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전세대출 풀어줘라”…은행권 “쉽게 생각할 문제 아냐”

최정호 기자 입력 : 2021.10.08 07:23 ㅣ 수정 : 2021.10.08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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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실수요자를 위한 전세자금 대출 완화를 주문했지만, 시중은행들이 이를 따르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중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강력한 가계대출 총량 억제 정책과 문 대통령의 주문보다 앞서 실수요자를 위한 전세자금 대출을 진행해 왔다. 

 

이 같은 상황에 전세자금 대출을 더 완화할 경우 금융당국이 요구한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인 5~6%선이 붕괴될 것이라는 게 은행권 안팎으로의 관측이다. 

 

일부 시중은행 관계자는 8일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무너질 경우 그 피해는 금융소비자에게로 돌아간다”면서 “은행 입장에선 각종 규제를 무시하고 포퓰리즘을 따라갈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고 토로했다.   

 

■ 시중은행, 가계 대출 총량 유지 자구책 마련 분주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경우 부동산 관련 대출(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을 연도별로 통합 관리하다가 최근 월별·지점별 관리로 최근 바꿨다. 

 

이들 은행들은 부동산 관련 대출 한도를 월별로 나눠 정하고 소진할 경우 다음 달 분량을 끌어 쓰고 또 한도가 부족한 지점은 타 지점 것을 끌어다 쓸 수 있게 조치해 놓은 상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월별·지점별로 나눠 관리하는 것은 부동산 실수요자들의 대출 요구를 맞춰주기 위한 자구책”이라고 설명했다. 

 

4대 시중은행 모두 신규 전세자금 대출은 허용하고 있다. 다만 금융소비자가 전세값 인상으로 대출을 받을 경우 국민은행은 차액만 대출해주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현재 하나은행도 이 같은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중이다. 

 

또 4대 시중은행 모두 주택 담보 대환대출을 중단했다. 대환대출의 경우 금리가 높아 않아서 다른 은행으로 대출을 갈아타는 것이기 때문에 부동산 실수요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조치다. 

 

현재 신한은행의 경우 가계 대출 총량 목표치에서 타 은행보다는 여유로운 편이다. 부동산 관련 대출 규제를 안하다보니 차주들이 신한은행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신한은행도 다음 달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부동산 관련 대출은 많게는 한 달 정도 대출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차주가 몰렸는지는 기간이 경과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 밑도 끝도 없는 가계대출 핀셋 해제, 시장 역효과 유발  

 

문 대통령의 실수요자를 위한 전세자금 대출 완화를 주문으로 시중은행들은 혼란에 빠트리는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은행권 안팎으로 나오고 있다.  

 

복수의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 대출 총량 규제에 전세자금 대출은 빼지 말라는 것인지, 어디까지 실소유자로 봐야 하는지, 어떤 기준으로 대출을 분류해야 하는지 정해지지 않아 금융당국의 답변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의 경우 재정건전성을 위해 지켜야 할 지표들이 많다. 은행의 예금 잔액에 대한 대출금 잔액 비율인 ‘예대율’도 일정 부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또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국제결제은행(BIS) 산하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내놓은 은행 자본 건전화 방안인 ‘바젤3’도 지켜야 한다. 

 

이 같은 상황에 단순히 실수요자 전세자금을 위해 대출을 완화하라는 것은 은행 입장에선 곤란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정부가 실수요자를 위해 핀셋 해제 정책을 일찍 펼쳤어야 한다”면서 “뒤늦은 핀셋 해제로 시장에 혼선을 주고 있는 상황이라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신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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