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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후의 ESG 칼럼

ESG, 명사가 아니라 형용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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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후 소장
입력 : 2021.06.28 10:08 ㅣ 수정 : 2021.06.28 10:16

ESG를 쉽게 풀어야 ESG확산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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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문성후 ESG중심연구소 소장]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4대 ESG 보고 표준은 흔히 프레임워크라고도 불리는 GRI, SASB, TCFD, IIRC이다. 이들은 지속가능보고서의 보고 표준으로 주로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이니셔티브(기준 혹은 지침)는 UNEP FI, UN PRI, Climate Action 100+이다. 신뢰 높은 평가 기관명은 MSCI, S&P, Sustainalytics 등이다. 그들은 나름의 평가 기준으로 기업의 ESG를 등급화하고 계량화하여 투자자 등에게 제공하고 있다. 기관별로 독자적인 기준을 가지다 보니 기관명이 바로 평가 기준의 명칭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ESG를 접하게 되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두통거리가 위에서 보듯 영어 약자(略字)들이다. ESG라는 개념 자체가 미국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기에 ESG라는 약어부터 시작해서, 영어 단어가 넘쳐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긴 하다. 그래도 너무 헷갈린다. 우선 영어 단어들이 많다. 또 각각의 유래도 깊다. 내용도 파고들면 심오하다. 거기에 유사 ESG 전문가들이 번역서들로 짜깁기한 자료들로 더 혼동을 주고 있다.

 

그러면 정작 우리는 ESG라는 용어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고 있을까? ESG라는 단어에 대한 흔한 오류부터 짚어 보겠다. 종종 ESG를 환경, 사회, 지배구조라는 명사로 말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그런데 ESG는 명사의 묶음이 아니다. ESG는 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로 앞의 E와 S는 형용사이고 G만 명사이다. 왜 그럴까? 2005년 발간된 ‘Who Cares Wins’ 리포트를 보면 이유가 보인다. 

 

원문을 보면 ‘이 리포트를 보증하는 기관은 좀 더 세계화되어있고, 상호 연결되어 있으며 경쟁적인 세상에서 환경적 (이슈), 사회적 (이슈), 회사 지배구조 이슈가 관리되는 방식이 회사가 성공적으로 경쟁하는 데 필요한 회사들의 전반적인 경영 품질의 일부라는 점을 확신한다(The institutions endorsing this report are convinced that in a more globalised, interconnected and competitive world the way that environmental, social and corporate governance issues are managed is part of companies’ overall management quality needed to compete successfully)‘라고 되어 있다. ESG의 E와 S는 형용사고 모두 이슈라는 단어가 뒤에 붙어 있는 셈이다. 지배구조라는 명사 뒤에도 이슈라는 단어가 붙어 있다. governance도 사실상 ’지배구조에 관한‘ 이라는 형용사적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래리 핀크의 주주 서한에도 ESG는 ’환경에 관한, 사회에 관한, 지배구조‘로 되어있다)

 

ESG의 시작은 형용사가 붙은 ’이슈 관리‘였다. 당연히 그 이슈들을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각 회사에 대한 개별적인 평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수많은 평가 기준과 평가 기관들이 탄생하였다. 그 평가 기준에 제대로 평가답안을 작성해야 했기에 기업들은 ’지속가능보고서‘를 만들기 시작하였고 그 보고서에서 기술해야 할 목차와 주요 내용이 바로 ’보고 표준‘이다. 그 표준들이 위에서 말한 4대 글로벌 ESG 프레임워크이다. 이렇게 순서대로 가만히 짚어보면 그렇게 맥락이 어려울 것도 없다. 

 

그런데 국내 ESG 자료들을 보면 무척 어렵다. 예를 들면 CSR과 CSV, 그리고 ESG의 차이점에 대해서 장황하게 논하는 자료들이 있다. CSR과 CSV로 경영학 박사논문을 썼던 필자로서도 종종 무슨 얘기인지 헷갈릴 정도다. CSR은 기업의 수익보다는 사회적 이익이 우선되는 자선적인 사회공헌활동이지만, CSV 혹은 CSO(Corpoarate Social Opportunity)는 기업의 수익과 사회적 이익이 함께 달성되는 경영 전략 활동이다.

 

지금 국내의 ESG는 CSR적인 방법으로도 이루어지고, CSV적으로도 이루어지고 있다. 즉, 선행이기도 하고 전략이기도 하다. 아직은 딱 무 자르듯 구분되고 있지 않지만 점차 CSV적인 ESG활동이 늘어날 것이다. 기업은 ESG 실천 방안을 사회공헌과 경영전략으로 구분하고 ESG가 어떤 트랙을 탈지 선택하면 된다. 그런데 많은 자료가 도표와 논문까지 동원해서 여전히 CSR과 ESG를 어렵게 설명하고 있다. 

 

ESG에 대해 필자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ESG가 갈수록 이해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ESG에 대한 이해가 어려워지면 결국 CEO나 이사회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일부 담당 임원이나 전문가들이 꾸려나가게 된다. 당장 돈이 안 되기 때문에 더 그럴 수 있다. CSR은 개념이 쉬웠다. 사회공헌이라는 번역어가 있었고, 실천 방법 역시 선행이었기 때문이다. CSV가 CSR만큼 정착하지 못했던 이유는 개념이 어려웠기 때문이기도 하다.  

 

ESG는 개념은 더 어렵다. 우선 영어 약어들도 많다. 내용도 각각의 분야에서, 예컨대 탄소 전문가, 다양성 전문가, 회사법 전문가가 되지 않고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그러니 전문가들은 ESG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기업을 도와야 한다. ESG가 명사가 아니고 형용사인 것부터 알려주면 된다.

 

ESG는 방어적 요소가 공격적 요소로 바뀐 것이라는 점을 알려주면 된다. ESG는 ’돈을 버는 것(doing well)‘과 ’착한 일을 하는 것 (doing good)‘ 중 선택(trade off)하는 것이 아니라 둘 다 하는 것임을 알려주면 된다. 시작을 쉽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래야 기업과 CEO가 실천하기 쉬워지고, 전략으로 내재화할 수 있다. ESG 전문가들에게 제안하고 싶다. ESG를 조금이라도 더 쉽게 이해하도록 만들자고 말이다. ESG 장벽을 쌓지 말자고 말이다.  

 

 

◀문성후 소장의 프로필▶ ESG중심연구소 소장, 경영학박사, 미국변호사(뉴욕주), 산업정책연구원 연구교수. '부를 부르는 평판(한국경제신문 간)' 등 저서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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