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리대출시장 합류한 P2P 금융, ‘사기오명’ 탈피와 투자자 보호가 성공의 관건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정부가 P2P 투자 업체까지 중금리 대출 시장으로 진출시키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금리 대출을 제공하고자 검증되지 않은 대부 금융 업체들을 제도권 안에 들여 놓게 되면 서민금융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P2P가 그동안 투자사기 등으로 인해 오명을 안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자기 자본 없이 플랫폼 상에서 소액 투자들에게 모집한 자금으로 대출해주는 P2P서비스를 중금리 시장으로 진출시킴으로써 투자자까지 피해를 볼 위험이 커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결국 P2P업체들이 인터넷뱅크, 저축은행등과 겨루 중금리 대출시장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오명에서 탈피하는 브랜드 전략과 투자자 보호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 렌딧 등 3개 업체가 온라인투자금융업자로 등록돼 / P2P 금융의 CCS, 채무자 변제 능력 가릴 수 있나
정부는 지난 9일 P2P 투자 업체인 △렌딧 △피플펀드 컴퍼니 △에잇퍼센트 등에게 중금리를 표방하는 ‘온라인투자금융업자’로 등록할 수 있게 해줬다. P2P(peer to peer) 투자는 온라인 플랫폼 상에서 개인과 개인이 투자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한 일종의 금융 투자 사업이다.
이 같은 P2P 투자 기업의 온라인투자금융업 진출로 새로운 대출 서비스가 생겨났다. P2P 투자 기업이 그동안 운용해 온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개인 투자자들을 모으고, 이들에 의해 모아진 투자금을 이용해 플랫폼 상에서 대출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서비스다.
문제는 채무자가 변제 능력을 상실했을 경우 어떻게 회수할 수 있냐는 점이다. 그동안 시중은행들의 중금리 대출 서비스는 철저히 정부가 지원하는 상품에만 의존해왔다. ‘햇살론’ ‘사잇돌’ 등과 같은 대출 상품으로 정부가 대출 기금을 조성한 것들이다. 채무자가 변제 능력을 상실해도 정부 기금으로 대출된 것이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선 손해날 게 없는 셈이다.
시중은행에서 중금리 대출 대상자로 거절당한 금융소비자들의 경우 고금리의 제2금융권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제2금융권이 고금리로 대출을 하는 이유는 채무자의 변제 능력 상실 시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인터넷뱅크들이 출범 초기에는 중금리를 표방했지만, 채무자의 변제 능력 상실로 발생한 손해를 우려해 고신용자 대출과 주택담보대출로 방향을 틀었다”고 설명했다.
채무자의 변제 능력 상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P2P 투자 업계는 CCS(개인신용평가시스템) 고도화에 힘쓰고 있다. CSS는 금융사에서 대출 시 고객의 신용을 파악하도록 돕는 평가 기법이다. 올해부터 신용평가 등급이 점수제로 바뀌었고 P2P를 통한 대출 이력도 개인 신용평가에 포함되기 때문에 P2P 업계에선 연체 없이 대출을 상환할 수 있는 금융소비자들을 걸러낼 수 있게 됐다.
현재 P2P 업계는 자체적으로 CCS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으며 또 대출자의 SNS 대화 기록 등을 이용해 신용평가에 반영하는 기법까지 동원하고 있다.
피플펀드 컴퍼니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신용평가 모형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변제 의지가 강한 사람에게만 대출해주기 때문에 문제될 것은 없다”며 “지금까지 중금리 사업을 진행하면서 변제를 못한 차주는 거의 없었다”고 강조했다.
■ P2P가 소비자 신뢰얻는 브랜드 되려면?... 분명한 투자자 보호대책 마련해 실행해야
문재인 대통령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019년 P2P 서비스를 이용한 '팝펀딩'을 두고 ‘혁신 금융 서비스’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문제는 팝펀딩이 투자처가 불분명하고 위험 요소가 컸다는 점이다. 이 같은 문제로 인해 해당 P2P 기업은 문을 닫았고 550억원 규모의 투자사기 피해를 냈다. 이로 인해 P2P 투자 업계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했고, 최근 일부 업체는 법정 최고금리 위반 등으로 금융당국의 제재 절차를 받고 있다.
P2P 투자 업체 3곳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온라인금융업 허가를 받은데 이어 40여 개의 P2P 투자 업체가 허가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P2P 플랫폼을 이용한 금융 서비스의 경우 채무자의 변제 능력 상실이 다량으로 발생했을 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에게로 이어지게 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전문가는 “서민금융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P2P 대출이나 클라우드 대출 등에 인허가를 내주면서 안전하다는 신호를 준다”며 “아직 검증되지 않은 대출 서비스며 무엇보다도 투자자 보호를 위한 방안이 마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분명한 투자자 보호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실행해나갈 때 P2P투자업체들이 중금리대출 시장에서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브랜드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 4월 정부는 대출의 양극화를 해소하고자 ‘중금리 대출 방안 개선책’을 내놓았다. 제1금융권인 시중은행의 경우 중금리 대출 상품을 늘리면 인센티브를 주고, 제2금융권은 최대 금리를 20% 이하로 줄일 것을 권고했다. 또 인터넷뱅크도 그동안 고신용자 대출과 주택담보대출 비율이 높았던 것에서 중금리 대출 서비스 비율을 높일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