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의 눈] 증시를 이끄는 두 가지 힘, 기업 실적과 유동성의 현재 상황은?

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입력 : 2021.11.25 05:30 ㅣ 수정 : 2021.11.25 05:30

최근 증시상황은 주요국 대비 부진 /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는 실적에 연동 / 시장유동성은 단기적으로 증시에 영향 / 당분간은 증시를 중립적 시각으로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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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금융센터 한국거래소 황소상 [사진=한국거래소]

 

[뉴스투데이=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 올해 하반기 들어 국내 증시는 주요국 증시에 비해 다소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는 7월에 기록한 사상 최고치 대비 10% 정도 아래 수준에서 머물고 있는 반면 미국 증시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유럽과 일본 등 주요국 증시도 안정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이후 강력한 상승으로 다른 나라를 압도했던 우리 증시는 왜 이렇게 힘이 빠진 것일까?

 

그 이유를 찾으려면 증시를 움직이는 두 가지 중요한 요인의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두 가지 요인은 다름 아닌 기업 실적과 유동성이다.

 


• 증시는 기업 실적과 시중 유동성을 기초로 움직인다

 

주식의 가격, 즉 기업의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너무도 다양하다. 사실상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반영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경영자의 교체나 우수 인력의 채용 또는 이탈, SNS로부터 확산되는 특정 제품에 대한 평가, 심지어 지구 반대편에서 발생한 홍수나 화재까지,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특정하기란 어렵다. 

 

게다가 어떤 요인에 대한 투자자들의 판단도 시점과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경우에는 의아할 정도의 과민 반응을 보이는가 하면, 어떤 경우에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해당 요인을 취급하기도 한다.

 

그 시점의 주가가 어떤 요인을 얼마만큼 반영했는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역사적으로 많은 학자들은 주가 변동을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해 왔다.

 

단기의 가격 변동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전문가와 다트 판으로 투자를 결정한 비전문가 사이의 수익률 차이가 없었다는 얘기는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사용된다.

 

하지만, 과거 데이터를 보면 장기적으로 기업의 가치가 실적에 연동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예를 들어 글로벌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의 실적, 즉 이익과 매출은 20년 전에 비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커졌다.

 

2001년에 2020년 애플 주가를 맞출 수 없었던 것은 실적을 전망하지 못했을 뿐이란 얘기다. 만약 그 당시에 애플의 스마트폰과 각종 주변기기, 앱 시장의 성장을 예상하고 충분한 시간을 기다렸다면 엄청난 수익을 거둘 수 있었을 것이다.

 

코스피와 국내 증시 상장 기업의 이익 추이를 봐도 같은 결과를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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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거래소]

 

한편, 실적과 달리 시중 유동성은 주로 단기적으로 증시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주로 통화/금융당국의 정책 기조와 환율 움직임이 시중 유동성을 움직이는 요인이다.

 

풍부한 유동성 하에서 시장금리는 낮게 형성되는데, 저금리 즉, 상대적으로 높은 채권 가격은 증시나 부동산 시장 등 더 위험이 크고 기대수익도 큰 자산시장으로 자금을 이동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화폐가치의 상승이나 상승 가능성도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해외 자금의 유입을 촉진한다. 과거 코스피와 원달러환율 추이에서 원화 강세 시기에 주가지수가 오르는 모습이 흔히 발견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 실적 호조세와 유동성 흡수가 동시에 나타나는 지금은 증시 혼조세 불가피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 상황인가?

 

일단 경제적으로는 대규모 재정정책의 효과에 이어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이 이어지며 울퉁불퉁하지만 경기 확장이 지속되고 있다.

 

경기를 견인하는 주체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바뀔 것이라는 예상은 많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전년동월대비 상품 수출증가율은 2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높아진 생산비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상쇄할 만한 수준의 매출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3분기 제조업 기업실적은 전반적으로 양호했고 내년 실적도 올해보다 나아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유동성 측면에서는 조금 다르다.

 

부동산 가격 급등과 가계부채 증가를 우려한 통화금융당국의 정책 기조 전환으로 시장금리가 오르고 유동성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정책금리의 꾸준한 인상을 천명하고 있고, 그 밖의 유동성 흡수 정책으로 대출 시장에서는 은행 금리가 1금융권 금리를 상회하는 등 금리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결국 최근 나타나고 있는 우리 증시의 혼조세는 기업 실적 측면의 기대와 유동성 측면에서의 불안이 서로 맞부딪히며 나타나는 현상으로,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즉, 지금 예상보다 실적이 더 좋아질 것이라는 신호나 유동성 흡수의 강도가 약해질 것이라는 신호가 나타나지 않으면 한 방향으로의 추세보다는 오르내림을 반복할 것이란 얘기다. 

 

여기에 대선 주자들이 내 놓는 정책 불확실성까지 겹쳐 있는 상황이라, 주식 투자자들은 적어도 올해 말까지는 중립적인 시각으로 증시를 바라봐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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