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문성후 숙명여대 SBS 초빙대우교수] ESG를 보려면 먼저 산업부터 보아야 한다. DJSI나 Sustainalytics가 업종별 특성을 반영하여 평가 점수를 내놓는 것도 산업별 ESG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항공업만 봐도 그렇다. 우선 항공업은 쉽지 않다. 운송업이자 서비스업이기에 늘 두 업의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효율성만 강조하다 보면 서비스에 소홀해질 수 있고, 서비스를 강화하다 보면 자칫 비용이 과다하게 투입될 수 있다.
항공 노선 배정 등 각국 정부의 규제도 크다. 항공 사고와 같은 리스크의 크기는 측량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인적 구성도 복잡다단하다. 항공기 하나를 점검하고 운항하기 위해 투입되는 인력들만 봐도 다양하게 구성된다. 기후에 어느 산업보다 영향을 많이 받는다. 유가는 항공사에게 통제 불능 변수이다. 팬데믹으로 결정타도 맞았다.
ESG는 아이러니한 부분이 있다. ESG를 해야 할 부분이 많을수록 오히려 그 기업에게는 ESG가 기회가 된다. 환경을 보호하고 사회를 배려하며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유지하기 위해 할 일이 많다 보면 기업의 ESG 활동은 활발해지면서 오히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 기업의 지속 가능 확률은 높아진다. 2004년 ESG라는 용어를 본격적으로 사용한 2004년 유엔 보고서의 제목이 ‘먼저 돌보고 관심 두는 자가 승리한다(Who Cares Wins)’이다. 할 일을 더 찾아서 먼저 하는 기업이 ESG에서는 늘 승자다. 그 의지는 업의 본질뿐만이 아니라 과거에 대한 반성으로 비롯되기도 한다.
대한항공은 ESG를 잘할 조건을 모두 갖추었다. 회사는 고통스럽겠지만 가시적인 성과들과 그 과정에서의 노력이 더욱 돋보이는 것은 그만큼 ESG에 대한 동인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한항공은 업종 자체가 고 위험산업이며,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근접해 있고, 기후변화에 수익 자체가 영향을 받는다. 기업 행태의 문제점도 있었고, 팬데믹으로 전대미문의 위기관리가 필요했으며,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했던 회사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대한항공은 더욱 ESG를 위해 할 일이 많았고 지금도 많다.
필자는 늘 ESG를 잘하는 방법으로 ‘기업이 경영활동 중 자사가 만들어 내는 문제를 자사가 해결하는 데서 시작하라’고 권한다. 우리 회사는 경영활동을 하고 수익을 내면서 어떤 문제를 재생산해내고 있는지 자문(自問)으로 시작하여야 한다. 항공산업은 어떤 문제를 만들어 낼까? 당장 생각나는 것은 온실가스 배출이다. 대한항공만 해도 2018년 1,326만 톤, 2019년에 1,329만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였다. 그렇다면 온실가스 배출 저감부터 ESG를 시작하는 게 맞다.
자동차도 그렇듯 비행기도 오래된 기종일수록 환경에 대한 배려가 적게 설계되어 있다. 당장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방법은 친환경 기술이 탑재된 신형 항공기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다. 대한항공이 보유 중인 항공기의 평균 기령(비행기 나이)은 10.5년이다. 타사의 기령보다 젊다. 신형 항공기를 꾸준히 도입한 덕분이다. 대한항공처럼 신형 항공기를 도입하여 상대적으로 운항 횟수의 비중을 높이면 자연스레 온실가스 배출은 줄어들게 된다. 2020년 팬데믹으로 인한 운항 감소도 있었겠지만, 신형 항공기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 등으로 2020년 대한항공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759만 톤에 그쳤다.
대한항공은 항공기 부품 제작사로서도 다양한 친환경 항공기 구조물을 설계 및 제작, 납품하고 있고, Airbus, Boeing사와 같은 항공기 제작사와 협력하여 저탄소 항공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친환경 항공유 도입에도 적극적인데 한 예로 대한항공은 기존 화석연료 기반 항공유 대비 최대 80%까지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가지는 ‘지속가능한 항공유(SAF, Sustainable Aviation Fuel)’를 사용하기도 하였다. 자사가 보유한 항공기 중 10만 시간 이상을 비행한 ‘퇴역 항공기’를 제조사에 매각하거나 반납하지 않고, 업사이클링 (리사이클링과 달리 가치를 더 높인 제품으로 재활용하는 방법)을 통해 퇴역 항공기 표면을 활용 가능한 네임택으로 재탄생시키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MSCI 등급에서는 BB로 아직은 평균에 불과하다. MSCI는 기업의 ESG 활동중 각 분야별로 뒤쳐진 부분, 평균인 부분, 앞서가는 부분을 구분하여 발표한다. 항공업 특성상 아직은 온실가스 배출은 뒤처지고 있다.
그러나 항공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품의 품질과 안전, 정보와 데이터 보안에 있어서는 타 항공사를 앞서가고 있다. 더욱 주목할 점은 기업 행태가 많이 개선되어 이제는 글로벌 평균 수준이 되었다는 것이다. Sustainalytics에서는 회사가 얼마나 적절하게 ESG 이슈를 잘 관리하는지 측정하여 발표한다. 기업의 ESG 프로그램, 관행, 정책등의 강인성(强靭性)을 평가하여 등급을 매기고 있는데 대한항공은 중요한 ESG리스크를 아주 잘 경영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였다.
국내에도 ESG를 잘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글로벌 기준에는 미흡해도 올해 시작한 ESG를 빠르게 학습하고 실천하는 기업들이 속속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렇게 잘하는 한국 기업들은 더 알려지고 더 독려되어야 한다. ESG는 기업들이 숨기던 요소에서 드러내는 요소로 바뀐 지 오래다. 필자가 한국 기업들이 ESG를 잘한다고 칼럼을 계속 쓰는 이유이다. 잘하면 더 잘하라고 칭찬해야 한다. 대한항공도 그렇다. 앞으로 더 잘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문성후 교수의 프로필▶ 숙명여대 SBS 초빙대우교수, ESG중심연구소 소장, 경영학박사, 미국변호사(뉴욕주), '부를 부르는 ESG' 등 저서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