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0대 그룹, 코로나로 실적 부진한데도 ESG엔 지갑 열었다
[뉴스투데이=박기태 기자] 국내 30대 그룹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실적 악화에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투자는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 허창수, 이하 전경련)는 24일 'K-ESG 팩트북 2021'을 발표했다. 올해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한 국내 30대 그룹 75개사의 ESG 지표를 분석한 보고서다.
이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 75개사의 경영실적은 경기둔화 추세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등이 맞물리면서 악화됐다. 전년 대비 매출은 2019년 0.3%, 2020년 2.1% 감소를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의 경우에는 2019년 각각 48.7%, 54.7% 줄었다가 지난해 12.0%, 12.1% 늘면서 다시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이들 기업들은 배당금‧급여‧기부 등 이해관계자에 대한 경제적가치 배분을 등한시 하지 않았다.
2018년 1개사당 평균 12조3750억원이던 이해관계자에 대한 경제적가치 배분은 2019년 13조6026억원으로 10% 늘었다. 2020년에도 전년 수준인 13조200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이해관계자에 대한 경제적가치 배분 총액은 694조5767억원으로, 조사대상 기업 전체 매출액 929조6362억원의 74.7%를 차지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주주에 대한 환원인 배당금 총액이 2019년보다 75.9% 늘었다. 삼성전자가 배당금을 2019년 9조원에서 지난해 20조원으로 2배 이상 늘린 영향이 컸다. 종업원 급여도 전년 대비 2019년 5.1%, 2020년 2.7% 올랐다. 지역사회 등을 대상으로 환원하는 기부금도 지난해 38% 가까이 증가했다.
법인세 납부액도 2020년 2941억6000만원으로 2019년보다 2.6% 늘었다.
환경 분야 개선도 눈에 띈다. 에너지 사용량을 절감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은 3년간 계속 줄었다. 온실가스 직·간접 배출량(스코프 1·2)은 2018년 314만t에서 2019년 310만t으로, 지난해엔 295만t으로 감소했다. 기업이 직접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의 간접 총배출량(스코프 3)도 전년 대비 2019년 8.4%, 2020년 7.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자원 관리와 대기·수질오염 물질 관리 분야의 개선 효과도 뚜렷했다.
기업당 평균 용수사용량과 폐수방류량은 2019년보다 지난해 각각 3.2%, 1.6%로 줄었다. 용수 재사용량은 2년 연속 증가했다. 석유나 석탄이 연소할 때 발생하는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의 평균 배출량은 3년간 꾸준히 줄어들었다.
일반폐기물과 유해폐기물 배출량도 2018년부터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폐기물에 대한 재자원화율은 3년 연속 66%를 넘어섰다.
국내 30대 그룹 75개사는 이같은 환경오염 예방과 환경시설 마련 등을 위해 평균적으로 연간 700억원 이상을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도별 투자액은 2018년 575억원, 2019년 778억원, 2020년 701억원이었다.
전경련 관계자는 "탄소중립(순 배출량 0) 등 국가적 사안에 적극 대응하는 차원에서 기업들의 환경투자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사회 분야에서는 인권, 산업안전, 다양성 증진에 성과를 보였다.
임직원 등 이해관계자들의 인권보호 지침인 인권경영헌장을 도입한 기업은 75개사 중 27개사(36%)였으며, 미도입 기업들도 윤리규범, 행동강령(Code of Conduct) 등으로 규율하고 있었다. 산업안전보건 국제인증인 ISO45001은 전체의 64%인 48개사가 취득했다.
다양성 영역에서도 개선효과가 나타났다. 여성 임원비율은 여성 임원비율은 2019년 3.9%에서 지난해 6.1%로 증가했고, 여성 관리자(과장에서 부장급) 비율도 2019년 9.5%에서 지난해 10.8%로 높아졌다.
고용 등 인적자원관리, 교육 등 인적자원개발, 사회봉사 등 사회공헌 분야에서는 글로벌 경기침체, 팬데믹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채용은 2019년 대비 지난해 14% 가까이 감소했다. 전체 임직원 수의 합계인 고용 분야도 이 기간 0.7% 줄었다. 기업당 연간 총 교육비용(평균)도 2019년에 비해 2020년 12.2% 감소했다.
이 기간 봉사인원과 봉사시간도 절반 이상 줄었다. 전경련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기업의 재택근무 확대, 대면활동 최소화와 언택트 활동으로 전환한 여파로 해석된다"며 "이같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고 밝혔다.
ESG 담당 위원회를 설치한 기업은 전체 75곳 중 70.7%인 53곳에 달했다. ESG위원회 설치 기업에 대한 국민연금 지분율은 평균 6.94%였다.
위원회 명칭은 ESG 위원회 이에도 ESG경영위원회, 지속가능경영위원회, 기업시민위원회, ESG·전략위원회, 투명경영위원회, 거버넌스위원회 등 다양했다.
위원장은 교수 27명(50.8%), 관료 10명(18.9%), 기업인 10명(18.9%), 법조인 3명(5.7%) 등 순이었다.
임직원의 준법경영과 기업윤리 의식 제고를 위한 교육도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준법경영교육 참석자 수는 기업당 연간 1만2000명 규모로 증가세를 보였다.
전경련 관계자는 "팩트북을 통해 ESG 경영의 양적, 질적 개선 여부가 확인되고 있다"며 "과거 사회공헌, 환경경영 활동 등에 비해 몇 배의 자원을 기업들이 투입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이해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