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그신화’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의 1조원 베팅, 성수동에 '미디어제국' 세우나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대작게임 '배틀그라운드' 하나만으로 고속성장을 해온 크래프톤이 '업종 확대'를 본격화하고 있다. 미래에셋운용과의 컨소시엄이 지난 15일 성수동의 이마트 본사 건물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가 되면서 "국내 ICT산업의 랜드마크로 조성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인수 규모는 ‘1조원’을 넘기는 액수로 추정된다.
이번 인수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단 하나만 성공한 ‘원 히트 원더(one-hit wonder)’라는 꼬리표를 떼고 새로운 성장의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혁신가'인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크래프톤 장병규 이사회 의장이 손잡고 어떤 작품을 만들어나갈지가 관심의 초점이다. 시장에서는 크래프톤이 디지털미디어산업 진출을 겨냥하고 있다는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성수동이 '벤처와 문화의 새로운 메카'로 부상하는 지역이라는 점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 장 의장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 도약할 것" / 영화·다큐멘터리·웹툰 등 ‘미디어 진출’ 노린다 / 김창한 대표도 미디어 산업 열정 피력
실제로 장병규 의장은 지난 해 IPO를 앞둔 기자간담회에서 ‘배틀그라운드’의 IP를 활용한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당시 장 의장은 “배틀그라운드는 동서양의 모든 국가에서 성공을 거둔 유일무이한 게임”이라며 “배틀그라운드가 가진 강력한 IP를 토대로 다양한 사업으로 확장할 예정이다”이라면서 영화·숏폼콘텐츠·다큐멘터리·웹툰 등을 언급했다. ‘미디어 산업’에 대한 의지는 장 의장 한 사람만의 뜻이 아니다.
‘배틀그라운드의 아버지’라 불리는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이사는 올해 초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크래프톤은 스트리밍 서비스에 업로드 할 애니메이션 쇼와 웹툰을 만들고 있으며 영화와 드라마도 제작할 예정이다”며 “회사는 이러한 분야에 진출하는 것에 개방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올해 6월 자사 IP를 활용하여 마동석 배우를 주연으로 한 단편 영화 ‘그라운드 제로’를 유튜브를 통해 배포한 적이 있다. 배틀그라운드 IP를 활용한 첫 엔터테인먼트 작품이다.
이렇게 제작된 자사의 미디어를 방문객에게 상영할 수 있는 공간을 설립할 수도 있다. 혹은 별도로 타사와의 협업을 통하거나 자회사를 설립하여 영상을 전문적으로 상영하는 공간을 구비할 수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김 대표는 당시 향후 ‘배틀그라운드’와 관련된 3개의 신작 게임을 준비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크래프톤은 이번달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의 출시를 예고한 바 있다. 앞서 성공한 배틀로얄 장르뿐만 아니라 여러 장르의 게임을 개발 준비 중이다.
이러한 대형 게임사의 기대작을 발표할 때, 블리자드의 ‘블리즈컨’처럼 거대한 행사장에서 진행하게 되면 더 많은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다. 또한 지금은 사라진 넥슨의 ‘넥슨 아레나’처럼 자사 게임의 대회장이나, ‘네코제’ 등의 IP를 활용한 페스티벌 등을 개최할 장소로도 사용할 수 있다.
이런 것을 고려하였을 때 만일 인수가 성공적으로 성사된다면, 성수동 이마트 건물은 이처럼 크래프톤의 IP를 활용한 미디어 산업의 중추가 될 수도 있다. 넥슨의 ‘네코제’나 블리자드의 ‘블리즈컨’과 마찬가지로 크래프톤만의 대형 이벤트를 열 수 있는 장소가 되는 것이다.
■ 키즈카페·식품관·팝업 스토어 등 게임사의 '이종 협업' 혹은 '영토 확장' 눈길
또한 최근 이종 업종 간의 협업이 빈번히 일어나면서 게임사의 ‘이종 업종 진출’ 또한 그렇게 드문 일이 아니다.
