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118)] 군항제가 열리던 육군대학은 해후와 효도의 기회

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입력 : 2021.08.16 19:29 ㅣ 수정 : 2021.08.16 19:29

진해 탑산의 365계단을 오르며 내려다보이는 시내의 벚꽃이 만개한 풍광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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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군사관학교 생도들이 벚꽃이 만개한 교내에서 미소를 머금은 채 학과 출장하는 모습 [사진=국방홍보원]

 

[뉴스투데이=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매년 4월이 되면 진해는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룬다. 바로 군항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육군대학의 숨통을 조이는 학업 중에도 어김없이 찾아온 만개한 벚꽃의 모습은 잠깐의 여유를 찾게 한다. 특히 위의 사진처럼 해군사관학교 내의 벚꽃길은 선남선녀들의 마음을 들뜨게 만든다.

 

게다가 진해의 한가운데 방사형 도로길을 따라 걷다가 탑산의 365계단을 오르며 내려다보이는 벚꽃이 만개한 진해의 풍광은 장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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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벚꽃이 만개한 진해의 풍광에 심취되어 여유를 즐기는 관광객 모습 [사진=연합뉴스]

 

■  긴머리의 민간인 된 중대원들이 ‘승리’ 구호를 외치며 단체경례...!

 

사관생도 생활을 마치고 소위로 임관하여 전방 격오지의 동토로 부임했을 때 낯설었던 ‘밤을 낮같이, 산악을 평지같이’라는 구호를 접하며 장교 생활을 시작했었다. 

 

전방 격오지 야전근무가 8년 가까이 되자, 민가와 1시간 넘는 거리에 떨어져 있던 부대에서 인적도 들물고 흙먼지 날리는 비포장 도로와 산짐승 우글거리는 산속 생활에 익숙해져 완전히 자연인이 되었다. 

 

소대장, 교육장교, 중대장, 사단작전장교를 거치며 소령으로 진급하여 보수교육 과정인 육군대학에 입교하자 번듯한 아스팔트 도로의 편리함과 야간에는 네온싸인 불빛으로 대낮같이 화려한 도심에서 평안을 누리는 천국이었다.

 

헌데 육대 성적에 대한 부담은 있었지만 1년 가까운 교육과정에서 모처럼의 여유있고 행복하기만 했던 도심 생활의 연속이 오히려 지루함을 갖게 했다. 또한 지난 8년간의 야전근무 중에 극한 속에 여유를 느끼며 짧게 조각 조각 즐겼던 시간들이 간혹 그리워지기도 했다. 

 

이러한 미소가 번지는 회상과 그리움이 모락모락 피어날 때 즈음, 옛 전우들이 진해로 찾아와 모처럼 즐거운 해후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30개월간의 중대장 시절 같이 울고 웃으며 고락을 함께하다가 제대한 중대원 조진희, 조은근, 박승현, 김경군, 진은근 등이 어느 토요일 불쑥 진해의 비좁은 아파트로 쳐들어왔고, 긴머리의 민간인 된 녀석들이 단체로 필자에게 ‘승리’ 구호를 외치며 경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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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리부대 독수리연대 9중대장 근무시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소대장 등 중대원들이 대대장님을 모시고 해후의 정을 나누는 장면과 진해 육군대학의 비좁은 아파트를 방문하신 어머님이 손자를 안고 즐거워하시는 모습 [사진=김희철]

 

■  육군대학은 바쁜 군생활 속에서 해후, 효도와 새로운 만남의 기회를 제공 

 

생사고락을 같이했던 중대원들은 근무 당시의 추억을 회상하며 부딪히는 소주잔에 전우애를 듬뿍 담아 들이켰다. 특히 필자가 중대장 시절의 언행을 흉내내며 익살을 부릴 때에는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비록 다음날 시험이나 숙제로 부담은 됐으나 전국각지에서 어렵게 시간을 마련해 중대장을 보러 함께 온 전우들이 고맙기만 했다.

 

또한 승리부대 전출시에 사단장으로부터 그동안 고생했다며 격려금을 받고, 승리부대 동문 장교들의 애대심(愛隊心) 고취 위한 격려회식 임무를 부여받았었다. 

 

필자는 승리부대 출신장교들의 시간 계획을 확인하여 모임 날짜와 장소를 정하고, 동문 주소록도 만들어 ‘승리부대 동문 모임’을 개최했다. 

 

새로운 인연을 쌓기 위해 모임을 많이 한다는 육군대학의 특성을 이미 경험했던 사단장의 의도대로 시행된 ‘승리부대 동문 모임’은 100% 성공이었다.

 

사단장의 배려로 모임이 주선되었다는 소문이 퍼져 대상자는 거의 참석했고 타부대로 부임해가는 동료들마저도 승리부대만 사단 모임을 한다며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특히 승리부대에서 근무했던 선후배들은 한잔 술을 나누면서 해후의 정을 만끽했고, 승리부대로 새로이 부임하는 장교들은 사전에 부대의 근무여건을 확인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유익했다. 필자를 통해 ‘승리부대 동문 모임’을 하라고 지시한 사단장에게 감사함도 느끼기도 했다.

 

그밖에 교실내의 각자 자리를 기준으로 조별, 줄·오·대각선별로 모임도 있었다. 물론 출신학교, 고향, 기타 연관된 사람 간의 별도 모임은 필수였다. 마치 새로운 인연을 쌓기 위해 육군대학에 들어온 사람들처럼 보였다. 

 

이렇게 좋은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자산이고 능력이며, 끈끈한 인간관계가 직업인들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을 육군대학 수료 후 기나긴 군생활을 하면서 체험을 통해 깨닫았다.

 

“화향백리(花香百里) 꽃의 향기는 백리를 가고, 주향천리(酒香千里) 술의 향기는 천리를 가지만, 인향만리(人香萬里)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간다”라며 인구에 회자(膾炙)되고 있는 옛 시가 절실하게 공감되는 순간이었다.

 

더불어 벚꽃이 만개해 아름다운 진해의 군항제에 부모님과 친지들을 모처럼 초청하는 시간도 마련했다. 육군대학 교육과정은 그분들이 영관장교로 진급한 자식에 대한 보람을 느끼며, 활짝핀 벚꽃의 풍광속에서 미소를 머금는 흐뭇한 효도의 기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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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프로필▶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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