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자의 아닌 타의로?… ‘월급 1% 기부’하는 현대오일뱅크 임직원, “강제다” 볼멘소리

김소희 기자 입력 : 2021.07.19 16:15 ㅣ 수정 : 2021.07.19 16:32

"근로계약서 작성 때 기부동의서 안쓰면 엄청 눈치… 이상한 사람 취급" / 현대오일뱅크 "본인이 서명… 기부 않는 직원도 있고 차별도 않는다"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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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버스에 '현대오일뱅크 임직원의 월급 1% 기부'를 알리는 포스터가 랩핑돼 있다. [사진=김소희 기자]

 

[뉴스투데이=김소희 기자] 현대중공업그룹 정유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가 ‘강제 기부’ 논란의 중심에 섰다. 현대오일뱅크에 근무하는 대부분 임직원들은 월급의 1%를 ‘현대중공업그룹 1%나눔재단’에 기부하고 있는데, 최근들어 “근로계약서를 쓸 때 회사측에서 (기부동의서를) 쓰라고 강제하는 등 자의가 아닌 타의로 기부를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 1%나눔재단’은 지난 2011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임직원들이 급여의 1%를 기부키로 뜻을 모아 설립한 ‘현대오일뱅크 1%나눔재단’이 전신이다. 지난해 기부자를 현대중공업그룹 전 계열사 임직원으로 확대하면서 ‘현대중공업그룹 1%나눔재단’으로 이름을 바꿨다.

 

‘현대중공업그룹 1%나눔재단’은 임직원들로부터 모은 기부금을 통해 사회복지시설과 저소득 가구에 난방유를 지원하고, 영세 화물 운전사와 해양경찰 자녀들에겐 장학금을 주는 등 공익·후원사업, 자원봉사활동, 장애인 세차도우미 채용 등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2021년 통합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올해 기부금은 임직원 8억5778만2000원, 회사 7억원이다.

 

현대중공업의 직원 평균 연봉이 1억1495만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연봉의 1%는 114만9500원으로, 직원 1인당 1년에 115만원 가량을 기부한 셈이 된다.

 

문제는 이런 기부가 자의가 아닌 타의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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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올라온 현대오일뱅크 기부 관련 게시 글.[사진=블라인드 갈무리]

 

 

실제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엔 ‘혹시 월급 일부를 기부하는 회사 있어?’란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의 작성자는 ‘현대오일뱅크가 월급 1% 공제해서 기부한다던데 자의가 맞는지’를 물었다. 

 

해당 글에 현대오일뱅크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들은 “아니 타의야”, “1% 기부 맞는데 요새 민심이 흉흉해서 탈퇴러시(열풍) 이어지는 중”, “탈퇴 어떻게 하는지 알려달라”, “타의” 등의 댓글을 달았다.

 

그중 한 댓글 작성자는 ”근로계약서 쓸 때 (기부동의서) 내밀고 안 쓰면 다시 쓰라고 눈치 엄청 준다. 그냥 강제”라며 볼멘소리를 냈다. 

 

또 다른 댓글 작성자는 “얼떨결에 했는데 말하면 취소는 해준다고는 하더라”면서 “강제는 아니지만 거의 다 하는 거라 안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하듯이 말한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현대오일뱅크 측은 “임직원의 기부는 오롯이 자의로 이뤄진다”고 반박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기부는 본인이 서명을 하고, 자의로 이뤄지고 있다. (기부를) 안 하는 직원들도 있다”며 “기부를 하지 않는 직원들을 차별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임직원들에게 기부금 사용 내역에 대해서 투명하게 안내하고 있다”며 “기부금 영수증도 발급해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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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현대중공업그룹 1%나눔재단 갈무리]

 

‘기부 강제’ 논란은 비단 현대오일뱅크에서만 일어난 일은 아니다. 지난해 삼성화재도 임직원 급여의 1%, 최저금액 5000원 이상을 강제로 걷어 사회공헌활동에 사용하고 사업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된 바 있다. 

 

한편,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1964년 설립된 국내 최초 민간 정유회사로, 현재 전국에 2500여개 주유소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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