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시중은행을 옥죄자 정작 실수요자와 서민들의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해 전세자금대출까지 막히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가을 이사철 맞아 주택 실소유자들과 무주택 서민들이 살 집을 마련하는데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28일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대출을 제한하는 것에는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이나, 실소유자들과 무주택 서민들을 위해서는 부동산 관련 대출 상품들에 한해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시중은행들의 부동산 관련 대출 줄이기 방안
지난달 농협은행이 선제적으로 부동산 관련 대출을 올해 11월까지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한 풍선효과가 발생해 타 시중은행으로 차주들이 몰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농협은행만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타 시중은행들은 금리가 낮은 부동산 관련 대출 상품 일부만 중단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오는 10월 1일부터 모기지 관련 일부 대출 상품 취급을 한시적으로 제한한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부동산 관련 대출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나, ‘코픽스’ 대출만 오는 11월까지 중단할 계획이다. 코픽스는 은행연합회에서 은행의 자금 조달비용을 반영해 산출되는 주택담보대출 기준 금리다.
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중 코픽스 대출의 경우 금리가 낮기 때문에 금융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대출에 속한다. 이 대출을 중단한다는 것은 우리은행이 금리가 높은 주택담보대출만 취급하겠다는 얘기다.
국민은행의 경우 부동산 관련 대출의 한도를 일제히 줄였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권고한 가계대출 증가율(연 5~6%)까지는 여유가 있지만, 속도조절 차원에서 부동산 관련 대출 한도를 줄인 것이다.
■ 앞으로도 부동산 대출 막힐 예정…“핀셋 해제 필요해”
농협은행의 경우 오는 11월까지 부동산 관련 대출 중단을 이어갈 예정이다.
부동산 관련 대출 중단으로 상당수의 금융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지만 농협 내부적으론 현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타 시중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과 금융소비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 오는 11월까지 일부 대출 상품만 중단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국내 5대 시중은행 가운데 신한은행만이 아직 부동산 관련 대출에 손을 데지 않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율이 2%대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은 여유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중은행들의 이 같은 태도로 주택 실소유자들과 무주택서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의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시중은행들이 금융당국의 눈치만 보고 있을 뿐 금융의 공공성을 고려해 금융소비자들의 요구는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부동산 관련 대출 한도를 줄였지만 무주택자와 실수요자들의 대출 요구에 맞추기 위해 일부 상품은 남겨 뒀다”면서 “일부 시중은행은 전세대출의 경우 인상분까지만 대출해주는 것으로 정책을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지난 27일 ‘경제·금융시장 전문가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 현 대출 총량을 규제하는 정책 기조에는 변함없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대출 총량 억제 정책으로 부동산 관련 대출은 앞으로도 막힐 것으로 예상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괄적으로 대출 규제를 하다보니 무주택자나 실거주자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발생한 것”이라면서 “실수요자와 무주택자들의 신용상태 등을 평가해서 규제를 완화하거나 핀셋 해제 해주는 유연한 대출 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