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경제 회복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뉴스투데이=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 3분기 성장률 속보치가 발표되면서, 걱정했던 민간 부문의 내수 부진이 수치로 확인됐다. 전체 성장률도 전분기 대비 0.3%로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내수 성장률은 -0.5%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0.8%를 기록한 순수출 증가율이 그나마 전체 성장률을 방어한 셈이다.
항목별로도 민간소비와 설비, 건설투자 증가율이 모두 마이너스였다. 상반기 중 건설투자를 제외한 나머지 내수 부문이 플러스 성장을 보였다는 점에서 3분기 수치들은 확실히 실망스럽다.
• 코로나19 재확산과 내구재 소비 약화, 병목 현상이 주된 원인
내수 성장이 기대에 못 미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코로나19 재확산이다. 꾸준한 백신 접종률 상승에도 불구하고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국내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7월 초 이후 4개월 넘는 기간 동안 네자릿 수를 기록 중인데, 이 때문에 3분기 내내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높은 거리두기 단계가 적용됐다.
살아나려던 오프라인 활동과 관련 소비가 주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둘째,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 오던 내구재 소비가 둔화됐다. 코로나19 확산과 더불어 소비자들은 여행 등 야외활동을 줄이는 대신 가전 제품과 가구 등 집 안에서 사용하는 내구재와 자동차 등 안전한 이동 수단을 사들였는데, 이제 그 수요가 약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재택 근무와 원격 수업, 온라인 오락을 위해 필요한 개인 장비 수요도 더 이상 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통화,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가 긴축으로 전환한 것도 내수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부터 정책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고,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대출 조이기에 나섰는데, 이로 인해 시장금리가 급격하게 오르고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 역시 늘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 금리인 3년만기 국채 금리는 5~6월까지 1.2% 수준이었으나 9월말 1.6%까지 올랐고, 지금은 2%를 넘나드는 상황이다.
또한 가계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대출금리 역시 짧은 기간 크게 올랐다. 이자 부담이 늘었거나,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 소비에 돈을 쓰기 어려워진다.
여기에 투자 환경도 나빴다. 결국 코로나19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일부 업종에서의 생산 병목 현상과 물류 차질, 원자재 가격 상승이 원활한 투자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앞서 지적했듯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부 제품의 수요가 빠르게 늘었는데, 이로 인해 소재와 부품, 원자재, 나아가 노동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부족 현상은 각국의 자동차 생산 차질로 이어졌고, 최근에는 친환경 에너지 사용 압력이 높아진 중국에서 전력난에 이어 요소수 생산 감소 현상이 나타나,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이른바 ‘요소수 대란’이 나타나고 있다.
• 긴축 기조와 투자 여건을 감안할 때 내수 회복은 만만치 않아. 다양한 대책 강구해야...
물론 좋은 소식도 있다. 11월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단계적 일상 회복이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하루 2천여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긴장의 끈을 놓을 순 없지만, 세계적으로도 높은 백신 접종률, 선진국보다 더 낫다는 평가를 받는 의료 시스템, 그리고 최근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는 먹는 치료제 등을 감안할 때 일상 회복의 단계는 점점 높아질 것이다.
이미 국내에서의 야외 활동은 증가하기 시작했고, 해외 여행 가능 국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즉, 내구재 소비를 대체할 만한 새로운 소비가 늘고, 어려움을 겪던 자영업자들의 상황이 호전되면서 내수 경제 전반에 훈풍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높아진 물가와 부동산 가격, 그리고 이미 급증한 가계부채 우려 때문에 우리 통화당국의 긴축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글로벌 병목 현상에 따른 생산과 물류 차질 현상 역시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진 않다.
특히 통화 긴축뿐 아니라 강력한 가계 대출 규제까지 이어지면서 부동산 경기 둔화 전망이 늘고 있는데, 만약 그렇게 되면 민간 부문의 건설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GDP 중 민간 소비의 비중이 낮은 우리나라 여건상, 설비와 건설 투자가 부진한 상황에서 단계적 일상 회복에 따른 오프라인 소비 확대로만 내수 경제 전체가 좋아지긴 어렵다.
따라서 정부는 내수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대선 주자들의 재난 지원금 또는 손실 보상금 논의도 정치적인 이슈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경제적 차원에서 심도 있게 검토되어야 한다.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 역시 전반적 흐름은 유지하더라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일상 회복에도 불구하고 내수 경제 전반이 부진하면, 수출이 둔화될 때 성장과 고용을 방어할 여지가 줄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