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ESG 전문가 문성후·현석 (상)] "CSO 인재대란 온다" 경고

임종우 기자 입력 : 2021.11.21 07:25 ㅣ 수정 : 2021.11.23 15:29

‘부를 부르는 ESG’의 저자 문성후 한국ESG학회 부회장과 현석 연세대 환경금융대학원 교수 '대담 인터뷰', ESG공시 의무화 따른 인재양성 필요성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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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는 경영에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사진=Pixabay, Pexels]

 

[뉴스투데이=인터뷰 이태희 편집인 / 정리 임종우 기자] “ESG 경영과 투자에 대한 사회경제적 논의는 궤도에 오르고 있다. 이제는 ESG를 할 사람을 만들어야 한다. 2022년에는 ESG경영을 할 ‘C레벨(chief, 최고위자)’부터 육성을 해야한다. 앞으로 국내 주요 기업들이 CSO(Chief Sustainability Officer) 대란에 직면할 수 도 있다. CSO를 포털에서 찾아보면 '보안책임자'라는 번역만 나온다. 하지만 우리가 말하는 CSO란 '최고지속가능경영책임자'이다. 기업의 CEO(최고경영자) 밑에 CFO(최고재무책임자)가 있는데, 앞으로는 CFO와 CSO라는 양날개가 작동돼야 한다.”

 

■ 자산 1조원 넘는 기업들은 내년부터 G보고서 공시 의무화 / 2조원 이상 상장사, 2025년부터 E와 S보고서 공시 의무화

 

문성후 한국ESG학회 부회장(현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초빙대우교수)과 현석 연세대학교 환경금융대학원 교수는 지난 19일 뉴스투데이와 가진 '대담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다. "CSO를 필두로 한 ESG관련 실무 인재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기업이 '중대 제도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의무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대응은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문 부회장과 현 교수에 따르면, 지난 1월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 등 3개 기관은 공동명의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기업공시제도' 개선 일정을 공개했다.

 

기업이 의무 공시해야 하는 보고서는 △환경보고서(E) △사회보고서(S) △기업지배구조보고서(G) 등 총 세 종류이다.

 

지배구조보고서(G)는 일정이 촉박하다. 그동안은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들만 의무 공시했지만, 바로 내년인 2022년부터 1조원 이상의 상장사로 범위가 넓어진다. 이후 2024년은 5000억원 이상의 상장사, 2026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들이 의무 공시해야 한다.

 

환경보고서(E)와 사회보고서(S)는 2025년까지는 자율 공시를 유도한다. 그러나 두 보고서 또한 2025년부터는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들이, 2030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들이 의무 공시해야한다. 게다가 세간에서는 ESG 공시 의무화를 1∼2년 앞당길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기업들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촉박해지고 있는 것이다.

 

■ "ESG 경력직 모집 불가능해 '열심히 할 사람'으로 자격조건 변경?" / "인재육성과 전문 ESG컨설팅 기관 필요해" 

 

그러나 상당수 기업들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 지조차 체계화되지 않은 상태이다. 당장 이르면 내년부터 새로운 형태의 보고서를 ‘의무 공시’를 해야하는 기업들도 있지만 아직 국내 ‘ESG 인재’는 턱없이 부족하다. "ESG 경력직을 모집했더니 경력자 자체가 없어서 '열심히 할 사람'으로 자격을 변경했다"는 이야기가 업계에 떠돌 정도이다. 그래도 인재를 구하는 기업은 나은 편이다. 일부 기업들은 아직 ‘ESG 인재’를 찾아야한다는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다. 

 

문 부회장과 현 교수는 국내 'ESG 인재 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현 교수는 현재 연세대학교 환경금융대학원에서 '최고지속가능경영책임자(CSO)' 과정을 이끌고 있는 등 관련 인재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문 부회장은 "국내의 경우 ESG인재가 부족하고 전문 육성 기관이 없다"고 말했다. 기업은 ESG인재를 양성함으로써 자체 역량을 강화하고, ESG컨설팅 기관이 전문성을 갖고 기업에 자문해주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문 부회장, “'ESG'는 'CSR'과 같은 단순 선행(善行)이 아닌, 글로벌 금융계가 주도하는 '새로운 경영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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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문성후 한국ESG학회 부회장과 현석 연세대 교수와의 대담 인터뷰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스투데이]

 

문 부회장은 우선 ‘ESG 인재를 왜 채용해야 하는가’에 대해 “글로벌 금융계가 ESG를 강하게 추진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블랙록과 같은 세계적인 자산운용사를 필두로 해 국내외의 금용기관들이 ESG투자를 빠르게 확대함에 따라, 기업들은 ESG경영을 강화하는 것이 생존의 문제가 됐다는 설명이다. ESG경영에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면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도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문 부회장은 “ 그동안 'ESG'를 ‘기업의 선행(善行)’의 측면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었지만, 사실 이것은 투자자 요구가 변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단언했다.  

