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사의 행위는 공직선거법 및 지방자치법을 준수한 '합법적 행위'/다른 대선주자들의 비판이 오히려 '실정법 무시'
[뉴스투데이=박희중 기자]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3일 ‘전 경기도민 대상 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한 것을 두고 여야 구별없이 대선주자들이 맹공을 퍼붓고 있다. 소위 ‘지사 찬스’를 활용해 대선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는 게 비판의 요점이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타 시·도민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이 된다”면서 타 시도와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경기도 예산을 활용해 국민 간 갈등을 부추긴다는 논리이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 캠프의 조승래 대변인은 “경기도의 전 도민 재난지원금 지급은 당과 정부, 청와대가 합의하고 대통령이 결단한 국가시책을 정면으로 위배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앙정부가 선별적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상황에서, 지자체가 보편적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은 ‘반역’이라는 주장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윤석열 캠프 윤창현 경제본부장은 ”5만여 경기 공무원에 대한 인사권, 지휘권과 32조원에 이르는 예산집행권을 대권 가도에 이용하는 이 지사의 불공정 레이스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지사직 사퇴를 요구했다.
그렇다면 이 지사가 현 시점에서 경기도지사직을 유지한 채 전 경기도민 대상의 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한 게 잘못된 행위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공직선거법 및 지방자치법 등에 따르면 이 지사의 이 모든 행동은 합법적이다. 득표전략의 차원에서 맹공을 가하고 있는 다른 대선주자들이 주장이 오히려 실정법을 무시하는 논리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
■ 이재명의 경기도지사직 유지는 현행 공직선거법 내의 선택...사퇴요구가 '떼법논리', 불공정 하다면 공직선거법 개정이 선행돼야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시·도지사와 같은 정무직 공무원은 대통령선거 90일 전에 사퇴하면 된다. 차기 대선이 내년 3월 9일이므로 12월 9일 이전에만 사퇴하면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 당내 경선을 위해 도지사직을 그만 둘 필요는 없다.
따라서 공정한 대선을 위해서 이 지사가 당장 경기도 지사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여야 대선주자들의 주장이 오히려 초법적 혹은 탈법적인 요구이다. 지사직을 유지하는 이 지사가 마치 큰 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것처럼 비난하는 다른 주자들이 일종의 ‘떼법 논리’를 펴고 있다고 보는 게 객관적인 정황이다.
만약에 시도지사가 대선 90일 이전까지 그 직을 유지하는 게 불공정을 초래한다면 국회에서 공직선거법을 개정한 뒤에 개정된 법을 준수하도록 하는 게 법치주의 국가의 정신이다. 법은 그대로 내팽개친 채 법이 정한 시한보다 먼저 지사직을 관두라고 목소리는 높이는 게 오히려 정의롭지 않은 태도라는 지적이다.
■ 부동산 폭등으로 취득세 늘었는데 추가 세출예산 편성 안하는 게 '지방자치법 122조' 위반
이 지사가 ‘전 도민 3차재난기본소득’ 이라는 이름으로 전 경기도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도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반드시 수행해야 할 의무사항이다. 동법 제122조 ‘건전재정의 운영’원칙에 따르면 지자체는 ‘수지균형의 원칙’에 입각해 건전하게 운영해야 한다. 중앙정부처럼 ‘적자재정’ 혹은 ‘흑자재정’을 편성하면 안된다.
추가세수가 발생하면 세출 사업을 추가 편성해서 ‘수지균형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특히 최근 수년처럼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시기에는 서울시와 경기도 같은 수도권 광역지자체는 추가세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거래세(취득세) 세수가 급격하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서울시도 매년 취득세 순세계잉여금이 발생하는 지자체이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해에만 취득세 순세계잉여금 2조8377억원이 발생했으나 그에 상응하는 추가 세출사업을 편성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세수가 늘었는데 추가 세출사업을 편성해 지출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지방자치법과 지방재정법을 위반하는 행위이다. 지자체장이 순발력 있게 추가 세수 규모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는 것도 위법에 해당된다.
이렇게 볼 때 이 지사의 행위는 지방자치법과 지방재정법을 준수하는 선택이다. 추가세수의 규모를 명백하게 밝히고 이를 토대로 전 경기도민 대상 재난지원금 지급이라는 추가 세출사업을 순발력있게 편성했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13일 ”재정부담을 이유로 한 지급반대는 전혀 타당하지 않다“면서 ”현재까지 부동산 거래세, 지방소비세 등 도의 초과세수가 1조 7000억원에 이르는데, 이 초과세수 중 경기도 몫으로는 전 도민 지급을 하고도 남는다“고 설명했다.
■ 전 경기도민 재난지원금이 ‘반역’ 혹은 ‘타 시도와의 차별’이라고?...지방자치의 뿌리를 흔드는 발언들
중앙정부가 선별적 5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지자체가 전 도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을 ‘반역’, ‘타 시도와의 차별’ 등으로 공격하는 것도 지방자치의 이념을 뿌리 채 흔드는 발언이다. 지자체장의 역량과 성실성 그리고 해당지차제의 경제사회적 여건 등에 따라 각각의 지자체 주민들은 서로 다른 복지혜택 등을 받게 된다.
모든 지자체가 동일한 경제적 부담과 복지혜택을 누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선동정치’라는 지적이다. 모든 지자체의 복지가 균등해야 한다면 지방자치를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 중앙정부만 그러한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다.
따라서 광역지자체장의 의사결정은 지방의회 및 기초단체장과의 협의과정을 충분히 거치면 정당성을 획득하게 된다. 이 지사의 이번 결정은 이 같은 기준을 충족시키고 있다.
이 지사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고양시, 광명시, 안성시, 구리시, 파주시 등 5개 시장은 도비 50% 부담을 전제로 ‘재난지원금 전도민 지급’ 을 건의했다.
하지만 이후 31개 시군이 참여하는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는 ‘전도민지급’에 찬성하면서 도비 80% 부담을 요구했다. 경기도의회의 유일교섭단체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은 시군의 재정적 어려움을 감안해 도 부담을 90%로 높일 것을 제안했다.
이 지사는 이 같은 도의회의 요구를 최종적으로 수용했다. 원칙적으로 도 90%, 시군 10%씩을 각각 부담해 전 경기도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경기도가 3736억원, 시군이 415억원을 각각 부담한다.
이처럼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된 경기도 내의 정치적 의사결정과정을 통해 합의된 게 전 경기도민 재난지원금이다. 이 지사가 경기도민에게 재난지원금을 별도로 주기 위해서 중앙정부의 선별적 5차 재난지원금 분담을 못하겠다고 하는 것도 아니다.
이 지사는 “정부 재난지원금 2조 9600억원의 10%인 2960억원씩을 경기도와 시군이 각각 부담하게 된다”면서 “경기도는 분담금 10% 부담 등 경기도 몫을 충실히 이행해 중앙정부방침에 따라 5차재난지원금이 차질 없이 집행되도록 세심하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