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신재훈 칼럼니스트] 노스트라다무스 뺨칠 정도로 미래를 정확히 예언한 영화가 있다. 차태현의 능청스런 연기와 가창력이 돋보이는 “복면달호”다.
지방 나이트클럽에서 밴드알바를 하는 달호는 뼛속까지 락커다. 어느 날 기획사 사장(임채무 분)이 나이트클럽에 왔다가 그를 캐스팅한다. 락커 달호가 트로트 가수로 거듭나는 좌충우돌 과정을 그려낸다.
이 영화의 핵심 아이디어는 “가면”을 쓰고 “트로트”를 부르는 것이다. 얼굴을 가리는 그럴싸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락커가 트로트 부르는 것이 쪽팔리다는 이유로 분장실에 나뒹굴던 가면을 쓰고 방송을 한다. 이런 속사정도 모르고 시청자들은 신비주의 컨셉으로 이해하며 열광한다.
예언 중 하나는 복면을 쓰고 노래하는 것이다. 얼굴(신분)을 숨기고 노래한다는 아이디어는 현재 음악 예능프로그램의 주류가 되었다. 직접 복면을 쓰고 나오는 복면가왕 그리고 복면을 쓰지는 않지만 신분을 숨긴 채 노래하는 히든싱어, 너목보 등이 대표적이다.
또 다른 예언은 현재의 트로트 열풍이다.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트롯”을 시작할 때만 해도 지금 같은 트로트 열풍을 예상하는 사람은 없었다. 2020년 또 한번의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 방송된다.
이번에는 남자들만의 리그다. 후속편이 전작의 성공을 넘어서기가 힘들다는 것은 방송가의 정설이다.
그러나 “내일은 미스트롯”의 후속 편 격인 “미스터 트롯”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며 많은 유사 프로그램들을 양산해 낸다. 신세대 트로트 가수인 임영웅, 영탁, 이찬원, 김호중, 정동원, 장민호, 김희재 등은 지금 방송가의 블루칩이 되었다. 트로트를 넘어 가요계, 연예계의 중심이 된 것이다.
방송에서의 붐은 광고로도 이어져 지금은 광고의 반이 트로트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트로트 가수들이 광고 모델로 캐스팅 되는 이유는 방송에서 보여진 그들의 끼와 인기가 광고에서도 주목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트로트 곡들은 가사 전달력이 뛰어나며, 잘 알려진 트로트곡을 개사할 경우 기억하기도 쉽고 흥얼거릴 만큼 중독성도 강하다. 더 중요한 것은 자본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돈 문제, 즉 모델비에 있어 천문학적인 아이돌에 비해 가성비가 월등하다는 점이다.
광고계를 주름잡는 대표적인 트로트 가수는 임영웅이다. 그는 자동차, 정수기, 공기청정기, 커피를 비롯한 각종 음료, 치킨, 가전, 건강식품, 화장품 등 거의 모든 업종의 광고를 찍었다.
광고의 스타일도 처음에는 트로트곡을 개사한 광고가 주를 이루었으나, 이후 품목이 다양해 지면서 탑 배우들이 하는 것처럼 노래는 부르지 않고 멋지게 폼만 잡는 광고까지 다양해졌다. 급기야 모델로 광고에 출연하는 것을 넘어 그의 이름을 붙인 금융상품이 출시되기도 했다. 월드 스타 BTS의 이름을 딴 “BTS 세트”가 출시된 것처럼 말이다.
◀신재훈 프로필▶ (현)BMA 전략컨설팅 대표(Branding, Marketing, Advertising 전략 및 실행 종합컨설팅) / 현대자동차 마케팅 / LG애드 광고기획 국장 / ISMG코리아 광고 총괄 임원 / 블랙야크 CMO(마케팅 총괄 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