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30년 디플레이션을 분석한 책 한권에 직장인들이 난리난 이유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일본에서 올해 3월에 출간된 책 한권이 직장인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회자되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값싼 일본, 가격이 나타내는 정체(停滯)’라는 대담한 제목의 책은 일본경제신문에 재직 중인 1987년생의 젊은 기자 나카후지 레이(中藤 玲)가 전 세계의 물가와 임금이 꾸준히 상승하는 와중에 홀로 제자리에 머문 일본이 직면한 현실과 앞으로의 미래를 소개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30여 년 간 물가와 임금이 오르지 않은 일본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가로 바뀌었고 그 결과 상품과 문화를 소비하는 나라가 아닌 소비되는 나라로 전락해버렸다고 주장한다.
다른 나라들에서는 다양한 가격을 책정하지만 일본에서만 일괄 100엔을 유지하려는 다이소, 미국에 비해 거의 절반에 가까운 디즈니랜드 입장료는 오르지 못한 일본의 물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이고 미국과 유럽 선진 국가들은커녕 한국보다도 못한 근로자 평균연봉과 30년 전에 비해 오히려 하락한 실질임금은 일본의 값싼 노동력을 증명한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저렴한 나라가 되어버린 일본은 전 세계의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상품과 문화를 소비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관광수지 흑자를 기록하며 새로운 경제호황기를 맞이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외국인들이 일본의 부동산을 넘어 우수한 인재와 기업들을 차례로 매수하며 일본사회와 경제를 잠식해 간다는 내용에서는 많은 직장인들이 최근 몇 년간을 되돌아보며 무릎을 칠 수밖에 없었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해가기 위해 저자는 기업과 소비자 모두 가격상승에 덜 예민해져 자연스러운 물가상승을 유도하는 한편 다른 아시아 국가들처럼 교육과 인적투자에 열과 성의를 다해야 한다며 책을 마친다.
직장인들은 코로나 이전까지 몇 년간 일본에서 일어났던 유례없는 관광객 증가와 외국인들의 부동산 매입에 대한 원리를 이제야 깨달았다는 의견들이 주를 이룬다.
동시에 넷플릭스가 일본의 대표산업 중 하나인 애니메이션 인재들을 고액으로 매수하며 매섭게 세를 확장해온 것처럼 일본의 다양한 분야에 밀어닥치는 거대 글로벌 기업들의 자본력이 일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너무 뒤늦게 알아차렸다는 후회들도 많다.
‘일본에 외국인관광객이 늘어났던 이유는 정부의 노력도 일본의 매력도 아닌 모든 게 저렴하기 때문이었다’, ‘가격을 10엔 올리려고 전 직원이 고개 숙여 사죄하는 이상한 정신론과 그걸 좋아하는 국민들이 있는 한 평생 일본은 바뀌지 않는다’같은 좌절 섞인 서평들이 SNS에 줄을 잇고 있지만 과연 이 책이 일본사회에 작은 변화라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아니면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