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후의 ESG 칼럼] ESG, 쿠팡이 잘한다
고객, 판매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만족도 높여
[뉴스투데이=문성후 한국ESG학회 부회장] ESG를 경영하는 데 가장 중요한 원칙을 하나 꼽으라면 ‘균형(balancing)’이다. 기업은 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골고루 균형감을 가지고 경영해야 한다. ESG의 E,S,G는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가장 필수적이면서 중요한 사항을 뽑고 뽑아서 ‘골고루’ 잘하라고 선택한 요소다.
ESG는 단순히 착한 기업이 아니라, 영리하고 현명하며 선의를 가진 기업을 추구한다. 한쪽으로 치우친 기업이 아니라 매출, 수익과 사회적 책임 실현을 모두 균형 있게 달성하길 원한다. 회사가 돈도 벌고 좋은 일도 하는 것(doing good by doing well)이 ESG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이해관계자 누구 하나 소홀함이 없이 함께 배려해야 한다. SPICE 모델의 이해관계자, 즉 사회(society), 파트너(partner), 투자자(investor), 고객(customer), 직원(employee) 모두 존중해야 하며, 회사의 목적이 그들과 함께 존재함을 잊어선 안 된다. 미국의 2019년 BRT 선언이 그랬듯 말이다.
ESG 경영을 잘하려면 방법이 무엇인지 종종 질문을 받는다. 역시 ‘균형’이다. ESG는 균형을 잡는 과정이다. 주주 제일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중심주의로 간 것이 그렇고, CSR에서 CSV로 간 것이 그렇고, 재무 성과에서 비 재무성과까지 간 것이 모두 균형의 과정이었다. 그 과정에서 기업이 잘하는 부분은 지키고, 혹여라도 놓쳤던 요소나 대상이 있다면 그 분야에, 그 대상에 다시 집중하면 된다. 이를 방치하면 리스크로 돌아오기 때문에 수리하고 보강해야 한다.
ESG에서 이해관계자들의 균형추는 어떻게 옮겨갔을까? 기업에 돈을 대주는 투자자들은 당연히 중요했고, 돈을 내주는 고객들도 중요했다. 하지만 돈을 지급하는 대상에게는 회사는 전통적으로 인색했다. 정부에 세금 내는 데 인색했고, 직원에게 주는 월급을 아까워했고, 파트너(협력사)를 위한 지원을 비용으로 생각했다. 오히려 협력사로부터 이윤을 빼앗기도 했고, 조금 장사가 된다 싶으면 아예 기업이 협력사를 차려 계열사로 만들어 일감 몰아주기를 했다. 이렇게 이해관계자 가운데 주주와 고객에게 관심이 치우쳤던 기존의 경영에 기업이 반성하고, 사회, 협력사, 직원에게도 균형 있는 관심을 실천하자는 것이 ESG이다.
쿠팡이라는 기업이 있다. 쿠팡의 슬로건은 ‘고객을 와우하게 하라(Wow the Customer)’다. 쿠팡은 출발부터 ‘고객 만족 극대화’를 기업의 목적으로 삼은 기업이다. 쿠팡은 정말 고객을 와우하게 했을까?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연평균 약 100%를 기록한 쿠팡의 성장률 증가를 보면 고객들은 쿠팡의 서비스에 만족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쿠팡은 배송의 공백을 없애면서 고객의 생활시간을 24시간으로 늘려주었다.
쿠팡의 사회(society)에 대한 기여는 어떨까? 기업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사회적 기여는 일자리 창출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실업률은 4.0%였다.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실업률이었다. 이 와중에 2020년 쿠팡의 한해 순 고용증가 인원은 전년 대비 약 2만 4천 명이었다. 2021년 6월 현재 쿠팡 직원 수만 해도 약 5만 5천 명에 이른다. 현대차에 이은 고용 3위 기업이다. 쿠팡의 사회적 기여는 결코 작게 볼일이 아니다.
쿠팡은 파트너(partner)와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 쿠팡 판매자(파트너)는 약 20만 명에 이른다. 여기서 쿠팡의 판매자는 쿠팡이 직매입해 배송하는 로켓배송 납품업체와 마켓플레이스(오픈마켓)에 직접 등록해 판매하는 업체를 모두 말한다. 그들 중 약 80%가 연 매출 30억 미만의 소상공인이다. 전통적인 시장 구조라면 감히 시장 진입은 꿈도 못 꿀 업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쿠팡이라는 플랫폼과의 협업으로 점포의 매대 없이도 그들은 소비자들에게 선택을 받고 있다. 삼익가구처럼 쿠팡의 로켓 시스템으로 기사회생한 기업도 있다. 쿠팡은 중소상공인에게 진입장벽을 허물고 시장의 문을 활짝 열어주고 있다다.
쿠팡은 투자자(investor)에게 어떤 기업일까? 필자는 2019년 한 티비 프로그램에서 쿠팡에 대해 이런 취지로 말했다. ‘이커머스(e-commerce) 업체는 초기부터 설계가 온라인 마켓에 적합하게 되어있다. 그래서 이커머스 시장에서 오프라인 업체는 온라인 업체를 이기기 어렵다.’ 쿠팡의 경쟁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커머스는 인프라 싸움이다. 쿠팡은 자사의 이익을 즉각적인 현금으로 교환하는 대신, ‘장기투자주의(long-termism)’로 인프라를 확장하며 미래 가치를 축적하고 있다.
직원(employee)에 대해서 쿠팡은 어떨까? 쿠팡은 배송직원들을 100% 직고용하며 주5일 52시간 이하 근무와 연차 휴가 등을 보장하고 있다. 쿠팡은 전국에 1만 5천 명 이상의 배송 기사를 고용하고 있고, 여성 기사들도 증가하고 있다. 그래서 쿠팡 배송 기사 명칭도 쿠팡맨에서 ‘쿠팡 친구(쿠친)’로 변경했다.
ESG는 완성이 없다. ESG는 목표를 지향하는 과정이다. 이해관계자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그들의 필요를 충족하는 과정이다. ESG의 모범 기업들도 이해관계자 모두의 요구를 수용하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중요한 것은 기업이 이해관계자를 늘 기억하고 있는가였다.
사실 유통업체가 ESG를 완벽하게 하기는 쉽지 않다. 아마존도, 월마트도 MSCI에서는 중간등급인 BBB 등급이다. 쿠팡도 아직 무결하지는 않다. 그러나 균형감을 갖추며 고객을 넘어 이해관계자 모두를 충분히 만족시킬 것이다. 쿠팡은 처음부터 고객에서 시작한 기업이다. 수익보다 고객을 앞세운 기업이다. 쿠팡의 초심은 ESG 경영에서도 그대로 실현되리라 믿는다. 그 결이 어디 가겠는가?
◀문성후 교수의 프로필▶'한국ESG학회 부회장, 미국변호사(뉴욕주), 경영학박사, 숙명여대 SBS 초빙대우교수, '부를 부르는 ESG' 등 저서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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