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의 친(親) 금융사 행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금융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다음 정부에서 임기가 확실치 않은 금감원장이 무리하게 친 금융사 위주로 금감원의 체질을 바꾸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민단체들은 8일 “금융권의 요청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정은보 원장이 먼저 선물 보따리를 풀며 노골적으로 친 금융사 행보를 보이고 있어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금감원장은 통상적으로 정권이 바뀌면 남은 임기에 상관없이 친정부 인사로 교체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2022년 5월에 끝나기 때문에 지난 8월에 부임한 정은보 원장 임기는 길어야 1년 남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 같은 이유로 금융권 내에서는 정은보 원장이 취임 후 사모펀드 불완전 판매 사태에 관련된 CEO들에 대한 징계 절차 등을 마무리 짓고 임기를 다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정은보 원장은 취임 직후 전임 윤석헌 원장 색깔 지우기 일환으로 부원장보 이상의 임원들에게 일괄 사표를 요구했고, 지난 3일에는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지주 회장들과 간담회에서 금감원의 업무를 사후적 처벌에서 사전 예방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또 폐지됐다가 윤석헌 전 원장 때 부활한 금융지주사에 대한 종합감사에 대해 유보의 입장을 드러냈다. 이로 인해 이달 예정된 우리금융지주에 대한 종합감사도 취소됐다.
이에 대해 국회 정무위원회 한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폐지됐던 종합감사 기능을 윤석헌 전 원장이 강화시켜 놓았는데 정은보 원장이 와서 다시 폐지를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면서 “금감원장이 바뀔 때 마다 종합감사 정책이 바뀌는 식의 악습은 없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내에서 가장 문제로 지적되는 것이 금감원의 기능이 처벌에서 예방 중심으로의 변화를 주겠다는 점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예방 정책을 강화해 금융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에는 동조하는 입장지만 이 같은 체계를 구축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조언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금융사고가 발생해도 해당 금융사와 경영진들에 대해 금감원이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기 때문에 양벌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전문가는 “금감원이 이름처럼 감독하는 것인데 사전 예방에만 치우치겠다는 것은 역할을 수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본지와 통화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소비자집단 소송 제도가 없기 때문에 금융사고가 발생해도 금감원의 처벌로 종료된다”면서 “최소 경영진에 대한 강도 높은 징계만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정은보 원장이 금감원의 사정(査定) 기능을 축소하고 사고 예방 역할로 무리하게 바꾸는 것이 금융권 내에서 어떤 의미로 받아드리는지에 대한 충분한 고찰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