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가 쏘아 올린 카페 굿즈 마케팅 ‘선택 아닌 필수가 됐다’
얄팍한 상술로 여겨지기도
[뉴스투데이=김소희 기자] 굿즈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기자가 생각하는 굿즈의 시작은 띠부띠부씰이다. 띠부띠부씰은 SPC삼립이 캐릭터 빵에 ‘띠고 부치고 띠고 부치는 씰(떼었다 붙이는 씰)’을 넣은 스티커를 말한다.
SPC삼립은 개그맨 김국진, 아이돌 핑클, 포켓몬스터의 스티커를 빵에 넣었다. 그중에서도 포켓몬스터 빵의 인기가 대단했다. 몇 개 없는 특이한 캐릭터를 얻기 위해 몇 번이고 빵을 사야 했다. 이 덕분에 당시 SPC삼립은 월평균 4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본래 제품을 사고 증정의 의미로 받게 됐던 굿즈는 어느새 일정 금액 이상 사고 추가 금액을 내야 받을 수 있거나 얼마 이상 구매해야 받을 수 있는 존재가 됐다. 그리고 어느새 포켓몬스터 띠부띠부씰을 모으던 MZ세대가 굿즈 시장의 큰손님이 됐다.
◇ 카페 업계 굿즈 연이어 출시
지난해 스타벅스가 출시한 ‘레디백’은 17잔의 음료를 마셔야 수령할 수 있다는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없어서 못 받는 상황이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점에서는 한 고객이 한정판 굿즈를 받기 위해 680잔의 음료를 주문하기도 했다.
이어 음료, 주류, 카페 업계들도 뒤늦게 굿즈 출시에 합류하면서 굿즈 마케팅은 어느새 마케팅의 필수조건이 됐다.
올해 굿즈 중 뜨거운 관심을 받는 건 바로 ‘캠핑 굿즈’다.
2019년 통계청에 따르면 2009년 대비 캠핑 인구의 수가 10배가량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해외 여행이 어려워지고, 캠핑을 다니는 인구가 지난해부터 급증해 현재 700만명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지난 5월 11일부터 7월 12일까지 서머 데이 쿨러, 서머 나이트 싱잉 랜턴을 증정하는 여름 e-프리퀀시(e-Frequency) 이벤트를 진행한다. 굿즈 증정 조건은 작년과 동일 미션음료 3잔과 일반음료 14잔, 총 17잔을 마셔야 한다.
하지만 굿즈 수령 방식은 지난해와 상이했다. 지난해 매장을 찾아다니며 재고가 있는지 살펴야 했던 것과는 달리 올해는 스타벅스 어플을 통해 예약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오전 7시에 예약이 시작됐지만 대기 인원 4만명 이상이 있는 경우도 있어 ‘제2의 수강 신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어 폴바셋도 오는 7월부터 미션메뉴 3개를 포함해 제조음료 12잔을 마실 경우 캠핑 의자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앞서 투썸플레이스, 엔제리너스, 할리스 등 카페 브랜드에서도 캠핑 굿즈를 출시했다.
지난 27일 투썸플레이스는 캠핑, 차박 트렌드에 따라 물건 이동에 편이한 미니웨건, 3.8ℓ 용량의 보냉물통, 아이스박스 등 3종을 출시했다.
또 엔제리너스도 ‘꾸미는 나만의 캠핑 소품’이라는 주제로 코베아 그라운드체어와 와펜 세트를 출시했다. 이어 할리스는 아웃도어 브랜드 하이브로우와 협업해 캠핑 굿즈 시즌 2를 기획했다.
스타벅스와 폴바셋과 달리 이 세 카페는 일정 금액 이상 구매 시 굿즈를 구매할 수 있게 했다.
◇ 굿즈 마케팅에 대한 소비자 인식
지난해 구인·구직 사이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212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0 굿즈 트렌드’ 결과에 따르면, 2128명 중 81.3%가 굿즈 트렌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 이유는 ‘소수의 한정판 제품을 갖는다는 느낌이 들어서(58.8%)’, ‘선호하는 브랜드/가수 상품을 더 자주 접할 수 있어서(45.2%)’, ‘굿즈 수집이 재미있고 취미여서(37.1%)’, ‘굿즈 문화가 새로운 경험이어서(16.7%)’, ’SNS에서 화제가 되는 등 유행 같아서(5.9%) 등으로 조사됐다.
또 1689명 중 74.4%가 브랜드 굿즈 소비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응답자의 67.3%는 굿즈를 구매하기 위해 예정에 없던 소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조사 결과로 볼 때 굿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졌고, 구매 계획이 없어도 지갑을 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직장인 A씨는 “잘 가던 매장에서 굿즈 상품이 나온다고 하면 뭔가 공짜로 받는 듯한 느낌을 받게 돼 필요하지 않음에도 충동구매를 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직장인 B씨는 “코로나가 퍼지면서부터 인적이 적은 곳으로 캠핑을 자주 다니고 있는데, 카페에서 음료 몇 잔만 더 마시면 굿즈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아무래도 평소보다 더 자주 이용하게 된다”며 “요즘 카페들이 트렌드에 맞게 마케팅을 하는 것 같다”라고 했다.
소비자시민모임 이수현 실장은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한 업체를 시작으로 시작된 굿즈 마케팅이 과열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업계가 소비자의 충성도를 이용해 불필요한 소비를 하게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권익포럼 조윤미 공동대표도 “이벤트 기간에 한정된 수량만을 준비해서 소비자로 하여금 과도한 경쟁을 하게 만든다”라며 “이는 기업에 이목을 끌도록 하는 마케팅을 넘어서 상술로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굿즈 소비층은 대부분은 10~30대의 젊은 층인데, 이들에게 필요 없는 소비를 하게 만드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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