리던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 생활가전에서 하얀색이 사라졌다. 물론 과거에도 같은 하얀색이라도 순백색, 베이지 톤의 백색, 핑크빛 나는 백색 등 나름대로는 하얀색 계열에서 차별화하려는 노력은 있었지만 말이다.

 

지금의 생활가전은 천편일률적이던 하얀색을 넘어 다양한 색상으로 변하였고 더 나아가 예술적 감각이 돋보이는 다양한 디자인이 트렌드다. 생활수준, 문화와 예술에 대한 소양이 높아짐에 따라 생활가전에서의 니즈 또한 달라진 것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디자인과 칼라가 중요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기능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그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식을 뒤집는, 아니 어쩌면 개 무시하는 발칙한 광고가 있다. 위니아의 칼라 에어컨 광고다.

 

 

이 광고에는 기능의 “ㄱ”자도 나오지 않는다. 다양한 칼라의 에어컨 앞에서 감각적인 춤을 추는 모델들의 모습과 에어컨들이 기하학적인 독특한 모양으로 보여질 뿐이다. 마치 다양한 색상과 화려한 디자인의 아이폰 광고를 보는 듯 하다.

 

품질과 기능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에 가능한 광고다. 어쩌면 과거 경쟁사에 비해 디자인이 다소 세련되지 못하다는 평가에 대한 분풀이 같기도 하다. 광고를 통한 용기 있는 변화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럼에도 “칼라만으로 광고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가전제품은 용도에 맞는 기능이 가장 우선이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기능이 우수하면서 칼라까지 우수하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기능이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칼라만으로 과연 소비자가 살까?

 

패션 제품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가전제품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더 안타까운 점은 경쟁사인 삼성과 LG는 칼라를 넘어 개인 맞춤형까지 한 걸음 더 멀리 가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브랜드 이름부터 대놓고 “고객의 취향을 반영해 제작하는 물건”을 뜻하는 비스포크(bespoke)다.

 

 

“난 누굴 따라 하지 않아, 누가 나를 따라 하면 모를까. 비슷한 거 말고 진짜를 가져”라는 광고 메시지 또한 철저히 “개인 맞춤형”이라는 브랜드 컨셉에 맞춰져 있다.

 

LG 오브제 컬렉션 또한 마찬가지다. “당신의 공간에 스타일, 칼라, 트렌드를 컬렉션. 공간 인테리어 가전 오브제 컬렉션”이라는 광고 메시지에서도 알 수 있듯 개별 가전 제품을 넘어 가전 제품들과 공간의 조화를 통해 나만의 특별한 공간을 꾸민다는 “컬렉션” 개념으로 진화했다.

 

 

◀신재훈 프로필▶ (현)BMA 전략컨설팅 대표(Branding, Marketing, Advertising 전략 및 실행 종합컨설팅) / 현대자동차 마케팅 / LG애드 광고기획 국장 / ISMG코리아 광고 총괄 임원 / 블랙야크 CMO(마케팅 총괄 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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