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야기(133)] 이경전 경희대 교수의 메타버스 전문가 키우기, 연구년에 ‘소셜미디어 MBA' 신설

임종우 기자 입력 : 2021.11.10 07:30 ㅣ 수정 : 2021.11.10 08:56

교수사회 신풍속도, 연구년에 가족여행 대신 신시장 공략 / "메타버스 경영 시도하는 CEO와 직장인을 메타버스 전문가로 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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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직업에는 은밀한 애환이 있다. 그 내용은 다양하지만 업무의 특성에서 오는 불가피함에서 비롯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때문에 그 애환을 안다면, 그 직업을 이해할 수 있다. ‘JOB뉴스로 특화된 경제라이프’ 매체인 뉴스투데이가 그 직업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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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전 경희대학교 경영대 교수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장기 재직한 대학교 교수에게는 보통 7년에 한 번씩 1년 남짓의 ‘연구년’이라는 기간이 주어진다. 이는 강의 및 행정업무 부담 등으로 인해 미흡하기 쉬운 교수 본연의 연구에 전념하라는 의미로 주어진다.

 

동시에 ‘안식년’이라는 개념도 강하다. 재충전을 위해 한 해를 온전히 휴식하라는 의미이다. 그런 만큼 가족과 여행을 즐기거나, 개인적인 휴식을 즐기는 경우가 흔하다.

 

이렇게 볼 때, 이경전 경희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의 '연구년'은 이례적이다. 온전히 ‘연구’에 쏟아붓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AI) 전문가 중의 한 명인 그의 연구주제는 '사용자중심인공지능(User-Centric AI)'이다.

 

그뿐만 아니다. 관련된 산학협력과정 신설을 추진 중이다.  2000년대를 주름잡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싸이월드’의 창업자인 형용준 메이크위드 대표와 함께 재직 중인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에 ‘소셜미디어 경영 MBA(야간-주말 특수대학원)' 학과를 신설하기 위해 12일까지 신입생 원서접수를 받고 있다.

 

이 교수는 왜 ‘연구년’에 학과신설을 추진하고 있을까. 또 ‘싸이월드’ 창업자와 함께 그리는 비전은 무엇일까?

 

■ 유능한 교수는 '연구년'에 첨단IT기업과의 산학협력 즐겨? / 이 교수, “과거 연구년에는 해외 최고 수준 대학에 갔지만,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국내에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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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힌튼 토론토대학 교수(왼쪽)와 앤드류 응 스탠퍼드대학 교수는 각각 구글과 바이두에 재직중이다. [사진=연합뉴스]

 

이경전 교수는 9일 뉴스투데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안식년에 쉬지 않고 연구를 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지난번 연구년에는 MIT(메사추세츠 공대)와 UC버클리(캘리포니아 대학교)를 다녀왔었고, 그 전에는 스탠퍼드 대학 근처의 팔로 알토(Palo Alto)에 6개월 정도 있었다”며 “개인적으로 해외의 이런 최고 수준 대학 근처에서 연구년을 지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19 등의 문제가 있어서 국내에 있었다”며 “국내에서 ‘하렉스인포텍’이라는 회사와 우리 연구팀이 같이 사용자 중심 인공지능(User-Centric AI)을 연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활동에 대해, “마치 토론토 대학의 교수인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이 구글에서 일하는 것이나, 스탠퍼드 대학의 교수인 앤드류 응(Andrew Ng)이 바이두에서 일하는 것처럼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기술이 격변하는 4차산업혁명시대에 대학교수는 자칫 낙오자가 되기 쉽다. 응용학문의 경우가 더욱 그렇다. 안식년에 오히려 첨단IT기업과의 산학협력을 강화함으로써 학문적 토대를 다지고 충전하는 게 교수 사회의 새로운 풍속도인 셈이다.

 

■ ‘싸이월드 창업자’ 형용준 대표와는 "카이스트 경영학과 동기"… "싸이월드처럼 페이스북도 후발주자에게 밀릴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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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싸이월드의 사이버머니 '도토리'로 세뱃돈을 주던 시대도 있었다. [사진=싸이월드제트]

 

이 교수는 싸이월드의 창업자인 형용준 메이크위드 대표와의 인연에 대해 ‘대학 동기’라는 사실을 밝혔다. 이 교수와 형 대표는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의 경영과학과(현 경영공학부)를 졸업하였다.

 

그는 ‘싸이월드’의 이름에 관한 에피소드를 하나 말해줬는데, “원래 싸이월드의 이름은 ‘피플스퀘어’가 될 뻔 했다”며 “근데 내 생각에는 그 이름이 마치 ‘인민광장’ 같았다”며 웃었다. 실제로 싸이월드의 모태는 ‘피플스퀘어닷컴’에서부터 시작했다.

 

이어 “그래서 저와 형 대표를 비롯해, 여러 사람들이 이름을 상의한 결과 ‘싸이월드’로 결정되었다”고 전했다.

