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저에 대한 걱정, 비난, 우려, 큰 기대 알아”
가석방 소감을 밝힌 4가지 단어, 향후 이 부회장의 선택과 행보에 기준점 될 듯
[뉴스투데이=박희중 기자]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을 확정받고 복역해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가석방됐다. 오랜 수감 생활 탓인지 마르고 초췌한 모습이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10시께 노타이 정장 차림으로 서울구치소 정문을 걸어 나와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들에게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걱정을 끼쳐드렸다. 정말 죄송하다”면서 고개를 숙여 국민에게 사과 인사를 했다.
이 부 회장은 “저에 대한 걱정, 비난, 우려, 큰 기대를 잘 듣고 있다”면서 “열심히 하겠다”고 가석방 소감을 간단하게 밝혔다. 취재진은 반도체 대책, 미국 투자계획 등의 향후 경영활동에 대해 추가로 질문했으나 답변하지 않았다. 가석방 이후 경영복귀에 대한 정확한 유권해석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부회장이 구체적으로 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가석방 소감에서 사용한 4개의 단어에 모든 것이 함축돼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신과 삼성그룹에 대한 국민 여론이 ‘걱정’, ‘비난’, ‘우려’, ‘큰 기대’로 나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여론은 향후 이 부회장의 선택과 행보에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정문 한쪽에 대기하고 있던 G80 승용차에 올라 서울구치소를 빠져나갔다.
지난 1월 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 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된 지 207일 만에 가석방된 것이다.
이날 서울구치소 정문 앞에는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규탄하는 민주노총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석방을 지지하는 단체 회원들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민주노총 등은 “문재인 정권은 재벌이 법위에 군림한다는 걸 스스로 인정했다”고 비난한 반면, 가석방을 지지하는 단체들은 “화이팅, 이재용 부회장의 경제발전 응원합니다” 등을 외쳤다. 하지만 양측 간 별다른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은 2개 중대 200여 명의 병력을 동원해 미연의 사태에 대비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관련 법에 따라 가석방 기간에 보호관찰을 받게 된다. 거주지를 이전하거나 1개월 이상 국내·외 여행 시 보호관찰관에 신고해야 한다.
취업제한 규정도 그대로 적용된다.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법상 5억원 이상 횡령·배임 등의 범행을 저지르면 징역형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날부터 5년간 취업이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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