 

■ 현석 교수, "금융기관은 ESG실적을 투자 기준으로 삼아, 기업은 ESG경영 피할 수 없어" 

 

현 교수도 “'국제연합(UN) 책임투자원칙(PRI)'에 동참하는 금융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게 무슨 의미냐면 '투자 대상 기업의 ESG 경영 현황을 고려하겠다'는 뜻이다"며 "그 동안은 UN PRI가 기업에 'ESG경영'을 강제하지는 못했는데, 이제 미국과 EU에서 'ESG 기본법'을 제정하면서, 자연스럽게 금융투자 측면에서 'ESG경영'의 영향력이 커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 부회장은 “이렇게 금융적인 요구가 생기기 때문에, 기존의 학술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달리 ESG가 추진력을 얻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금융기관이 ESG를 할 때 두 가지 이점을 취하게 되는데, 하나는 금융사가 기업에게 ESG경영을 요구하는 입장이 되고, 나머지 하나는 ESG경영을 요구하게 되면서 금융사 스스로도 ESG경영을 이루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 교수도 적극적으로 공감을 표했다. “ESG경영이 잘되는 기업에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등, 은행들도 상품에 ESG를 적용할 것”이라며 “이렇게 금융기관의 투자에 실질적으로 ESG 실적이 활용된다면 기업들은 'ESG경영'을 결코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문 부회장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허위로 공시되거나 ESG 실적이 좋지 않다면, 거기에 문제 제기를 할 기관은 금융기관이 될 것”이라며 “금융사는 ESG 실적이 안좋은 기업에게 대출을 거부하는 등 자금적인 압박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ESG에 대한 ’파이낸스 대응‘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 문 부회장, "유엔 PRI도 안읽어 본 사람이 전문가 행세, ESG통섭 전문가 양성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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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부회장의 저서 '부를 부르는 ESG' [사진=플랜비디자인]

 

문 부회장은 금융적 측면에서 ESG 인재의 필요성이 절박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 ESG 인재의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가 최근 '부를 부르는 ESG'라는 책을 저술한 이유도 국내 ESG가 혼란스러운 양상이었기 때문에,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국내에 ESG에 관한 지식을 전파하고자 하는 취지였다”고 밝힌 바 있다. 저서 ‘부를 부르는 ESG’는 ESG가 기업과 개인의 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의미를 담은 ESG 교과서라고 평가받고 있다.

 

문 부회장은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국내에 'ESG 전문가'는커녕 ‘ESG 선무당’만 많아졌다"며 "'유엔PRI'에서 제시한 원칙 여섯 줄도 안 읽어 본 사람이 전문가라고 말하고 다니는 상황이 됐다”고 꼬집었다.

 

“우리나라 ESG는 지금 ‘E(환경)’에 치중되어 있는데 당연히 환경 문제도 중요하지만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S(사회)나 G(지배구조) 측면으로도 신경써야 한다”며 “ESG를 한데 아우를 통섭적인 전문가가 나와야 하는데 현재 전문가는 거의 없는 수준이며, 관련 인재를 원하는 기업은 현장에서 실무가 가능한 인재를 못 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ESG 관련 인재를 채용하지 않는다면) 공시 법령 시행 초기에 공시될 기업의 보고서는 굉장히 축소돼있고, 많은 정보를 담지 못할 것”이라며 “그러나 이렇게 된다면 금융적인 측면에서 압박이 가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그는 “당장 2025년부터 이를 시행하고, 사회 요구에 따라 이 시간이 더 당겨질 수도 있다”며 “만약 국회에서 이를 2023년으로 당기자고 하면, 지금 기업의 ESG 수준에서 이 요구에 발맞출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의 각 기관에서 ESG 관련 교육을 하고 있는데, 여기서 짚어야 할 가장 큰 문제가 가르치는 사람조차도 ESG 경영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며 “만약 이 사람들한테 ‘기업에 가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작성해라’라고 하면 어려워 할 것이다”고 예상했다. 

 

현 교수도 “가끔은 기업 측에서 제가 강의중인 대학원생 중에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는 사람이 있냐는 문의도 들어온다”며 “ESG 경영을 하려는 기업이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졸업도 안한 대학원생을 찾을 정도로 인재가 없다”고 말했다.

 

■ 현 교수, “CSO 역할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서는 자금융통·위험관리·계획수립 다 할 줄 알아야”

 

현 교수는 “요새는 알파벳을 ABCD’ESG’라고 부른다더라”는 우스갯소리를 던졌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농담으로 받아들일 문제는 아니다. 최근 ESG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아직 ‘초기(ABC)’ 단계에서 머무르고 있으며 'ESG워싱(ESG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ESG 실적으로 기록하는 행태)' 우려되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나오기도 한다.