 

그는 싸이월드를 언급하면서, “사실 싸이월드나 네이트온이 SNS의 선두주자였지만 결국 페이스북과 같은 후발 주자에게 자리를 뺏겼다”며 “이와 같이 페이스북도 언젠가는 뒤쳐질 것이고, 실제로 최근 메타(Meta)로 사명을 변경하는 등 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뒤이어 “실제로 형 대표가 ‘언제 1등 소셜 미디어가 2등이 되는가’에 대한 이론적인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다”며 “(형 대표와 협업을 하게 된 것은) 이런 이론적인 부분을 교육해서 우리나라에서도 최고 소셜 미디어 기업이 나오게 하는 것을 하나의 목표이자 비전으로 잡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 페이스북은 메타버스 시장 겨냥해 '메타'로 사명변경 / ‘소셜미디어 경영 MBA’ 신설은 '전문가 수혈'을 위한 긴박한 산학협력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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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 전경 [사진=경희대학교]

 

이 교수는, “싸이월드를 잘 키웠으면 지금의 페이스북과 같은 위치에 있었을 것”이라며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개념이 나오는 지금도 역시 기회이고, 누가 일등이 될지 모른다”고 역설했다.

 

최근 메타버스(metaverse)라는 개념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미국의 SNS 페이스북(Facebook)의 사명이 메타(Meta)로 바뀔정도로 시장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뜨겁다.

 

그는 “최근 페이스북도 사명을 변경했고, 제페토(Zepeto)나 로블록스(Roblox)와 같은 서비스도 (메타버스에) 도전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 그런 도전의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메타버스 시장의 급속한 팽창과 경쟁 격화가 이뤄지는 시기에 전문가 수혈을 긴박한 과제이다. 이 교수와 경희대는 그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신기술의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발벗고 나선 셈이다.

 

'소셜미디어 경영 MBA' 과정에는 비단 이 교수와 형 대표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업계에서 내로라하는 인물들이 교수진으로 참여한다.

 

오늘날 메타버스 분야의 최고 권위자라 할 수 있는 김상균 강원대학교 교수가 자문교수로 참여하게 되었고, ‘소셜 미디어’ 분야를 이해하기 위한 학문인 사회학 박사 출신인 궁선영 고려대 박사가 주임교수로 참여한다.

 

또, SNS의 상업화 활동을 하는 권보연 플레이어블 컨설팅 대표와 IoT 및 인공지능 분야 전문가인 이진욱 시어랩스 부사장도 겸임교수로 참여한다.

 

이 교수는 이번 MBA과정에 대해, “최근 경영이나 정치 등의 분야에서 ‘소셜 미디어’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며 “오히려 소셜 미디어에서 나온 기사를 주류 언론이 받아 쓰는 형태도 나타나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그 사이에 메타버스가 등장해서 십대들은 이것을 받아들여 과거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행동을 하고 있고, 암호화폐와 같은 것을 통해 온라인으로 수익을 올리는 경우도 많아졌다”며 “그래서 (이번 MBA과정은) 이런 현상을 종합적으로 ‘경영의 관점’에서 연구하고 교육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타버스라는 소셜미디어를 경영이나 시장 개척에 활용하려는 최고경영자(CEO)나 직장인을 야간 혹은 주말 MBA과정을 통해 메타버스 전문가로 키워내겠다는 비전인 것이다.

 

■ "메타버스는 단순 3D 가상공간 아니야… 물리·가상공간의 융합" / "메타버스의 본질은 소셜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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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의 개념은 제페토·로블록스와 같은 '3D 가상공간'에서 국한되지 않는다. [사진=네이버제트, 제페토]

 

이 교수는 ‘메타버스’라는 용어를 ‘물리적 공간’과 ‘가상공간’의 융합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반적으로 메타버스를 ‘물리적 공간’에 대응되는 ‘3D 가상공간’으로 이해하는데, 실은 이 두가지가 ‘결합’되거나 ‘융합’된 것으로 봐야한다”며 “과거에는 흔히 물리적 공간에 대비되는 ‘사이버 스페이스’ 혹은 ‘가상공간’이 있었는데, 이 개념을 ‘메타버스’와 혼동하는 경우가 일부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현실에 사물인터넷(IoT)과 같은 디지털 시스템이 결합되는 것도 메타버스로 볼 수 있다”며 “과거 ‘사이버 스페이스’ 등의 용어보다 제대로 정의된 용어가 나왔기에, 개인적으로 이런 의미에서 ‘메타버스’라는 용어를 좋아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MBA과정의 이름에 ‘메타버스’가 아닌 ‘소셜미디어’를 사용한 이유에 대해서는, “(과정 이름을) 우리 현실에 더 가까이 접목될 수 있는 ‘메타버스 MBA’로 만들까 하다가, 잘못하면 ‘메타버스’가 단순히 하나의 유행어로 지나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결국 (메타버스의) 본질은 ‘소셜 미디어’이기 때문에 ‘소셜 미디어 MBA’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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