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기본소득이 '오리너구리'라는 이재명 지사, 저커버그가 강력한 원군인 까닭
저커버그에게 부유한 의사 부모는 실패의 '완충 장치'/ 기본소득은 새로움을 시도하려는 청년에게 '부유한 부모'와 같은 역할
[뉴스투데이=박희중 기자]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2일 자신의 기본소득 공약의 정당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의 최고경영자(CEO)들을 인용했다. 포인트는 두 가지이다.
첫째, 기본소득이 좌파 포퓰리즘이 아니라 양극화시대의 탈이념적 해법이라는 주장이다. 여야대선주자들이 ‘퍼주기 정책’이라고 맹공을 퍼붓는 것에 대한 단호한 반박인 셈이다.
■ 기본소득 공세 '반박' 나선 이지사, 복지와 성장을 함께 잡는 '오리너구리'라는 새로운 쟁점 던져
이 지사는 '이재명 기본소득, 저커버그·머스크도 찬성..청년·노인 먼저' 제하의 인터뷰 기사를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기사에서 이 지사는 "마크 저커버그, 일론 머스크, 빌 게이츠 등 성공한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도 기본소득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면서 “그들은 지금 상태로 소득이 양극화하면 시장이 사라질지 모른다고 생각해서 기본소득을 현실적으로 주장한 것이고 제가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저는 좌파, 우파 등 정치가 아닌 시장주의자의 입장에 서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저커버그나 게이츠와 같은 시장의 리더들이 양극화 해법으로 공감하고 있는 기본소득은 결코 좌파의 퍼주기 정책이 아니라는 논리이다.
둘째, 기본소득은 분배정책이면서 동시에 성장정책이 된다는 새로운 쟁점을 던졌다. 이와 관련 이 지사는 2일 페이스북에 ‘오리너구리를 봤다면 오리냐 너구리냐 논쟁하지 않을 것입니다’제하의 글도 올렸다.
이 글에서 “복지와 성장이 양립 불가능하다는 생각은 고정관념에 불과하다”면서 “기본소득은 시한부 지역화폐로 지급해 소상공인 매출을 늘려서 지역경제를 살리는 경제정책임과 동시에, 가계소득 정부지원 세계최하위를 기록하는 우리나라에서 이를 보완하는 가계소득지원 복지정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기본소득이 지역상권을 살려냄으로써 ‘성장효과’를 발휘한다는 입장인 것이다.
기본소득이 복지와 성장을 동시에 구현하는 '오리너구리'라는 이 지사의 주장은 새로운 공격의 타깃이 되고 있다.
■ '오리너구리' 비판한 국민의 힘 유승민 전 의원, "성장 위해서는 고통스러운 혁신 필요해" vs. 저커버그, "기본소득은 혁신을 시도하는 데 필요한 '완충 장치'"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SNS를 통해 "이 지사가 복지와 성장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며 기본 소득을 '오리너구리'에 비유했지만, 이는 허황한 망상"이라면서 "경제가 성장하려면 고통스러운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고 밝혔다. 성장을 위해서는 혁신이 필요한데, 기본소득은 혁신과 무관하다는 인식인 것이다.
그러나 정작 실리콘밸리를 이끌어가는 혁신의 대가 중에서는 기본소득이 혁신을 견인하는 성장정책이라고 주장하는 인물이 있다. 이 지사가 언급한 실리콘밸리의 CEO중에서 페이스북 창업자인 저커버그가 바로 그다.
저커버그는 기본소득에 관한한 '해외 원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공지능(AI)과 로봇의 범용화로 인한 초양극화시대에 보편적 기본소득(UBI)을 실행함으로서 복지와 성장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해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저커버그는 지난 2017년 5월 25일(현지시간) 하버드대 졸업식 축사에서 기본소득을 혁신을 시도하는 데 필요한 ‘완충 장치(cushion)’라고 표현했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프로젝트가 실패하더라도 완충 장치가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신감을 갖고 창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가 언급한 완충장치란 '경제력 있는 부모'인 것으로 풀이된다. 저커버그는 치과의사인 부친과 정신과의사인 모친 사이에서 태어났다. 한 마디로 유복한 집안 출신이다. 경제적 윤택함이라는 배경 덕분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페이스북 창업을 담대하게 추진할 수 있었다는 게 저커버그의 설명인 것이다.
그는 “우리는 모두에게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는 완충장치를 주기 위해 보편적 기본소득과 같은 아이디어를 탐구해야 한다”면서 “실패했을 때 의지할 완충장치가 없었기 때문에 꿈을 추구하지 않았던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다”고 단언했다. 저커버그는 "우리 모두는 좋은 아이디어를 얻거나 열심히 노력한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내 자신도 가족을 돌보느라 코딩할 시간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페이스북은 작동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 청년들은 그런 가족적 배경을 갖고 있지 못한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따라서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보편적 기본소득이라는 완충장치를 제공해주면 '부유한 부모'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저커버그는 지적한 것이다. 기본소득 제도가 실시되면 가정이 충분히 부유하지 않은 대다수 청년들도 두려움 없이 혁신기업을 창업해 시장경제를 성장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설령 창업에 실패한다고 해도 기본소득을 통해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면서 재도전을 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본소득이 '오리너구리'가 될 수 있다는 이 지사의 정책관은 향후 대선과정에서 성장정책으로서의 기본소득을 둘러싼 정치사회적 논쟁을 가열시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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