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에 성공한 직장인 연봉이 오히려 줄어든 이유는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최근 몇 년간 일본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이직이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총무성의 노동력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 직전인 2019년의 이직자 수는 과거 최다인 351만 명을 기록했고 특히 25세에서 34세 사이의 젊은 직장인들은 13명 중 1명에 해당하는 7.8%가 직장을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들에게 이직정보를 제공하는 엔 재팬(エン・ジャパン)은 이와 같은 활발한 이직현상의 원인으로 인력부족과 젊은이들의 의식변화를 꼽는다.
5년 넘게 계속된 인력부족에 일자리는 상대적으로 많아지면서 젊은 세대들이 이직을 통해 커리어를 다지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졌고 반대로 기업들은 교육기간을 최소화하고 즉시 실무에 투입 가능한 인재를 뽑으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자연스레 이직시장이 커진 탓이다.
하지만 일본 직장인들의 이직은 우리의 생각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특히 이직의 주된 목적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급여상승을 일본에서는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취업정보사이트 마이나비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이직한 직장인들의 평균연봉은 이직 전이 461만 2000엔이었고 이직 후가 453만 엔으로 이직과정에서 급여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리크루트 워크스 연구소의 또 다른 조사에서도 이직으로 인해 급여가 5%이상 올랐다고 답한 일본 직장인은 39.7%로 영국이나 프랑스의 75% 이상에 비해 눈에 띄게 적었다.
그럼 일본 직장인들은 무엇을 바라보고 이직시장에 뛰어드는 것일까. 마이나비의 조사에서는 이직 시에 급여상승보다 희망하는 근무지나 휴일 및 휴가제도 등의 노동조건을 고려한다는 응답자가 더 많았다.
후생노동성의 2019년 고용동향조사를 봐도 수입보다는 노동조건, 직장 내 인간관계 등을 이직사유로 꼽은 직장인들이 더 많았다.
이에 대해 마이나비 측은 ‘최근에는 워라밸이 주목을 받고 재택근무나 육아휴직에 대한 요구가 강해지면서 자신답게 일할 수 있는 업무와 직장을 찾으려는 직장인들이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도쿄대학의 혼다 유키 교수는 세계에서 유독 일본만 이직 시에 급여가 오르지 않는 원인은 따로 있다고 이야기한다. 일본식 고용은 개인의 스킬이나 전문성을 경시하고 있다는 혼다 교수는 ‘배운 내용을 평가하고 임금에 반영하도록 정재계와 노동시장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직의) 의미가 없다’고 지적한다.
또한 이직열풍이 불고 있다고는 하나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면 일본은 여전히 이직에 소극적인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일본 노동정책연구 및 연수기구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같은 직장에 10년 이상 근무하는 직장인의 비율은 일본이 45.8%로 영국(31.6%)이나 미국(28.8%)은 물론이고 한국(21.5%)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았다.
이처럼 사람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종신고용에만 매달리는 문화가 계속되는 한 일본 직장인들의 가난한 이직은 언제까지고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