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계로 옮겨 붙은 'ESG 경영' 바람…찻잔 속 태풍에 그치지 않으려면?
[뉴스투데이=이지민 기자] 게임 업계에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바람이 서서히 불고 있다.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ESG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가운데, 게임사들 역시 ESG 문화에 적응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펄어비스는 지난 11일 ESG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코스닥 상장 게임 개발사 가운데에선 처음이다.
펄어비스 ESG TF는 허진영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총괄을 맡아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ESG 경영 전략과 로드맵을 마련한다. 향후 투명 경영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는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ESG 각 항목을 포괄한 사회적 책임 강화에도 나설 방침이다.
국내 게임업계에서 펄어비스보다 먼저 ESG 경영을 시작한 건 코스피 상장사인 엔씨소프트(엔씨)뿐이다. 엔씨는 지난 3월 ESG 경영 방향과 전략 수립을 위한 'ESG 경영위원회'를 신설한 바 있다.
이번 펄어비스의 ESG TF 신설로 게임 업계에도 ESG 경영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컴투스와 게임빌도 ESG 경영 전략 수립을 위한 'ESG 위원회'를 7월 중 신설할 계획이다. 넷마블도 올해 하반기 이사회 직속의 ESG 위원회를 설치한다.
그런만큼 앞으로 남은 건 ESG가 게임 업계 전반에 얼마나 잘 정착하느냐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반 사기업들과 다르게 게임사만이 가진 업계 특성을 이해하고 ESG를 접목시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게임사들이 과거와 다르게 규모가 커졌다"면서 "초반부터 너무 거창하게 환경문제부터 시작하기보다 게임사 입장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이어 "단순히 문자 그대로의 이론적인 ESG를 적용하기보다는 인재 채용 방식부터 게임 업계에서 꾸준히 논란이 돼 온 크런치 모드(게임 출시 직전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장시간, 집중근무를 하는 형태) 등 비상식적 개발 환경 등에 먼저 관심을 가지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거창하게 ESG 경영의 철학에 대해 논하기 전에 게임 생태계 전반을 구성하는 구성원들의 복지나 경영 전반의 근로 문제들부터 잡아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그 과정에서 확률형 아이템 이슈나 주 52시간제 등 근로 노동법 관련 문제까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조언이다.
김정태 교수는 "게임사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부터 짚어나갈 때 건강한 게임 생태계를 조성하고 ESG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도 "ESG 경영문화는 환경에 대한 관심과 환경 친화적 제품 서비스 혁신, 사회적 문제에 대한 관심과 실천, 그리고 이해관계자 요구에 대한 투명한 대응으로 요약할 수 있다"면서 "게임이 환경과 무관하다는 생각을 버리고 환경경영이라는 전사전략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력소모가 적은 가벼운 게임들의 개발부터 에너지 소비에 대한 관심 환기 등과 같은 활동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게임회사들이 대형 애플리케이션 등을 만들며 에너지 소비를 많이하게 되는데 이를 줄여가려는 노력도 요구된다"고 했다.
김용진 교수는 또, 게임의 고질적인 문제로 대두돼 온 '중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그는 "지나친 중독을 유발하는 콘텐츠의 생산을 자제하고 게임과 게임사 내에서 사회적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한다"면서 "더불어 이사회 운영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각종 이슈에 대한 투명한 공시 등을 통해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