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도원 기자 입력 : 2021.11.16 08:30 ㅣ 수정 : 2021.11.16 08:30
[뉴스투데이=모도원 기자] 금융당국이 시장조성자에 대한 규제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규정하지 못해 시장조성의 순기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지난 9월 시장질서 교란 혐의로 9곳의 증권사에 부과한 480억원의 과징금을 재검토하고 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증권사들이 480억원 과징금이 과도하다며 제시한 의견을 토대로 추징금 징수를 재검토하는 중”이라며 “부당이득을 환수한다는 조치이기 때문에 증권사의 의견을 받아들여 다시 한 번 검토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감원의 추징금 징수를 재검토 하는 것에 대해 관련 규정이 미흡해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또 시장조성자라는 순기능이 발휘될 수 있는 관련 제도도 빈약한 것을 근본 원인으로 꼽았다.
서지용 상명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장조성자에 대한 관련 규정이 있긴 하지만 정확한 시장상황을 판단하는 건 어렵다”며 “왜 매매 주문을 취소했거나 정정했는지 해석하는 것을 놓고 업계와 금융당국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 가격 변화로 주문을 취소할 때 하루에 호가를 얼마나 취소할 수 있는지 등 규정으로 명확히 만들어놨다면 법을 해석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 본다”면서 “시장조성자라는 제도 자체의 순기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규정 미흡으로 제대로 활용이 안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으로부터 과징금을 통보받은 증권사들은 시장조성자의 역할에 따라 유동성이 낮은 종목에 주문 호가를 넣은 것일 뿐 시세 교란이나 시세 조작은 아니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를 의식한 듯 정은보 금감원장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권사에게 부과된 추징금을 재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일각에서는 증권사에 부과된 추징금을 금감원장이 직접 감경 예고한 것은 제제가 과도하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미 부과한 과징금을 다시 재검토하겠다고 번복하면 금감원에 대한 신뢰성과 앞으로 이어질 여러 규제안을 상정하는데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장조성자 역할을 수행하던 증권사 14곳은 전부 시장조성 역할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