크래프톤의 경쟁사 ‘스마일게이트’는 이종 업종과의 협업을 상당히 많이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식품업계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는데, 컵라면·햄버거 다양한 식품에 자사 게임의 아이템을 지급하는 등으로 판촉을 진행하였다.
또 넥슨은 자사 레이싱 게임인 ‘카트라이더’로 신한은행·켈로그 등과 협업한 바 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주요 경쟁사 ‘엔씨소프트’의 행보이다. 엔씨소프트는 2019년도 영화 기업 ‘메가박스’와의 협업을 통해 자사 게임 IP를 활용한 키즈카페 ‘타이니’를 선보인 바 있다.
키즈카페 ‘타이니’는 엔씨소프트의 IT 기술이 접목되어 디지털 미디어를 접목한 트램폴린, 클라이밍, 블록놀이 등의 다양한 놀거리를 제공하였다.
또한 엔씨소프트는 의류 브랜드 ‘꼼파뇨’와 함께 협업하여 티셔츠 등의 의류를 판매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크래프톤의 성수동의 이마트 건물을 인수한다면 자사 IP를 활용한 ‘콜라보’ 제품을 판매하는 팝업스토어나, ‘배틀그라운드’를 필두로 가벼운 신체적 활동이 가능한 VR등의 체험 공간을 설치할 가능성도 있다.
IP가 IP인만큼 ‘배틀그라운드’의 배틀로얄 형식을 띤 오프라인 서바이벌 공간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과거 넥슨이 자사 게임 ‘서든어택’을 활용해 2009년부터 인제에서 진행했던 ‘서든어택 얼라이브’ 등의 사례도 활용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
■ 시가총액 약 24조원의 ‘거대 기업’인데… 일하는 곳이 세 곳 / 통합사옥에 구글식 '복지 공간' 설치해 개발자 유혹?
크래프톤의 시가 총액은 19일 종가 기준 약 24조1575억원이다. 국내 게임사 중 크래프톤보다 시가총액이 높은 기업은 ‘없다’. 같은 시기 엔씨소프트가 약 14조원, 카카오게임즈가 약 5조원이고, 도쿄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넥슨 재팬’도 약 18조원 수준이다.
그런데 포털사이트에 ‘크래프톤’을 검색하면 총 3곳의 위치가 나온다. 각각 판교, 강남구 역삼동,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해 있다. 최근 분당의 ‘크래프톤 타워’에서 강남구로 본사를 옮겼다. 그러나 ‘크래프톤 타워’는 이름만 크래프톤이 들어가 있을 뿐 네이버 웹툰 등이 같이 입주해있고 크래프톤의 소유 건물은 아니다.
또 최근에 이주한 역삼동 ‘센터필드 타워’도 건물 내부에 많은 기업들이 입주해있는 만큼, ‘국내 최고 시가 총액 게임사’의 위상을 굳건히 다지기 위해서 흩어진 기업을 한 곳으로 모을 필요가 있다.
이번 인수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이마트 성수점 건물 내부에 ‘크래프톤 본사’가 들어서며 전체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직원들을 위한 대형 복지 공간도 확보할 수 있다. 최근 개발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개발자 구인난’ 현상이 지속되면서 각 IT 기업에서 개발자를 모시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 19일 금융 플랫폼 기업 토스는 약 열흘간의 ‘겨울방학 제도’, ‘주 4.5일제 근무’, ‘포괄임금제 폐지’ 등 직원에 대한 복지를 상당히 증진시켰다.
또한 카카오뱅크도 올해 7월 개발자를 공개채용하면서 3년 근속 시 1개월의 유급휴가, 휴가비 200만원, 유연근무제 등 개발자의 모집을 위해 좋은 조건들을 상당수 내걸었다.
미국 구글 본사의 사례처럼 직원에게 복지를 제공하는 공간을 별도로 마련한다면, 국내 최대 게임사 중 하나라는 입지와 시너지를 일으켜 입사를 준비하는 개발자들에게 최우선적으로 고려되는 기업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