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김소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비대면 거래가 완전히 대세로 자리잡았다. 식음료 업계도 소비자와의 직접 대면을 최소화하기 위해 드라이브 스루(승차구매점, 이하 DT) 매장을 늘리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DT 매장에 대한 교통유발부담금 기준을 상향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소비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교통 체증을 이유로 DT 매장에 교통유발부담금이 매겨지면 메뉴 가격이 올라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8일 식음료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거래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IT 기술이 발전하면서 DT 매장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주요 업체의 DT 매장 수는 2016년과 비교해 86% 증가했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중 △롯데리아는 1340여개 매장 중 57개 이상 △버거킹은 411여개 매장 중 50개 이상 △맥도날드는 404여개 매당 중 250개 이상을 DT 매장으로 운영 중이다.  

 

커피 프랜차이즈 가운데 DT 매장이 가장 많은 곳은 업계 1위 스타벅스다. 스타벅스는 전체 1530여개 매장 중 280개 이상이 DT다. 투썸플레이스는 전체 1186여개 중 10개 이상을, 할리스는 전체 587여개 중 15개 이상을 DT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DT 매장은 실적 측면에서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실제 버거킹은 일반 매장보다 DT 매장의 매출이 10~20% 높았고, 스타벅스는 지난해 1∼11월 DT 매장에서의 차량이용 주문 건수가 전년동기 대비 46% 뛰었다.  

 

하지만 우우죽순 늘어난 DT 매장으로 인해 교통체증 유발, 보행안전 위협 등 피해도 그만큼 증가하고 있다. 

 

지난 1월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따르면 2015년 1월부터 2020년 7월까지 민원정보분석시스템에 수집된 DT 매장 관련 민원은 총 1121건에 달했다. 

 

연도별로는 2015년 38건, 2016년 82건, 2017년 185건, 2018년 248건, 2019년 303건, 2020년 7월 265건으로, 이중 2020년 7월 민원수는 전년 동기(173건) 대비 53.2%나 늘었다. 월 평균 민원은 16.7건이었다. 

 

#○○승차 구매점에서 나오는 차들로 XX사거리 방향의 통행이 방해를 받습니다. 사거리에서 녹색 신호가 켜지면 직진 차량과 매장에서 나오는 차량들이 뒤엉켜서 직진하려는 차는 불과 몇 미터도 이동하지 못합니다. 특히 토요일이나 휴일에 사거리를 통과하면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2019년 10월 19일, 서울시 강동구)

 

#○○승차 구매점에서는 안전요원을 배치했다며 추가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안전요원은 인도 위에서 매장으로 들어가는 차량만 감독할 뿐이며, 매장에서는 모든 규정을 지켰으므로 도로에 길게 늘어선 교통 체증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게 업사며 책임을 회피합니다. 승차 구매점 관련 법규를 강화해서라도 당장 해결해 주기 바랍니다. (2019년 2월 5일, 서울시 관악구)

 

#○○승차 구매점으로 들어가려는 차량 대기줄인 것을 알지 못하는 뒤쪽 운전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따라 늘어서 있습니다. 결국 매장 이용 차와 지나가던 차가 뒤엉켜 차량 줄은 몇 배로 길어집니다. 뒤늦게 대기줄인 것을 알게 된 운전자들은 무리한 차선 변경을 할 수밖에 없어 사고 위험이 상당합니다. (2019년 2월 4일, 서울시 관악구)

 

#○○승차 구매점에서는 차량이 쉴 새 없이 들어가고 나오기 때문에 보행자는 차량 통행이 잠시 쉬는 틈을 기다렸다가 차 사이로 지나다녀야 합니다. (2020년 6월 14일, 서울시)

 

 

이에 국토부는 DT 매장에 교통유발부담금을 부과하기 위해 지난 4월5일 연구용역 긴급 입찰 공고를 냈다.  

 

교통유발부담금은 교통유발 원인자에게 경제적 부담을 부과해 교통량 감축을 유도하고 대중교통개선사업의 재원을 확보할 목적으로 1990년 도입됐다. 교통유발부담금은 지자체별로 기준에 차이가 있지만, 차량·시설물로 인해 교통혼잡을 유발하는 연면적 1000㎡ 이상되는 시설물에 연 1회 부과하고 있다. 

 

이렇게 부과된 부담금은 지방교통사업 특별회계를 거쳐 도시교통정비를 위해 사용돼 각 시·도에 쾌적한 도로 환경을 위해 사용된다. 

 

다만 DT 매장에 교통유발금을 부과할 경우 제품가가 오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시민단체인 소비자시민모임 이수현 실장은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DT 매장은 비대면으로 제품을 판매하면서 관리비, 인건비, 운영비 등 절감하는 부분이 있다"며 "그런데 국토부가 교통유발부담금을 DT 매장에 부과한다면 그건 본인들이 감수해야 될 부분이지 소비자에게 전가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식음료 업계도 교통유발부담금이 부과되면 성실하게 납무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햄버거 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비대면 거래가 선호되는 상황에서 DT 매장이 잠시 증가하는 추세인데 이걸 제도로 만들 경우 일상화가 되면 제도를 없앨 건지도 의문"이라며 "국가 위기 사태에 따라 새롭게 도전하고 있는 DT 매장 입장에서는 많은 부담이 될거 같다. 부담금으로 교통체증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부담금을 부과하면 성설히 내겠다"고 했다.

 

한 커피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로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교통유발부담금이 부과된다면 충실히 따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DT 매장에 교통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어떤 제도가 필요한지 검토 중"이라면서도 "코로나19로 인해 한시적으로 문제가 발생한 것일 경우 제도가 도입될 때 작은 규모의 매장이 피해를 볼 수 있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해외 DT 매장의 경우 대기차선이 주차 차량과 차량의 흐름에 방해되지 않게 하고 식별을 명확하게 한다. 또 매장 위치가 교차로·주거지역 인근에 설치되지 않도록 하는 등의 관련 규정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