 

현 교수는 “사실 CSO는 단순히 ‘CSO 업무’만 보는 것이 아니다”라며 “친환경 프로젝트를 위해서 자금조달은 어떻게 할 것인지, 위험은 어떻게 관리할지, 앞으로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맞춰 기업의 사업계획은 어떻게 수립할지 이런 것들을 두루할 줄 알아야 하는데, 국내에는 그런 인재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그래서 현재 연세대에서는 ‘환경’뿐만 아니라 금융 및 법규 등 전체적인 그림을 이해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왜냐하면 ‘CSO’는 결국 한 분야만 다뤄서는 제대로 된 ESG 경영을 실행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 교수는 “많은 기업들이 ‘ESG경영본부’, ‘ESG위원회’ 등을 설립하지만, 그런 조직이 제대로 작동하는 지도 미지수”라며 “지금은 ‘ESG위원회’를 설립해놓기만 하면 ESG평가에 가점이 적용되는데, 이런 조직이 아무 역할을 하지 않아도 가점이 되니 일단 만들고 보자라는 행태가 만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실태를 지적하며 “지금은 보고서를 작성해서 자사 홈페이지에 올려두는 정도인데, 이걸 ‘허위’로 작성해도 아무런 제재가 없다”며 “최근에 기업에서 작성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컨설팅을 받아 구체적인 실적보다는 평가에 도움되는 말만 적어놓은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 문 부회장과 현 교수, "ESG평가기관의 기업평가, 체계화된 기준 없어" / "기업은 자체 인재 충원해 ESG 공시 등에 대비해야"

 

또한 ‘ESG평가사’를 현재 시행 중인 ‘신용평가사’와 비교하기도 했다. 현 교수는 “신용평가사는 기업으로부터 신용평가 수수료를 받아 평가를 부여하는 사업모델이지만, ESG평가사의 경우 ESG평가와 컨설팅을 동시에 하고 있어 이해상충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문 부회장은 "(ESG평가사가) 평가를 할 때, 회사에 정보를 요청하지 않고 보도자료 등 공개된 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개선이 안돼도 ‘개선을 할 것이다’ 등의 좋은 뉴스를 계속 내면 점수가 높아지는 문제가 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2025년이 됐을 때 기업이 계속해서 같은 방식을 통하여 높인 점수가 ESG 실적에 도움이 되는지도 미지수고, 만약 이렇게 올린 점수가 ‘허위’라는 판정을 받게 된다면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보고서를 작성하는 기준'에 대한 질문에 현 교수는, "지금은 국제기구가 내놓은 표준에 ESG를 평가하는 세부항목이 있는데, 이런 것을 참고해서 만든다"고 설명했다. 

 

또 "평가 시에 관련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를 활용하여 다양항 보고서와 문서처럼 형태와 구조가 복잡해 정형화되지 않은 데이터를 수집하여 활용하게 된다"며 "문제는 그 데이터들이 ESG 중 어디에 포함되는지, 각각의 평가항목에서도 긍정요소인지 부정요소인지 등을 평가하는 것이 아직 ‘자의적인 요소'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데이터 마이닝으로 모은 키워드를 정리할 때, 하나의 키워드가 ESG와 그 세부적인 요소 중 어디로 들어가는 지를 체계화 할 ‘딕셔너리’를 만들어야 한다”며 “그 딕셔너리를 통해 텍스트는 하나하나 분류해서 점수를 매겨야 하는데, 지금처럼 단순히 정리만 한다면 실적에 영향을 끼칠 만한 '임팩트'를 줄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문 부회장은 "각 기업은 재빨리 'ESG인재'를 고용하여 자체적인 '딕셔너리'를 고안해서 향후 '가이드라인'의 선행학습을 하는 등, 'ESG 가이드라인'에 빨리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서 ESG경영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기업들은 지금부터 ESG 전문가를 길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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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결론적으로 기업들은 지금부터 'CSO'를 담당할 수 있는 실무자를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Andrea Piacquadio, Pexels]

 

문 부회장은 “지금 기업들은 ‘딜레마’에 빠져있다”고 주장했다. ESG의 개념은 알 것 같으면서도, 당장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명확히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제 포인트는 ‘ESG에 대한 공부는 이제 끝났으니 이제 할 사람을 기르자’와 ‘기업들은 ESG 공시에 대비하자’라는 두 가지”라고 밝혔다. 

 

문 부회장은 "현재의 ESG 경쟁구도가 갖는 장점은 '모두 다 같이 모른다는 것'이다"면서 “국내에서 ESG라는 개념이 시작된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평준화된 똑같은 시작점에 놓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단 “그런 차원에서 ESG는 현재 혼란기지만, 이미 이론적인 개념은 상당 부분 잡혀있다”며 “기업은 2025년 혹은 더 빨리 다가올 ESG 공시시대에 대비하여 전문가를 길러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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