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현장에선] 핀테크혁신에 밀려나는 사람들… 실직 밖에 답이 없다
금융권 혁신바람으로 소비자 선택권 넓어지나, 그 이면의 구조조정 아픔 예견돼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금융 상담 콜센터 직원들이 사라지고 인공지능(AI)이 그들의 자리를 메꾸고 있다. 그동안 근무했던 콜센터 직원들이 어디로 갔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전국사무금융노조서비스조합연맹 백정현 정책국장의 말이다.
IT기술이 발달하면서 금융권에 핀테크(첨단 정보 기술 서비스를 접목한 금융서비스) 열풍이 국내에 불고 있다. 사람이 했었던 일들을 디지털 기술이 대체하면서 금융권 혁신은 빠른 물살을 타고 있다. 소비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편리해졌다. 금융기업들도 비즈니스 모델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하지만 좋은 일만 벌어지는 경우는 없다. 금융혁신의 이면에는 인적 구조조정의 아픔이 있다.
■ 손보업계 실손보험 간소화 서비스 열풍, 8000만건 관련 서류 디지털로 처리돼
최근 시중은행들은 핀테크 기술을 도입해 실손보험 서류 전산 발송 서비스를 출시 운용하고 있다. 현재 △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의 경우 실손 보험 전산 서류를 중계할 수 있는 일부 핀테크 업체와 계약한 후 약 100개의 의료기관과 업무 협약을 맺어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실손 보험 서류 전산 발송 서비스는 은행의 플랫폼 사업 일환으로 생활 금융서비스 중 하나”라고 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손 보험 서비스 간소화법이 통과되면 시중은행의 실손 보험 서류 전산 발송 서비스는 중단될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손해보험업계(이하 손보 업계)에 따르면 매년 병원 진료 기록이 발급돼 청구되는 실손 보험은 총 7944만 건인 것으로 집계 됐다. 이중 진료기록 서류를 발송하는 방법은 △설계사에 의해서 1378만 건 △고객이 직접 팩스로 보내는 경우 2184만 건 △고객이 직접 방문 전달하는 경우 864만 건 △고객이 우편으로 보내는 경우 311만 건 △서류 발급 후 이메일로 보내는 경우 482만 건 △앱·홈페이지에 사진 첨부하는 경우 2716만 건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약 8000만 건에 해당하는 실손 보험 관련 서류를 디지털화해 병원에서 보험사로 전달할 경우 업무 효율성이 높아질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 정의당 배진교 의원실, "실손보험 간소화로 커지는 손보사 측 비용은 인력감축 통한 이득으로 상쇄될 것"
문제는 실손보험 서비스 간소화법이 통과될 경우, 이 업무를 담당했던 직원들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들 인력에 대해 노동계는 업무 재배치보다는 구조조정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국회 배진교(정의당·정무위원회) 의원실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실손 보험 청구 간소화법을 통과시킬 경우 기업 입장에선 손해”라면서 “그럼에도 손보업계가 이 법 통과를 촉구하는 이유는 구조조정을 통한 인력 감축으로 얻는 이득이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현재 손보업계에서는 실손 보험 관련 서류 작업을 하청업체에 맡기거나 비정규직 근로자를 고용해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노동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에 구조조정의 안전장치가 없다.
전국사무금융노조서비스조합연맹 백정현 정책국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노조에도 보호를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및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에 대해 정부는 관심이 없다”며 “산업이 빠른 속도로 전환하는데 밀려나는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 핀테크 열풍으로 인한 실직 대책은 취약 / 민주당 안호영 의원실, "핀테크 산업은 아직 큰 변화 없어 대처못하는 실정"
금융권에 핀테크 열풍이 불면서 그동안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가 대신하면서 기존 일자리가 사라지게 되는 것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무감각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 안호영(더불어민주당‧환경노동위원회) 의원실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전기차 등과 같은 기계 산업 분야는 뚜렷한 전환이 이루어져 대책 마련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면서 “아직 핀테크 산업은 큰 변화가 없어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정부는 근로자들이 실직했을 시 재취업할 수 있는 지원책은 마련해 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핀테크 열풍으로 인한 구조조정 시 발생하는 대규모 실직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보인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기업이 인력을 재배치할 경우 근로자들이 늘어나게 된다”면서 “근무 시간을 줄여서 업무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임금이 부족할 시 정부가 지원해주는 사업 모델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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