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후 소장 입력 : 2021.07.27 10:05 ㅣ 수정 : 2021.07.27 10:05
세일즈포스의 마크 베니호프의 신념은 조직에 내재화돼 있어
[뉴스투데이=문성후 ESG중심연구소 소장] ESG에서 최우선은 결국 E와 S를 실천할 G(지배구조)라고들 한다. 지배구조는 투명성이라고도 해석되며, 한 기업의 의사결정구조 및 지배권 분배 구조를 총칭하는 말이다. 기업의 의사결정은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BOD)가 적절히 배분하고 조정하며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회사의 이사회, 감사, 주주총회를 종종 국가의 행정, 사법, 입법에 비유하며 3권 분립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정설이고, 가족경영과 전문경영에 대해서도 각각의 장단점이 있어, 경영 상황에 따라 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논의도 활발히 진행중이다.
한국의 지배구조는 ESG 측면에서 어떻게 평가되고 있을까? 최근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에서 발표한 기업지배구조 순위에서 12개 국가중 우리는 9위를 차지하였다. 한국은 지배구조에 관하여 ‘대기업집단’이라는 독특한 체제를 가지고 있고, 이 체제가 급속한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으나 폐해도 적지 않아 한국만의 새로운 지배구조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개발중인 K-ESG 평가기준도 특히 한국의 지배구조에 대해 공정한 평가기준을 만들어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자는 목적도 있지 않을것이다.
그런데 지배구조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같이 작동해야 한다. 하드웨어 측면에서 보면 한국의 지배구조는 법상 충분하지는 않지만 부족하지도 않다. 우선 법상 지배구조에 관한 규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여성임원할당제, 이사회 내 지속가능경영위원회 설치(재량), 소수주주권 강화로서 집중투표제, 서면투표제, 주주제안권, 유지청구권, 이사등 해임청구권, 대표소송, 회계장부 열람청구권, 검사인 선임 청구권, 총회소집 청구권 등이 있다.
그 외 사외이사 제도 법제화 및 선임범위 확대, 자산 2조원 이상 감사위원회 설치 의무화,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 설치 의무화, 회사 기회 유용금지, 이사의 자기거래 규제, 준법지원인, 집행임원제도 등이 있다. 더 나아가 부패 방지와 공정거래 까지 관련 법률과 규정을 포함한다면 국내 지배구조 제도는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충분히 완비되어 있다. 여기에 2021년 올해 1월부터 이미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은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공시하고 있고, 2022년 내년에는 1조원 이상, 2024년 부터는 자산 500억원 이상, 2026년 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가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공시하도록 되어 있다.
한편, 1999년에 OECD에서 제정한 ‘기업지배구조원칙’을 참조하여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연성규범인 ‘기업지배구조 모범 규준’도 제정하였다. 이 규준은 현재 개정(안)에 대해 의견수렴등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개정(안)에서 주목할 만한 항목이 눈에 띈다. 바로 ‘리더십’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리더십은 S항목에서도 포함되었으며, G항목에서도 포함되어 있다. 최고경영자와 이사회의 구분이 있을지는 몰라도, ESG를 실현하기 위한 모범규준으로써 리더십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무척 바람직하다.
그간 ESG 지배구조 기준을 보면 대부분 제도적인 하드웨어 부분에 초점이 맞추어 있다. 주주의 권리가 얼마나 보장되어 있는지,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는지, 이사회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그들의 활동이 ESG와 연계되어 보상되고 있는지 등이 주요 평가 기준이다. 개인의 윤리(ethic)에만 의존한 결과 엔론 사태등이 터졌고, 결국 원천적으로 구조(governance)를 바꾸어야 한다고 생긴 개념이 ESG이다보니 제도에 초점이 맞추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여전히 지배구조를 결정짓는 핵심은 소프트웨어, 즉 경영진 개개인의 리더십이다. 리더십은 기존 정의에 따르면 ‘보완적’인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완벽한’ 성과를 내도록 하는 역할이다. 미래의 리더에게는 새로운 덕목이 추가되고 있다. CEO와 이사회 구성원들이 책임 의식을 기반으로 성과 창출을 얼마나 하는지가 진정한 리더십이 되고 있다. 월스트리트 리더십이라고 불리는 블랙락의 래리 핀크도 그중의 하나이다. 세일즈포스의 마크 베니호프도 그중의 하나이다. 선한 일을 하는 것과 돈을 버는 것 중 선택할 필요가 없다는 그의 신념은 조직에 내재화되어 세일즈포스는 늘 ESG 경영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아무리 많은 법률과 규제가 있다 하더라도 제도가 사람을 이기지는 못한다. 인간의 본성이 이익과 결부되면, 그리고 그 인물이 권력까지 가지고 있다면 기업이든 국가든 어느 조직이든 그 리더의 결대로 갈 수밖에 없다. ESG도 마찬가지다. 리더가 어떠한 ESG 의식을 가지고 있는지가 조직의 ESG 성패를 좌우한다. 또한 리더 스스로가 기업 내∙외부에 자신의 리더십을 보이는 것도 ESG 경영에서 무척 중요하다.
리더십은 무척 강력한 비재무성과이다. 스티브 잡스가 없었던 애플이나 사티아 나델라가 없는 마이크로 소프트를 생각할 수 없듯이 기업의 리더십은 그 회사의 주가에도 반영되고 있다. 리더십은 외부에는 기업의 가치로, 내부적으로는 직원의 동인(動因)으로 발현된다. 수익을 제쳐두고 ESG에 천착하는 리더도, ESG를 한때의 유행으로 생각하거나 마케팅 수단으로 다루는 리더도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이해관계자를 존중하고, 지구와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지되, 기업의 수익 창출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망각하지 않는 리더가 진정한 ESG리더이다. 지배구조는 구조일 뿐, 리더십이 핵심이다.
◀문성후 소장의 프로필▶ ESG중심연구소 소장, 경영학박사, 미국변호사(뉴욕주), 산업정책연구원 연구교수. '부를 부르는 평판(한국경제신문 간)' 등 저서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