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현장에선] 이재용이 출범시킨 삼성전자 노조시대, ‘콜라 이펙트’가 화두되나
갓 태어난 삼성전자 노조, 소통강화와 공정성을 협상 원칙으로 제시할 듯
[뉴스투데이=박희중 기자] 삼성전자의 ‘노조시대’가 12일 출범함에 따라 그 향배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글로벌 일류기업인 삼성전자 노조의 향후 활동 방향은 한국경제와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사측과 4개 노조는 이날 창사 이래 처음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한다. 단체협약안은 노조 사무실 보장, 노조 상근자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 등 노조 활동 및 근로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원칙들을 담고 있다. 노사는 단체협약 체결을 마무리한 뒤 2021년도 임금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임협에서 노조 측이 들고나올 각론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 삼성전자 노조, 대다수 비노조 직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야하는 처지...상대적으로 온건한 한국노총 선택
이와 관련 현대자동차 노조처럼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집단이기주의에 함몰될 경우 또 다른 ‘귀족노조’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삼성전자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현대차노조는 그 규모나 성격 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난다.
현대차 노조는 생산직 근로자들이 중심이 된 노조이다. 생산직 근로자들은 거의 전원이 조합원으로 가입해 있다. 또 강성인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이다. 노조의 힘이 사측을 압도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노조가 근로자들의 판단과 행동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는 비 노조원인 다수 직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야 하는 처지이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삼성전자 국내사업장 직원은 10만 9400명이다. 노조원은 이중 수천여명에 불과하다. 전체 직원 중 노조원 비율이 5%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다수 직원은 비노조원이 아니다.
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두고 저울질하다가 상대적으로 온건성향인 한국노총을 선택한 제 4노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4000여명의 조합원을 보유하고 있다. 1,2,3노조가 먼저 설립됐으나 조합원 수가 한 자릿수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2일 체결될 단체협약도 제 4노조 노조원 중 96% 정도가 찬성함으로써 노사합의를 이뤄냈다.
■ 제4노조가 삼성전자 노조시대의 '키맨', 삼성전자 노조시대의 성격 규정할 듯
따라서 한국노총 소속인 제4노조가 키맨이다. 이 노조가 어떤 입장을 정립해나갈 지에 따라 삼성전자 노조시대의 성격이 규정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콜라 이펙트’가 화두가 될 것이라는 삼성전자 내부의 분석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직장인 익명앱인 블라인드에 지난 4월 삼성전자 직원이 ‘삼성전자 노조출범 이유’라는 퍼온 글을 올린 적 있다. 이 글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설립을 추진하는 노동자들이 모인 오픈 채팅방에서 최근 ‘콜라 이펙트’라는 말이 화제로 떠올랐다.
삼성전자의 주력인 반도체(DS)사업장에서 야식 메뉴로 치킨이 나올 때 수년간 콜라 대신 오렌지 주스를 지급해 노동자들이 불만을 토로했다. MZ세대 입맛으로 따지면, 치킨에는 콜라가 제격이다. 오렌지 주스는 부적절한 매치였던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시중에서 오렌지 주스가 콜라보다 비싼 가격에 팔리는 음료라는 점이다. 사측은 더 많은 비용을 들이고도 직원들의 불만을 사고 있었던 셈이다.
삼성전자 근로자들은 더 비싼 음료를 요구한 게 아니었다. 우리가 좋아하는 음료를 제공해달라는 주문이었으나 오랫동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삼성전자 노사 간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던 셈이다.
이 글은 “노조 설립이 급물살을 타자 이달 7일부터 치킨과 함께 콜라가 나오기 시작했다”면서 “오픈채팅방에 회사요구사항으로 ‘콜라를 달라’는 내용이 등장하자 삼성전자 측이 발 빠르게 대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노조설립 전부터 노조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참에 흡연실과 초과이익성과급(OPI·옛 PS)확대로 나아가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즉 노조설립을 계기로 직원들이 원하던 콜라가 제공되기 시작한 게 '콜라 이펙트'이다.
제4노조는 지난 2019년 11월 12일 홈페이지에 올린 ‘노조 가입 호소문’에서“ ‘임금을 더 달라’ 라는 말이 아니다”면서 “직원 한명 한명을 인격체로 보고 존중, 소통, 협의해 달라는 말이다‘고 밝힌 바 있다.
’콜라 이펙트‘란 노사소통 강화의 결과물을 상징한다. 그동안 사측이 일방적으로 정했던 임금인상률, PS산정 기준 등도 이러한 소통의 과정을 통해 결정돼야 한다는 게 노조 측 입장이다.
■ 노사가 '투명경영'의 원칙은 공유, OPI 지급비율 등 각론에선 시각차이 예상돼
노조의 핵심 협상 전략은 두 가지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첫째, 급여 및 사업부별 초과이익성과급(OPI·옛 PS) 산정 근거의 ’공정성‘ 확립이다. OPI는 초과이익의 20% 범위내에서 최대 연봉의 50%까지 지급하는 제도이다. 삼성전자 직원들은 OPI를 받아서 억대연봉을 이루게 된다.
그런데 반도체(DS)부문, 가전(CE)부문, 무선사업 및 네터워크 부문 등이 각각 사업 실적에 따라 차등지급 받는다. 그동안 이러한 차등지급의 기준을 사측이 일방적으로 정했다는 게 노조 측 입장이다.
노조는 사업부문별 OPI지급 비율을 노사합의에 의해 정하자고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 OPI 지급비율은 상향 평준화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임금과 복지등의 차원에서 동종 업계 최고 대우라는 사측의 입장을 검증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직원의 평균 연봉은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1억 2700만원이다. 평균 근속연수는 12.4년이다. 국내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카카오뱅크, 쿠팡, 엔씨소프트 등과 같은 신흥IT기업들이 가파르게 임금인상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스톡옵션을 제공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토스의 경우 IT개발자들의 몸값을 이전 직장의 1.5배 수준에서 책정하고 있다. 삼성전자노조가 공격적인 협상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명분은 축적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가 기치로 내걸고 있는 ’공정성‘과 ’소통강화‘등의 원칙은 사측에 의해 긍정적으로 수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해 5월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한 것은 삼성준법위 설치를 포함한 ’투명경영‘의 일환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때문에 협상의 큰 원칙은 노사가 공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임금인상률, OPI차등지급 기준 등과 같은 각론에서는 상당한 시각 차이를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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