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에선(485)] 취준생 울리는 인턴면접 성희롱 파문

정승원 기자 입력 : 2021.08.27 10:41 ㅣ 수정 : 2021.08.27 17:30

온라인 면접과정서 '몸매 좋은데 뒤태 보여달라' 성적 농담은 예사이고 심지어 데이트 요구 거절하자 합격취소 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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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취준생들은 인턴면접 과정에서 4명중 1명꼴로 성희롱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출처=일러스트야]

 

[뉴스투데이 / 도쿄=김효진 통신원] 세쿠하라(セクハラ, Sexual Harassment)로 불리는 성희롱 문제는 일본 사회가 드러내고 싶지 않은 치부 중에 하나다.

 

비단 직장인뿐만 아니라 아직 사회에 나오지 않은 취준생들을 대상으로도 성희롱은 꽤나 만연해있는데 후생노동성이 2017년부터 2019년 사이에 인턴쉽에 참여했던 남녀 취준생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명 중 1명에 해당하는 25.5%가 인턴쉽 중에 성희롱 피해를 입었다고 답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성적인 농담과 괴롭힘’이 40.4%로 가장 많았고 이외에도 ‘집요한 식사 또는 데이트 권유’(27.5%), ‘성적인 언행 거부에 따른 합격취소 등의 불이익’(11%)에 많은 취준생들이 고통 받았고 심지어 ‘성적관계 강요’도 9.4%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일본의 남녀고용기회평등법에서는 직장 내에서 종업원에 대한 성희롱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주에게 상담창구 설치와 피해 발생 시의 대응을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취준생은 종업원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률은 현재 전무한 상황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온라인 면접이 보편화되면서 성희롱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함께 이동하고 있다.

 

자택에서 온라인 면접에 참여한 여학생들에게 남성 면접관이 ‘몸매가 좋아 보이는데 일어나서 뒷모습을 보여줄 수 있느냐’고 요청하거나 ‘방이 넓어 보이는데 남자친구와 동거하고 있느냐’처럼 면접과는 관련 없는 불쾌한 질문을 하는 경우 등이 다수 확인되었고 온라인 면접을 마친 취준생에게 ‘2차 면접 전에 둘이서 술이라도 한 번 마시면서 편한 분위기에서 이야기해보자’는 이메일을 보낸 면접관도 있었다.

 

취업이 최종 목표인 취준생들로서는 면접관의 심기를 거스르면 행여나 입사에 불이익이 있을까 단호하게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업들이 앞장서서 성희롱을 예방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아쉽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올해 후생노동성이 취준생에 대한 성희롱 예방책을 마련하였는지 확인한 결과, 6247개 기업 중에 71.9%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고 답했다. ‘성희롱 금지의 명확화 및 주지(周知)’, ‘취준생을 위한 상담’을 마련한 기업들은 각 10% 정도에 그쳐 기업들이 앞장서서 성희롱을 막아줄 것이라 기대하긴 힘든 것이 사실이다.

 

기업들이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사이 올해 6월에는 ‘입사지원서를 첨삭해주겠다’면서 인턴쉽 참가자를 호텔로 불러낸 인사담당자가 뉴스에 보도되기도 했다. 사건의 중심에 서버린 킨테츠(近鉄) 그룹은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 사죄하는 한편 해당 직원을 징계 해고했지만 취준생들에게는 성희롱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혀버린 뒤였다.

 

이러한 현상들에 대해 히로시마대학(広島大学)의 키타나카 치사토(北仲 千里) 교수는 ‘기업들은 성희롱이 인권침해로 이어진다는 근본적인 교육을 직원들에게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지만 법적으로 제재를 가할 수 없는 현황을 고려하면 취준생들의 성희롱 피해는 쉽게 해소되지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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