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 이현 사장의 아시아 비전 '적신호'... 37억 적자에 공들여온 베트남 진출도 포기
[뉴스투데이=이채원 기자] 키움증권을 아시아의 대표적 금융플랫폼으로 키우려던 이현 사장의 '해외 비전'에 적신호가 켜졌다.
뉴스투데이가 2020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지난해 해외사업 부문에서 37억원 가량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한 키움증권 인도네시아 법인의 부진과 베트남 사업 추진 비용 등으로 발생한 비용이다.
이현 사장이 지난 2018년 취임 이래 박차를 가해온 베트남 진출 사업은 현재 철수 단계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키움증권은 베트남의 중소증권사 인수등을 추진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로 인한 베트남 정부의 봉쇄정책에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 코로나로 인도네시아 법인만 36억 적자/키움증권 관계자, "홍콩 SPC는 베트남 사업관리 비용 빠져 나가 적자 기록"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키움증권의 인도네시아 법인과 홍콩 특수목적회사(SPC)는 각각 36억5806만원 7490만원 손실을 보였다.
4월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0년 국내 증권회사 해외점포 영업실적'에서 지난해 13개 증권사의 56개 해외 현지법인의 당기순이익은 1억9730만달러(2147억원)로 전년 대비 5.6%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대다수 증권사들이 코로나 19에도 불구하고 해외사업 이익이 증가했으나 키움증권만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13개 증권사의 해외법인 당기 순이익 평균은 163억원에 달한다.
이와 관련 키움증권 측은 코로나19와 베트남 사업 관리비용을 손실 이유로 들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1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인도네시아 법인의 경우 코로나19의 영향을 많이 받아 고객이 줄어서 적자를 보였다”며 “하지만 올해는 작년과 다르게 실적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홍콩 SPC의 경우에는 베트남 사업 관리비용이 여기서 빠져나가서 그 비용이 적자로 기록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9년 키움증권 인도네시아 법인의 당기순이익은 22억4155만원이었다. 올해 인도네시아 법인의 실적이 호소세라면 해외사업 부문이 흑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수년 간 추진해온 베트남 진출도 사실상 무산돼... 이현 사장의 '아시아 비전' 실현하려면 특단의 경영전략 필요
그러나 신규 해외사업 계획은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 사장은 연초에 “국내 최대 주식 매매 중심 플랫폼 회사에서 아시아 대표 금융투자 플랫폼 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히는 등 해외투자 및 진출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왔다. 앞서 언급한 인도네시아 법인과 태국 피낸시아 사이러스 증권사와 진행한 HTS 계약 등이 대표적인 키움증권 해외진출 사례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전망이 어둡다. 키움증권은 수년 전부터 베트남 진출에 눈독을 들여왔다. 지난해까지 베트남 사업 관리 비용으로 홍콩과 싱가포르 법인에서 8000만원 가량이 빠져나갔을 만큼 베트남 사업을 준비했다. 하지만 이는 현재 중단되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베트남이 교류를 차단하지 않았나 아무래도 사업을 준비하려면 교류가 활발해야 하는데 차단을 해서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진행중이던 프로젝트가 중단 되었고 지금 추가로 검토 중인 것도 없어서 원점인 상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별히 지금 검토 중인 해외사업은 없다”며 “태국에 HTS를 수출한 것처럼 플랫폼 수출과 같은 사업은 열려있지만 역시나 진행 중인 건은 없다”고 밝혔다.
키움증권은 리테일 영업이 전체 수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주식시장의 호황 정도에 따라 실적이 움직이는 불안정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어 수익다각화의 과제를 가지고 있다. 아시아의 대표적 금융플랫폼 회사로 성장한다는 이 사장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경영전략이 수립돼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